#18 Muse, Dominic Howard
뮤즈의 도미닉 하워드는 기교(technique)보단 기술(technology)에 더 신경을 쓰는 드러머이다. 이 말은 그가 기교 없는 드러머라는 뜻이 아니라 그가 드럼을 대할 때 자세, 드러머로서 신념, 자신이 몸 담은 밴드 음악에 드럼의 프레이즈 및 톤을 어떻게 이식하는지에 관한 방법론과 더 연관돼 있다. 그는 어쿠스틱 드럼의 기본과 경지를 함께 보여준 버디 리치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한편에선 전자 드럼과 프로그래밍, 그리고 소리의 층과 디자인을 다루는 첨단 프로덕션에도 푹 빠져 산다. 드럼을 록 음악의 엔진이라 할 수 있다면, 기교가 기술에 녹아드는 순간 뮤즈의 음악엔 비로소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도미닉의 장점이자 강점은 정확하고 매끈한 펀치감에 있다. 시쳇말로 ‘댐핑’이라 일컫는 이 부피 표현은 그가 뮤즈의 셔플 곡들을 품어낼 때 좀 더 부각되는데 혁명을 다룬 ‘Uprising’이 그 좋은 예이다. 부글거리는 베이스를 따라 시원하게 퍼지는 스네어에 손뼉(clap)을 맞춘 이 영리한 박진감은 그러나 온전히 도미닉의 순수 연주에서만 터져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사람의 기교와 문명의 기술이 어떤 식으로 그의 드러밍 안에서 만나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3집을 넘어 4집부터 본격화 된 이 기술적 기교는 롤랜드 패드를 쓴 ‘Panic Station’ 수록작 [2nd Law]에서 프로툴(Pro Tools)로 드럼 사운드를 디자인하며 기어이 그 정점을 찍었다.
도미닉의 드러밍은 화려하지 않다. 난타보다 적시타를 노리는 그의 댄디한 플레이는 굳이 현란하지 않아도 돋보일 수 있는 드러밍이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다. 가령 ‘Plug in Baby’ 같은 곡에서 코러스 전 단 두 타에 몰아넣은 드라이브감은 미니멀 드러밍으로 맥시멈 그루브를 뽑아낼 줄 아는 도미닉 하워드의 감각을 다시금 확인케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미니멀+스타일리시' 드러밍은 이미 ‘Sunburn’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고 레드 제플린의 ‘Kashmir’를 뼈대 삼아 한스 짐머를 입힌 코스믹 록(Cosmic Rock) ‘Supremacy’까지 줄곧 이어져 왔다.
그런 단순한 화려함으로 도미닉은 뮤즈 음악을 지탱한다. 예컨대 매튜 벨라미가 기타를 거꾸로 메고 관중을 향해 걸어가며 ‘Dead Inside’를 부를 때 크리스 볼첸홈과 그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바로 도미닉의 땡글땡글한 비트라는 얘기다. 또한 크리스의 최고 베이스 리프가 숨 쉬는 ‘Hysteria’를 천천히 정상으로 이끄는 느린 하이햇 오픈클로즈도 마찬가지로 뮤즈에는 도미닉 하워드여야 함을 증명하는 플레이다. 그리고 플로어 탐. 뮤즈라는 밴드가 늘 염세적이고 우주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팀이다 보니 도미닉 역시 자신의 드럼 킷에 플로어 탐만 3개를 두고 있는데, 장 담그듯 양팔로 힘 있게 꽂아넣는 리듬의 그 깊은 맛은 심지어 가장 날카로워야 할 스네어 드럼 톤에까지 최근엔 전염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게 질퍽한 플로어 탐 드러밍으로 묻어둔 벌스(verse)는 쨍쨍한 질지안 에이 커스텀 EFX(Zildjian A Custom EFX) 심벌에 부서지는 코러스를 타고 비로소 해방되니, 그야말로 서사를 책임지는 멜로디와 가사는 매튜의 몫이지만 그 서사를 물들일 뮤즈의 시간은 도미닉의 몫이라 해야겠다.
밴드의 시간을 책임지는 드러머인 만큼 도미닉은 기교 숙련과 톤 메이킹에 앞서 멤버로서 드러머의 위치, 음악 안에서 드러밍의 어울림을 늘 염두에 두는 연주자이다. 바로 마스 볼타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엘리치와 함께 파라디들 패턴을 연구하고 알앤비, 가스펠 리듬 감상에 그가 따로 시간을 내는 이유다. 물론 데이브 그롤과 로니 배누치(킬러스), 팀 알렉산더(프라이머스)와 트레 쿨을 자신이 좋아하는 드러머들로 꼽는 이유 역시 저들의 밴드 안에서 위치, 그리고 음악 안에서 갖는 그들 드러밍의 가치를 존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