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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31. 2017

스팅의 12번째 솔로작

Sting [57th & 9th]


스팅(Sting)처럼 장르를 잘 버무리는 장인도 드물다. 그는 로큰롤과 재즈, 클래식과 일련의 월드뮤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뮤지션으로 재즈와 아트록, 뉴웨이브를 팝 감각으로 수렴한 솔로 데뷔작 [The Dream Of The Blue Turtles]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음악 인생에 정점을 찍어준 [Ten Summoner's Tales]에 이르러 그것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평단과 팬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Let Your Soul Be Your Pilot’ 같은 숨은 좋은 곡이 있는 [Mercury Falling]과 명곡 ‘Desert Rose’가 수록된 [Brand New Day],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가 피처링한 ‘Whenever I Say Your Name’이 담긴 [Sacred Love]도 ‘Fields of Gold’, ‘Shape Of My Heart’ 이후 슈퍼스타가 된 스팅의 10년을 큰 무리 없이 지탱해내었다. 


또한 보스니아 출신 루트(lute) 연주자 에딘 카라마조프와 르네상스 뮤직을 탐닉한 [Songs From The Labyrinth],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폴리스(‘Roxanne’) 시절부터 솔로 시절(‘English Man in New York’)까지 곡들을 클래식 음악에 두루 담금질한 [Symphonicities], 그리고 뮤지컬 음악에까지 손을 뻗친 [The Last Ship]이 지배한 지난 세월은 스팅의 음악적 잡식성을 극적으로 들려준 또 다른 10년이었다. [57th & 9th]는 그런 스팅이 2016년 빼빼로데이에 팬들에게 선물한 통산 12번째 솔로작으로 13년간 등 돌렸던 록 사운드를 적극 도입해 이슈가 된 폴리스(The Police) 리더의 노익장 같은 앨범이다.


거두절미 쟁글 기타로 얼터너티브록 사운드를 시전하는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부터 스팅의 신보는 록적임을 암시한다. 스팅 공화국 부동의 총리 도미니크 밀러(Dominic Miller 기타)와 라일 워크맨(Lyle Workman 기타), 그리고 명 세션 드러머 조시 프리즈(Josh Freese)가 송 라이팅에까지 동참한 ‘50,000’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글렌 프라이(Glenn Frey), 레미 킬미스터(Lemmy Kilmister) 등 유난히 많은 거장들이 세상을 등진 2016년을 슬프게 반추한 곡으로 스팅은 프린스(Prince)가 죽은 주에 이 곡을 완성하였다. 해당 곡 제목은 5만 명 관객을 뜻하는 말로 늘어나는 인기에 비례해 10만, 20만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록 스타의 스포트라이트와 그에 따른 교만을 함께 담고 있다. 한편 조시 프리즈는 기후 문제를 다룬 멜로딕 넘버 ‘One Fine Day’를 비롯 단순할 뻔한 슬로 고고 리듬에 다양한 표정을 입힌 ‘Pretty Young Soldier’ 등에서도 작곡 솜씨를 뽐내며 수많은 세션 활동으로 다져진 자신의 음악 감각을 에둘러 증명했다.


[Ten Summoner's Tales] 때부터 스팅과 한 배를 타기 시작한 재즈 퓨전 드러머 비니 콜라유타(Vinnie Colaiuta)가 작곡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Down, Down, Down’에는 이번 작품이 록을 추구한 앨범인 한편 장르 지배자 스팅의 것임도 더불어 환기시켜주는 엇박 림샷(rimshot)이 숨 쉬고 있으며, 잡초 근성 충만했던 폴리스 시절 패기가 느껴지는 ‘Petrol Head’는 쩍쩍 들러붙는 조시 프리즈의 그루브를 만끽할 수 있는 트랙이다. 반면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 스팅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스민 ‘Heading South On The Great North Road’와 같은 방식임에도 쓸쓸함이 더 강조된 ‘The Empty Chair’, 그리고 루프 같은 퍼커션 리듬과 마틴(Martin Kierszenbaum)의 키보드에 도미니크의 셰이커가 곁들여진 ‘Inshallah(“알라신의 뜻이라면”)’는 록 사운드가 이끄는 작품 사이사이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2015년 11월13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바타클랑 극장에서 열린 이글스 오브 데쓰메탈(Eagles of Death Metal) 공연 중 일어난 테러 사건(130명 사망) 추모를 위해 스팅은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11월11일 사고 현장에 테러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초청해 추모 공연을 가졌다. 희생자들을 위한 1분의 묵념 후 진행된 이 공연은 엔터테이너라면 대중을 위로하고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스팅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이었다. 3개월 동안 녹음을 한 뉴욕 맨해튼 헬스키친(Hell's Kitchen) 소재 스튜디오를 오가며 매일 지나친 교차로(57th & 9th)를 타이틀로 쓴 신작 역시 브렉시트(Brexit)와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당선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할 줄 아는 스팅의 살아 숨 쉬는 주위 이야기들이다. 인류 조상 때부터 지금의 당신과 나(스팅 자신), 그리고 우리의 후손까지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같은 이주자(migrant)일 뿐이라는 ‘Inshallah’의 굵직한 사색은 그래서 이 앨범의 대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음악 면에서도 그렇다.


* 이 글은 대중음악 전문지 <파라노이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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