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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16. 2017

케리 킹이 사랑하는 메탈 앨범 10장

Kerry King from Slayer


얼마전 <롤링스톤>이 '케리 킹이 가장 사랑하는 메탈 앨범 10'이라는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것은 무려 슬레이어의 기타리스트가 고른 것이기에 헤비메탈 팬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가질 만한 리스트였다. 물론 이쪽 장르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에게는 너무 유명하고 지나치게 당연한 앨범들이겠지만 슬레이어의 핵심 멤버가 고른 것인 만큼, 슬레이어 음악이 이 음반들에 고루 빚지고 있다는 힌트만으로도 의미있는 리스트임엔 틀림없다. 아는 사람들은 함께 추억 여행을, 몰랐던 사람들은 이 기회에 좋은 정보 하나 알아가는 셈 치고 한 장씩 천천히 소화해보자.

 

AC/DC [Highway to Hell] (1979)

메탈리카 3집, 주다스 프리스트 4집, 베놈 2집과 더불어 나와 케리 킹이 같은 취향을 가졌다는 걸 확인한 앨범이다. [Back in Black]을 빼고 AC/DC 하면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또는 떠올려야 하는 작품. 날렵한 'if you want blood (you've got it)'을 사랑하는 킹은 'highway to hell'과 'walk all over you', 그리고 'night prowler'를 특히 좋아하는 곡들로 꼽았다. 이유는 단 하나, 곡들이 하나같이 어둡기(dark)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사실 버릴 곡이 없다. 'girls got rhythm', 'touch too much', 'shot down in flames', 'get it hot'이 언급된 곡들 못지 않은 완성도를 뽐낸다. 술을 좋아해 술로 사망한 보컬리스트 본 스콧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은 이 앨범을 대할 때마다 팬들이 함께 감당해야 할 슬픈 아픔이다.



Black Sabbath [Sabotage] (1975)

이 앨범을 드라이브 할 때 즐겨 듣는다는 킹은 '엄청나게 헤비한 음반'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침착하지만 음울한 'megalomania', 세풀투라가 리메이크 했던 'symptom of the universe', 토니 아이오미의 술렁이는 리프 그루브로 앨범을 열어젖히는 'hole in the sky', 음산한 합창이 스민 연주곡 'supertzar'를 그는 따로 좋아하는 곡들이라고 했다. 블랙 사바스의 경우 이 앨범 때까지 내놓은 모든 작품들이 헤비메탈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큼 케리 킹에게 특별한 이 앨범을 꼭 '최고'라 할 순 없다. 최고는 차라리 블랙 사바스라는 이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Exodus [Bonded by Blood] (1985)

메가데스나 앤스랙스에 비해 대중적 지명도는 떨어질지언정 엑소더스는 헤비메탈 마니아와 동료 스래쉬메탈 밴드들로부터는 꾸준히 인정받아온 밴드였다. 케리 킹은 앞으로 살면서 들을 단 한 장 엑소더스 앨범으로 이 앨범 [Bonded by Blood]를, 가장 좋아하는 엑소더스 곡으로는 2008년작 [Let There be Blood] 수록곡 'strike of the beast'를 꼽았다. 'strike of the beast'는 슬레이어가 투어 때 직접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또한 킹은 이들의 중기 명반인 [Shovel Headed Kill Machine]과 [The Atrocity Exhibition]도 좋아하는 엑소더스 작품들이라고 했다. 맞다. [Tempo of the Damned]가 출발선을 끊은 2000년대 엑소더스는 80년대 전성기와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전성기를 맞았었다.



Iron Maiden [The Number of the Beast] (1982)

새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이 기존 아이언 메이든 스타일을 부숴버린 것에서 킹은 이 앨범의 가치를 찾는다. 즉, 폴 디아노가 펑크(punk)에서 출발했다면 브루스 디킨슨은 아이언 메이든 음악을 메탈로 완성시킨 것이다. '22 acacia avenue'와 'invaders'를 좋아했던 킹은 그러나 슬레이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hallowed be thy name'이나 'number of the beast'를 공연에서 커버까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슬레이어 뿐 아니라 아이언 메이든과 이 앨범이 80년대 전후 스래쉬메탈을 포함한 헤비메탈 전반에 드리운 그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터. 글쎄, SF 문학에 있어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정도 위치라면 이 앨범이 대략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Judas Priest [Stained Class] (1978)

상업적 성공과 역사적 가치는 별개일 수 있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뮤지션들 디스코그래피에서 그것은 심심찮게 증명되어 왔다. 주다스 프리스트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그들의 상업 대작은 자타공인 [Screaming for Vengeance]였지만 케리 킹의 말처럼 "역사적으로 가장 완전한 프리스트 앨범"은 바로 이 앨범 [Stained Class]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Reign in Blood]에서 슬레이어 사운드가 완성된 것과 같은 뜻에서 완전함이라고 킹은 덧붙였다. 디오와 디킨슨이 모두 들어있는 롭 핼포드의 목소리를 흠모한 킹은 'stained class' 인트로를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꼽았다. 정작 슬레이어가 커버한 건 'dissident aggressor'였지만 케리 킹은 [Sad Wings of Destiny]나 [Sin After Sin]보다 이 앨범을 더 위대하다고 여겼다.



Mercyful Fate [Melissa] (1983)

슬레이어의 데뷔작 [Show No Mercy] 보다 한 달 여 먼저 나온 머시풀 페이트의 데뷔작은 슬레이어의 두 번째 앨범 [Hell Awaits]에 큰 영향을 끼친 앨범이었다고 케리 킹은 말한다. 그는 마이클 덴너와 행크 셔만의 트윈 기타를 사랑했고, 사람들이 완전히 꺼리거나 완전히 빠져들곤 했던 킹 다이아몬드의 보컬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into the coven'과 'melissa'를 특별히 아끼는 킹은 지난 2015년 킹 다이아몬드와 함께 [Melissa]의 첫 곡 'evil'을 한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여덟 무대 정도를 함께 한 둘에게 그 공연들은 똑같은 스릴을 안겨주었다고 킹은 회상했다.



Metallica [Master of Puppets] (1986)

같은 해 나온 슬레이어의 [Reign in Blood]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헤비메탈 레코드. 앞서 별개라고 말한 역사적 가치와 상업적 성공의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메탈리카를 대중에게 알린 건 [Master of Puppets]이지만 대중이 가장 많이 산 메탈리카 앨범은 누가 뭐래도 [Metallica]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케리 킹이 가장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두 곡('battery'와 'master of puppets')이 이 음반에 있고, 킹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메탈리카 송라이팅이 담긴 'damage Inc.' 역시 여기에 숨쉬고 있다. [Highway to Hell]과 마찬가지로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의 유작이라는 이 앨범의 슬픈 전제는 언제나 먹먹한 가슴으로 작품을 대하게 만든다.



Ozzy Osbourne [Diary of a Madman] (1981)

[Blizzard of Ozz]와 [Diary of a Madman] 중 어떤 걸 이 리스트에 넣을지 킹은 무지 갈등했다고 한다. 과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수준의 갈등이었으리라 짐작되는데 마지막에 있는 타이틀 트랙 'diary of a madman'을 비롯 엣지 있는 드럼 인트로가 박힌 'over the mountain', 킹이 위대한 곡이라고 극찬한 'believer'가 아무래도 'crazy train', 'mr. crowley'보다 그의 마음을 더 사로잡았던 것 같다. 얄궂게도 이 앨범 역시 랜디 로즈의 유작이다. 이후 제이크 이 리, 잭 와일드라는 걸출한 후임들이 잇따라 오지 옆에 서지만 고인의 공백을 완전히 채워내진 못했다. 물론 나는 제이크 이 리를 랜디보다 더 좋아하지만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객관적 사실은 아니다.



Rainbow [Long Live Rock 'n' Roll] (1978)

케리 킹은 리치 블랙모어가 이끈 딥 퍼플과 디오 시절 레인보우를 좋아한다. 그는 [Rising]의 'stargazer'를 편애했고, ‘neon knights’가 있는 블랙 사바스의 [Heaven and Hell]과 ‘highway star’를 낳은 딥 퍼플의 [Machine Head]를 즐겨 들었다. 그럼에도 킹이 고 신해철도 부른 'rainbow eyes'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레인보우의 이 앨범을 꼽은 이유는 코지 파웰이 있어 더 묵직한 그 극강의 헤비감 때문이다. 'long live rock 'n' roll', 'kill the king, 'the shed', 'gates of babylon' 같은 곡들이 그것을 차례차례 증명해나간다. 귀 기울여 보시길.



Venom [Black Metal] (1982)

베놈의 이 앨범은 스래쉬메탈, 블랙 메탈, 데스 메탈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뿐더러 앨범 타이틀 자체가 하나의 서브 장르명이 된 사례이다. 다소 촌스러웠지만 대단히 압도적이었던 베놈의 첫인상을 기억한다는 케리 킹은 머시풀 페이트와 주다스 프리스트, 그리고 펑크의 요소에 베놈을 더하면 슬레이어의 음악이 된다며 이 밴드가 자신의 밴드에 불어넣은 거대한 기운을 에둘러 설명했다. 헤비메탈 역사, 헤비메탈의 고전을 언급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그 이름 베놈과 [Black Metal]. 크레이들 오브 필스, 딤무 보거, 오비추어리 등 이 앨범을 흠모해 커버까지 한 헤비메탈 밴드들도 참 많았다. 놀라운 건 이것들을 죄다 35년 전 트리오 라인업으로 일구어내었다는 사실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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