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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19. 2017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음악

루빈 [Rebirth]


노래와 작곡을 비슷한 수준에서 엮어낼 수 있을 때 그 뮤지션은 비로소 대중을 설득할 기회를 얻는다. 권순관과 토마스 쿡을 스치듯 닮은 싱어송라이터 루빈(Ruvin, 본명:김정환)이 바로 그런 음악인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그러잡고 타인의 고독을 달래는 음악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흐르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는 ‘구름’ 같은 곡에서 나는 루빈의 그런 강점과 장점을 동시에 듣는다. 자유로운 인디의 사색으로 풍요로운 주류 음악을 뽑아낼 줄 아는 뮤지션. 루빈이 2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가지고 왔다.

이루마의 ‘너의 마음 속엔 강이 흐른다’와 유재하의 ‘지난날’을 리메이크 한 나오미 앤 고로의 ‘days gone by’를 함께 부르며 루빈은 목소리를 알렸다. 박정현과 넬, 요조와 인연은 그의 음악성에 대한 동료들의 신뢰였고, 박혜리와 뭉쳐 정규작만 2장을 낸 아이리시 포크 듀오 바드(Bard)는 루빈이 감춰둔 또 다른 음악 세상이다. 그는 삶, 존재, 그리움, 사랑과 이별, 시간, 상상으로 그동안 자신의 음악을 채워왔다. 때론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로, 때론 현란한 디지털 작법으로 그의 취향은 포크와 발라드, 록 사이에서 변덕스레 굴절했다.


그랬던 루빈의 음악이 이번엔 사람을 바라본다. 더 따뜻하고 덜 낯설다. 그는 마치 음악으로 사람이 만나 음악으로 함께 치유될 수 있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오랜 믿음을 기꺼이 증명하려는 듯 보인다.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쓴 ‘rebirth’, 구로동맹파업을 다룬 영화 ‘붉은 벽돌’을 보고 만든 ‘묽어지는’에서 그 의지는 구체화 된다. 여기에서 루빈은 기다림과 투쟁에 등 돌리려는 망각의 이기심을 노래했다. 리프와 비트를 엇질러 쌓아나가는 ‘with my melody’에선 희망을, 우연은 인연의 조건이라고 말하는 ‘우연을 지나 인연으로’에선 사랑을 노래한다. 마지막 ‘너의 미소’는 그 희망과 사랑을 홀로 감당하며 떠올린 작은 기쁨이다.

여기에 화로 화를 부르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이 아쉬워 쓴 영화 ‘듀엣’ 사운드트랙 수록곡 ‘he doesn’t see’를 재편곡 해 실었고, 2015년 겨울부터 하나 둘 선보인 싱글 네 곡은 보너스트랙 형식으로 앨범 끝에 조용히 묻었다. 루빈은 이것들을 대부분 혼자 해냈다. 모든 베이스, 약간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정도만 세션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스스로 처리한 것이다. 이 정도면 원맨밴드라 봐도 된다. 루빈은 개인이지만 그는 밴드 사운드를 디자인 하려 했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뺀 전 과정을 거의 홀로 해내려 했던 걸로 봐서 그는 자기 음악을 오롯이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싶어 한 것 같다. 덕분에 음악에는 뮤지션의 진정성과 그가 원한 질서가 피와 살처럼 엉겨있다. 온전하고 성실하게, 루빈은 자신이 느낀 감정과 서툰 감성을 세련된 절제 아래 줄 세웠다. 나란히 선 열 세 곡. 그 안에는 또한 음악 밖에 모르는 한 뮤지션의 뜨거운 작가 정신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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