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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Oct 11. 2017

들썩이고 들쑤시는 헤비뮤직의 만찬

Abyss [Recrowned]


마치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정의내리려는 듯 들린다. 기존 모든 걸 박살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만의 헤비니스 비석을 다시 세우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렁차고 또 뜨겁다. 쉬라프넬(Shrapnel Records)의 영광을 자기 시선으로 바라본 김재하의 솔로 앨범과 이 앨범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특정 정권과 특정 인물을 정조준 한 지난 미니앨범을 이 작품은 다시 잇는다. 앨범 제목(Recrowned)은 필시 바뀐 정권의 은유일 것이고 ‘Cut Throat Deep & Clean’부터 뻗어나가는 직설은 이번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낸 그에게 띄운 편지일 것이다. 메탈코어의 래스핑과 데스메탈의 그로울링을 마음껏 오가는 Showman의 보컬, Mika Beck과 문철민이 야무지게 깎아낸 리프의 굴곡 역시 분노와 축제가 한끗이었던 지난 5월(‘May Bloody May’)의 꿈만 같던 추억이리라.

이 앨범은 리듬의 앨범이다. 드러머 김태형은 통제와 방목 사이 긴장을 자신의 사지(四肢)에 이식해 리듬의 사자(使者)로 군림한다. ’13 Angers’ ‘34th Street’에서 더블 베이스 드러밍, 무섭게 몰아치는 두 기타리스트의 리프 폭격에 정밀히 반격하는 타악의 파상공세는 이 작품의 리더가 누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증명한다. 난무하는 템포 체인지, 진열하듯 쌓아나가는 리듬의 전시는 길 잃은 박자에 다시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첫 곡 ‘Uncensored Time’에서 나는 이 작품이 굉장히 마니아 취향일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대중이 벽을 쌓는 장르에 메슈가(Meshuggah)풍 Djent 느낌까지 얹는다는 것은 조금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것은 기우였다. 본작엔 카니발 콥스(Cannibal Corpse)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판테라(Pantera)를 즐겨듣는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타협점이 분명히 있다. 가령 ‘Unwanted Borders’의 리프 훅이나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같은 ‘Two Guys’의 메인 리프, 그리고 슬레이어(Slayer)와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가 한 몸이 된 ‘No Mercy, No Caridad’ 같은 곡들은 이 음반이 어느 한 쪽으로만 기운 것이 아니라는 걸 들려준다.

문철민은 미니앨범 [Enemy Inside]를 내고 가진 웹진 <이명(耳鳴)>과 인터뷰에서 다음 앨범이 매우 힘 있고 직선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 예고했었다. 자신의 영웅인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 요소는 그의 예상대로 딱히 없지만 [Recrowned]는 확실히 강력하고 예리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들썩이고 들쑤시고 들이붓는 헤비뮤직의 만찬이다. 한국 헤비메탈 수준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 이 글은 음악 웹진 <음악취향Y>에 실린 것을 살짝 손 본 것입니다.


들썩이고 들쑤시는 헤비뮤직의 만찬 - 어비스 『Recrowned』

마치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정의내리려는 듯 들린다. 기존 모든 걸 박살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만의 헤비니스 비석을 다시 세우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렁차고 또 뜨겁다. Shrapnel Records의 영광을 자기 시선으로 바라본 김재하의 솔로 앨범과 이 앨범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작품은 특정 정권과 특정 인물을 정조준한 지난 미니앨범 『Enemy Inside』(2015)를 다시 잇는다. 앨범 제목 『Recrowned』는 필시 바뀐 정권의 은유일 것이고 「Cut Throat Deep & Clean」부터 뻗어나가는 직설은 이번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낸 그에게 띄운 편지일 것이다. 메탈코어의 래스핑과 데스메탈의 그로울링을 마음껏 오가는 쇼맨의 보컬, 미카벡과 문철민이 야무지게 깎아낸 리프의 굴곡 역시 분노와 축제가 지근거리에 모여있던 지난 5월 「May Bloody May」)의 꿈만 같던 추억이리라. 이 앨범은 리듬의 앨범이다. 드러머 김태형은 통제와 방목 사이 긴장을 자신의 사지(四肢)에 이식해 리듬의 사자(使者)로 군림한다. 「13 Angers」, 「34th Street」에서 더블 베이스 드러밍, 무섭게 몰아치는 두 기타리스트의 리프 폭격에 정밀히 반격하는 타악의 파상공세는 이 작품의 리더가 누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증명한다. 난무하는 템포 체인지, 진열하듯 쌓아나가는 리듬의 전시는 길 잃은 박자에 다시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첫 곡 「Uncensored Time」에서 나는 이 작품이 굉장히 마니아 취향일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대중이 벽을 쌓는 장르에 마니아 성향을 더 얹는다는 것은 조금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것은 기우였다. 본작엔 Cannibal Corpse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Pantera를 즐겨듣는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타협점이 분명히 있다. 가령 「Unwanted Borders」의 리프 훅이나 Judas Priest 같은 「Two Guys」의 메인 리프, 그리고 Slayer와 Killswitch Engage가 한 몸이 된 「No Mercy, No Caridad」 같은 곡들은 이 음반이 어느 한 쪽으로만 기운 것이 아니라는 걸 들려준다. 문철민은 『Enemy Inside』의 발표 직후 가진 웹진 《이명(耳鳴)》과의 인터뷰(클릭)에서 다음 앨범이 매우 힘 있고 직선적인 앨범이 될 것이라 예고했었다. 자신의 영웅인 Faith No More의 요소는 그의 예상대로 딱히 없지만 『Recrowned』는 확실히 강력하고 예리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들썩이고 들쑤시고 들이붓는 헤비뮤직의 만찬이다. 한국 헤비메탈 수준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music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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