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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3. 2016

필 루드

#1 필 루드(Phil Rudd, AC/DC)

이 글은 제가 필자로 있는 웹진 '음악취향Y'에서 연재하던 것을 다시 이어나가려 끌어온 것입니다. 기존 것들을 하나 둘 다 끌어온 뒤 제가 좋아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드러머들을 계속 살펴나가 보겠습니다. 첫 주인공은 하드록 밴드 AC/DC의 드러머 필 루드(Phil Rudd)였습니다. 지난해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어 지금은 밴드에서 추방(?!)된 사람이죠;; 참고로 연재 타이틀 '투베이스비하인드'는 더블 베이스 드럼(Double Bass Drum)을 뜻하는 은어 '투베이스'와 데프 레파드의 곡 'Two Steps Behind'에서 '비하인드'를 따 지은 것임을 밝힙니다.


AC/DC라는 밴드에서 드러머 필 루드는 언제나 변방에 있었다. AC/DC 하면 항상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었고 본 스콧이었으며 브라이언 존슨이었다. 하지만 '필 루드가 없는 AC/DC?' 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가 선뜻 '괜찮다'고 답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질문 자체가 이미 필 루드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AC/DC를 위해 존재하는 '맞춤형' 드러머이다. 

AC/DC를 세상에 알린 'It's A Long Way To The Top (If You Wanna Rock 'N' Roll)' 뮤직비디오. <스쿨 오브 락> 엔딩 곡으로 쓰였다.

사실 그가 존 본햄으로 대표되는 동시대 록드러머들에 비해 과소평가 된(내지는 아예 평가 자체를 받지 못한) 전제는 바로 '테크닉'이다. 이른바 '쿵빡!쿵쿵빡!'이라는 8비트 리듬만을 고수하는 그에게 '테크니션'이란 영광스런 수식어는 사치였고 궤변이었다. 그의 드럼은 드럼을 갓 배우기 시작한 아마추어들에게도 '같잖아' 보였고, 실제 국내 스쿨밴드들이 「Back in Black」의 카피를 놓고 망설인 이유도 앵거스 영의 기타애드립과 브라이언 존슨의 보컬 때문이었다. AC/DC 카피를 놓고 아마추어 드러머들은 사실상 발언권이 없는 셈이다. 왜? '쿵빡!쿵쿵빡!'만 치면 되니까. 

AC/DC의 빅히트곡. 하드록/헤비메탈 역사에서 최고 기타 리프라 해도 쉬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필 루드의 드럼을 무시하는 건 그의 드럼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다. 세상에 그 누구도 필 루드와 똑같은 그루브를 만들어낼 수 없다. 8비트라고 다 같은 8비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스틱의 낙하점, 스네어를 내리치는 강도, 심벌의 타점, 킥킹의 강약이 모두 다르다. 그 어떤 날고 기는 드러머가 와도 'AC/DC의 그루브'는 필 루드가 만든 것이고 필 루드의 것이다. '날고 기는' 드러머들은 그저 필 루드 흉내만 내야 한다. 사이먼 라이트와 크리스 슬레이드같은 테크니션들이 왜 AC/DC 드럼에선 그렇게 순진하게 변하는가? 필 루드가 AC/DC를 떠났던 시기가 AC/DC가 하향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또 그가 AC/DC로 돌아온 뒤부터 밴드가 다시 전성기를 맞게 된 것 역시 우연일 수 없다. 필 루드는 AC/DC의 필연이요, 필 루드와 AC/DC는 숙명인 것이다.  

노익장을 과시한 앨범 [Black Ice]의 첫 곡 'Rock&Roll Train' 라이브 버전. 파도처럼 일렁이는 관중들의 몸짓과 함성이 이 밴드의 인기 정도를 말해준다. 

지난 『Black Ice』의 첫 곡 「Rock&Roll Train」을 듣고 전율을 느낀 건 앵거스 영의 리프와 더불어 필 루드의 드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거대한 그 한 타 한 타가 지금의 AC/DC를 만들었다. 드러머는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다. 그 드러머가 없을 때 밴드가 어떤 난관에 직면하는지만 증명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드러머의 가치는 충분하다. 필 루드의 부재는 그걸 증명했고 그걸로도 그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는 죽으나 사나 AC/DC의 드러머다. 8비트의 전설이다. 


● 음반정보 

『High Voltage』 (1975, 호주)

『T.N.T』 (1975, 호주)

『High Voltage』 (1976)

『Dirty Deeds Done Dirt Cheap』 (1976, 호주)

『Dirty Deeds Done Dirt Cheap』 (1976)

『Let There Be Rock』 (1977, 호주)

『Let There Be Rock』 (1977)

『Powerage』 (1978)

『Highway To Hell』 (1979)

『Back In Black』 (1980)

『For Those About to Rock』 (1981)

『Flick of the Switch』 (1983, AC/DC 탈퇴)

『Ballbreaker』 (1995) 

『Stiff Upper Lip』 (2000)

『Black Ice』 (2008) 

『Rock or Bust』(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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