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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4. 2016

데이브 그롤

#2 데이브 그롤(Dave Grohl, Nirvana)

나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리더 데이브 그롤보다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을 더 좋아한다. 앤드류W.K(Andrew W.K)가 「Smells Like Teen Spirit」의 MV에서 크래쉬 심벌에 붙은 '청테이프'와 그 심벌을 찢은(?) 드러머의 '간지'에 압도당한 것에 나 역시 공감하는 이유는 『Nevermind』라는 앨범에서 그가 들려준 드러밍은 우리 아마추어 드러머들이, 또는 얼터너티브/모던록을 사랑하는 팬들이 반드시,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드러밍이었기 때문이다. 『Them Crooked Vultures』에서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를 '모시고' 다시 드럼에 앉은 데이브 그롤은 아니나 다를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존 본햄(John Bonham)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데, 실제로 너바나 시절 그의 플레이에선 존 본햄의 영향력이 강하게 느껴지고 데이브는 당시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를 좇는 드러밍을 에둘러 가듯 그러나 철저하게 전개했다. 

1991년 10월31일 시애틀 '파라마운트 씨어터'에서 가졌던 콘서트. 입 안의 물을 뿜으며 본 궤도에 진입하는 데이브의 퍼포먼스는 압권이다. 

커트 코베인의 코드 진행이 일견 단순해 보여도 그것을 만들어내긴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데이브의 드러밍 역시 듣기엔 단순(?)해도 막상 드럼에 앉아 카피해볼라치면 손발이 제대로 안 따라가기가 일쑤. 나는 여태껏 아마추어, 프로를 통틀어 「Smells Like Teen Spirit」의 드럼을 제대로 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004년 모터헤드(Motorhead), 베놈(Venom), 세풀투라(Sepultura), 네이팜 데스(Napalm Death), 셀틱 프로스트(Celtic Frost), 머시풀 페이트(Mercyful Fate) 같은 헤비메탈 밴드들과 함께 『Probot』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 노라 존스(Nora Jones) 등과 함께 질적, 양적으로 다양한 세션 활동을 병행해온 그이지만 이번 글에선 '너바나 드러머' 데이브 그롤을 조명해볼 생각이다. '드러머 데이브 그롤'은 사실 그 시절만 정리해도 충분하리란 판단에서다. 『The Colour and the Shape』로 대표되는 초창기 푸 파이터스와 「The Pretender」가 대표하는 근래의 푸 파이터스, 그리고 뎀 크룩트 벌처스의 드러밍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너바나가 들리는 것은 그만큼 너바나(내지는 커트 코베인)라는 밴드가 데이브에게 많은 영감을 줬고 또 데이브가 그 밴드에서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아낌없이 쏟아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겠다. 커트 코베인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건 데이브 그롤이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노스 쇼어 서프 클럽'에서 가진 데이브 그롤의 너바나 데뷔 무대. 1990년 10월11일의 일이다.

너바나와 데이브 그롤의 만남은 데이브와 개인 친분이 있던 멜빈스(Melvins)의 원년 멤버 버즈 오스본(Buzz Osborne)이 커트와 크리스 노보셀릭(Krist Novoselic)을 스크림(Scream)의 공연장으로 데려가 이뤄졌다. 그의 너바나 데뷔작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Dangerous』를 빌보드 정상에서 끌어 내린『Nevermind』.(드럼만 놓고 봤을 때『Incesticide』는 이 앨범에 포함시켜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해 여기서 구체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이다.) 이 앨범에서 데이브는 하드록과 펑크의 요점만을 갖춘 정갈한 리듬 라인을 선보이는데 특히 슈퍼싱글「Smells Like Teen Spirit」에서 드러밍은 그 표준과도 같았다. 보스톤(Boston)의 「More than a Feeling」에서 영감받은 커트의 맛깔스런 스트로크에 힘을 실어준 건 다름 아닌 데이브의 쉐이킹 드러밍. 하이햇을 3박자 간격으로 풀어두고 사이사이에 스네어와 베이스 드럼을 구겨넣는 꽉찬 콤비네이션은 언제 들어도 명연이다. 너바나는 펑크 밴드였지만 데이브 그롤의 드럼만큼은 '쓰리 코드' 펑크 정신을 위배했던 것이다. 

1992년 [Live at Reading]의 한 장면. 커트는 시작에서 이 곡에 영감을 준 보스톤의 'More than a feeling'을 연주했다.

단순함 속에서 복잡한 무엇을 추구하려 했던 데이브의 드러밍은 MV에서 레귤러 그립을 선보인「In Bloom」과 아마추어 드러머들이 스트로크 연습하기에 좋은「Breed」, 「Territorial Pissings」에서도 강력하게 어필한다. 그것은 마치 타미 리(Tommy Lee)의 호쾌함과 트레 쿨(Tre Cool)의 정확함을 동시에 갖춘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Drain You」,「On a Plain」에서 맛만 보인 싸이키한 느낌은 다음 앨범 『In Utero』에서 유감없이 펼쳐지는데, 이 앨범에서 커트와 데이브의 기(氣)싸움은 『Bleach』에서 주연급 조연이었던 크리스를 완전한 조연으로 전락시킨(?) 앨범 전체에 대단한 에너지를 불어넣게 된다. 

[Nevermind]의 두 번째 트랙 'In Bloom' 뮤직비디오. 눈치 챘겠지만 이 촌스런 흑백 영상 제작에 영감을 준 건 다름 아닌 비치 보이스였다.

『In Utero』에서 데이브의 플레이는 '힘'보단 '구성'에 치중한 느낌을 준다. 물론 테크닉에도 소홀함이 없다. 그러한 요소는「Scentless Apprentice」같은 곡에서 특히 눈에 띄는데, 싱글 베이스의 4연타 드러밍과 풀어헤쳐져 커트의 광기어린 보컬에 대응하는 하이햇, 그리고 데이브 특유의 힘이 응축돼 있는 스네어 소리는 속이 다 후련할 정도다.(비슷한 성향의 트랙에「Milk It」이 있다.) 코트니 러브(Coutney Love)에게 바치는 러브송 「Heart Shaped Box」의 림쇼트와 그로 인한 극적인 동선은 「Lithium」의 것과 비슷하며 「Very Ape」,「Tourette's」같은 곡에선 '펑크 드러머' 데이브 그롤을 만날 수 있다. 끝곡「All Apologies」에선 곡의 완성도를 위해 스틱킹과 킥킹을 아끼는 '뮤지션' 데이브 그롤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곡이 얄궂은 건 다음 앨범에서 전혀 다른 음악을 하려 했다는 커트 코베인이 세상을 떠나고 푸 파이터스에서 드럼 대신 기타와 보컬을 선택한 데이브 그롤의 심리가 반영된 너바나의 마지막 앨범, 마지막 곡이기 때문이다.  

● 밴드 & 앨범 

With Mission Impossible

Getting Shit for Growing Up Different (1986) 


With Dain Bramage 

I Scream Not Coming Down (1986)  


With Scream

No More Censorship (1988)

Live at Van Hall (1988) 
Your Choice Live Series Vol.10 (1990) 
Fumble (1993) 


With Nirvana

Nevermind (1991) 
Hormoaning (1992) 
Incesticide (1992)  
In Utero (1993)
MTV Unplugged in New York (1994) 
Singles (1996) 
From the Muddy Banks of the Wishkah (1996) 
Nirvana (2002) 
With the Lights Out (2004) 

Sliver: The Best of the Box (2005) 
Live at Reading (2009) 
Icon (2010) 


With Foo Fighters

Foo Fighters (1995) 
The Colour and the Shape (1997) 
There Is Nothing Left to Lose (1999) 
One by One (2002) 
DVD/EP (2003)  
In Your Honor (2005) 
Five Songs and a Cover (2005) 
Skin and Bones (2006)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2007) 
Greatest Hits (2009) 
Wasting Light (2011) 
Medium Rare (2011) 

Sonic Highways (2014)


As Probot

Probot (2004)


With Them Crooked Vultures

Them Crooked Vulture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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