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an 05. 2016

오마 하킴

#3 오마 하킴(Omar Hakim)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오마 하킴의 드러밍이 그렇다. 그는 얼핏 연주에 무심한 듯 세트에 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그 번뜩이는 리듬감으로 순식간에 북과 심벌들을 '아작'낸다. 흐물흐물 공간을 휘젓던 스틱은 북이면 북, 심벌이면 심벌 정확히 내리꽂혀야 할 곳에서 힘있게 작렬한다. 부드러우면서 힘이 있다는 진부한 일반론은 오마 하킴 드러밍의 정수이자 정의다.

<2014 그래미 어워드>  'Get Lucky' 리허설 장면. 곡 주인인 다프트 펑크와 퍼렐 윌리암스, 스티비 원더, 나일 로저스, 네이선 이스트, 그리고 오마 하킴의 라인업이다.
다프트 펑크의 'Giorgio by Moroder'에서 우리는 오마 하킴 드러밍의 진수를 들을 수 있다.

가령 돈 프리드만(Don Friedman), 존 패티투치(John Patitucci)와 함께한『Timeless』라는 앨범에서 그는 아버지 하산 하킴(Hasan Hakim, 그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 등과 활동한 트롬보니스트였다)과 친분이 있었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을 통해 탐닉한 엘빈 존스(Elvin Jones), 아트 블래키(Art Blakey) 식 정통 재즈 드러밍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타인의 연주를 배려하며 잘게 쪼개는 심벌 운용과 림쇼트에 이어 타인의 배려를 받아 일궈내는 짧고 굵은 필인 솔로는 '유니크 드러밍'이라는 그 자신 트레이드 마크의 전형이라 하겠다.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와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와 스팅(Sting), 그리고 데이비드 리 로스(David Lee Roth)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까지, 오마 하킴의 연주를 탐낸 사람들은 많았다. 특히「I Burn for You」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함께 한 스팅은 물론 지켜본 음악팬들까지 충분히 황홀하게 만들었는데, 곡 끝자락에서 울부짖는 심벌들을 하나하나 달래는 그 섬세함은 하킴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차라리 빅밴드(Omar Hakim & The Buddy Rich Big Band) 앞에서 더욱 치열하게 연주했고 솔로 아티스트들관 드문드문 치열함 속에서 조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잔기교가 손버릇에 녹은 것 역시 오마 하킴 드러밍의 포인트다. 그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킥킹은 스스로 안배하며 적절한 라인을 유지하지만 스틱은 끊임없이 심벌과 탐, 탐과 플로어 탐, 스네어와 프리 플로팅 스네어(Free Floating Snare)를 섞바꾼다. 그러다 노려 때리는 순간의 타성은 그만의 독특한 리듬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스틱은 다시 세트를 하릴없이 훑어대며 다음 포인트를 위해 침잠한다. 하킴의 스틱 앞에서 리듬의 운명은 고무망치 앞에서 꺼지는 두더지와 같다.

"음악엔 두 종류가 있다.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

듀크 엘링턴의 이분법에 따라 좋은 드러밍과 나쁜 드러밍이 있다고 할 때 오마 하킴의 드러밍은 물론 전자일 것이다. 추상적이지만 그의 어지러운 플레이 앞에선 정말 저 말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는 언제나 훌륭한, '좋은' 연주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가 앉은 곳이 어쿠스틱 드럼킷이든 롤랜드 전자 드럼킷이든 그건 부수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그 곳에 오마 하킴이 앉았다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브 롬바르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