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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8. 2016

대니 캐리

#5 드러머의 이 한 장 - [Lateralus]

툴(Tool)의 세 번째 앨범 [Lateralus]. <로큰롤 명예의 전당> 선정 '궁극의 200장'에서 123위에 올랐다.

대니 캐리(Danny Carey)의 드러밍은 근엄하고 현란하다. 근엄함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툴(Tool)의 근육질 음악 성향에 기댄 것이고, 현란함은 스스로 좋아해 좇던 재즈 성향을 바탕 삼은 것이다. 이 역설의 대비는 급기야 '메탈 재즈 드러밍'이라는 돌연변이 테크닉으로 그의 팔 다리에 입력되는데, 사실 이건 사이먼 필립스(Simon Phillips)와 비니 콜라유타(Vinnie Colaiuta)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나 메가데스(Megadeth) 드럼에 앉은 것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둘에겐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한 시절 쉬어 가는 흥미거리 정도였을지 모르지만 대니 캐리에게 헤비뮤직은 자신의 드러밍을 펼쳐 보일 확고한 멍석이었다. 거칠고 무뚝뚝한 툴의 음악은 유연하고 섬세한 대니의 아프로 비트가 더해져야만 비로소 표정을 얻고 성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니의 주무기는 만달라 드럼(Mandala Drum)이라는 전자 패드를 곁들여 구사하는 트라이벌 비트(Tribal Beat)다. 말끔한 정박은 기어코 떨쳐내려는 듯 뒤뚱대고 절룩거리는 이 까다로운 리듬을 자신의 메인 프레이즈로 끌어대는 모습은 흡사 소울플라이(Soulfly)의 로이 마요그라(Roy Mayorga)를 보는 것 같다. 툴의 걸작이자 뉴메탈의 걸작이기도 한 이 앨범『Lateralus』에서 대니는 트라이벌 비트라는 자신의 장기와 덜컹대는 오프 비트를 아낌없이 게워낸다. 11분6초간 미궁을 떠도는「Reflection」같은 곡이 그 대표격이라면「The Grudge」와「Ticks & Leeches」는 그 하이라이트가 되겠다. 특히 박력 넘치는 더블 베이스 드러밍을 들을 수 있는 후자의 마지막 1분은 더욱 놓칠 수 없는데, 이런 '드럼 솔로'에 가까운 고난도 기술로 곡을 매듭짓는 행위는 사실 그의 습관이자 색깔이기도 하다. 가령 9분짜리 곡이 있을 때 7분 여는 가다듬고 벼르다 나머지 1분 여 안에 곡의 숨통을 끊어놓는 식이다. 치밀한 계산과 느슨한 이완, 냉정한 가늠과 깊은 호흡. 툴의 음악에서 대니 캐리의 드럼은 어쩌면 화룡점정에서 마지막 그것일지 모른다.

벼락을 문 폭풍우가 안개처럼 스러지는 모습은 대니 캐리의 드러밍을 구체화한 소묘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 그의 플레이는 뭉쳤다 부서지고 사라지던 것이 다시 뭉치는 사이에서 부각되고 만개한다. 서스펜스를 동반한 그 역동적 리듬의 형상은「Schism」의 슬립 비트와 정글 같은「Patient」의 몸부림을 빌어 비로소 드러난다. 정처없는 리듬을 추스려 자신의 근육과 세포 구석구석에 그것들을 심어내는 드러머랄까.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듣기에 난해하고 불편할 법한 비트도 "루디먼트 연습을 페달 연습에 대입, 응용한다"는 대니 캐리의 뇌를 거치면 훨씬 견고하고 친근한 느낌의 박자로 거듭난다. 그건 마치 강력한『Undertow』와 스산한『Aenima』의 조합 같다. 즉, '균형의 미덕'이라는 것인데, 때문에『Lateralus』의 드러밍엔 저 앨범들의 스타일을 망라한 맛이 있고 그것들을 넘어선 멋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대니 캐리라는 장인의 실력이고 공로이다.

"진지한 절규와 혼돈의 성찰"은 툴 음악에 대한 필자 나름의 짧은 정의다. 물론 이것은 대니 캐리라는 희대의 테크니션에게 바치는 필자의 보잘 것 없는 찬사이기도 하다. 결국 절규와 성찰이라는 상극의 조화는 한 드러머의 드라마 같은 프레이즈 속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대니 케리. 그는 데이비드 실베리아(David Silveria)와 아론 스피어스(Aaron Spears)의 동침이면서 닐 퍼트(Neil Peart)와 브랜 다일러(Brann Dailor)의 합체다. 직접 들어보라.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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