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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8. 2016

존 본햄

#6 존 본햄(John Bonham,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본햄(John Bonham), 모든 것은 Good times bad times」에서 시작되었다. 비명 같은 크래쉬 심벌, 드릴처럼 파고 드는 킥킹. 거기에서 비트는 이름을 잃었고  길을 잃었다. 8비트도  본햄의 손과 발을 거치면 16비트가 되고 가지런한 정박도 그의 본능 앞에선 폴리 리듬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비트를 반투명으로 만드는 그의 기술은 Immigrant song」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손은 '천천히 가자' 꼬드기지만 발은 손을 기만하고 저만치 앞에  있다. 발이 보채고 손이 느긋한 곳에서  본햄만의 그루브는 피어나는 것이다. I can't quit you baby」같은 슬로우 블루스 비트에서도 환청처럼 겉도는 고스트 노트는 이후 무럭무럭 자라 레드 제플린 음악의 심장이 되었고  본햄 드러밍의 허파가 되었다.

박력. 존의 드러밍은 힘찼다. 짜임새를 놓치지 않으면서 으름장을 놓는 그의  다른 스타일은 Dazed and confused」에서 출발한다. 곡의 350초대에서 지미 페이지(Jimmy Page) 기타 솔로와 누가  시끄럽고 정확한가를 내기할   커슬레이크(Lee Kerslake) 데이브 그롤(Dave Grohl), 타미 (Tommy Lee) 비니 어피스(Vinny Appice) 아마도 넋을 놓았을 것이다. 그것은 북의 울림이라기 보다 맹수의 포효 같았다. 휘몰아치고  쳐든다. Moby dick」의 거짓말 같은 콤비네이션과 Rock and roll」의 집중력 돋는 솔로 인트로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Black dog」의 비트는 기분 좋은 속임수였다.  본햄은 제자리에 서서 절룩거리는 지미 페이지를 들었다 놨다 하며 리듬에 유머를 불어넣는다. 그는 그런 식으로 리듬을 가지고 놀았다. Four sticks」의 트라이벌 비트, Down by the seaside」의 셔플, Achilles last stand」의 "16비트 같은 8비트"에서 그의 진지한 장난기는 곡들의 정곡을 찔렀다.  순식간에 북들을 긋고 이내 거두어 들이는 칼날 같은 필인은 무사의 그것처럼 고요하며 치밀했고, The rover」나 Houses of the holy」의 정직하고 참신한 그루브 역시 그의 무기요 장기였다.

정말 이만한 드러머는 없었다. 발군의 리듬감, 짜릿한 비트 쪼개기, 드럼을 찢을  저돌적인 스트로크와 페달워크. 혹자는 일찍 죽어 과대평가 되었다고도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본햄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D'yer mak'er」같은 레게와 Communication breakdown」같은 펑크 하드록을 똑같이 완벽하게 소화해낼  있는 드러머가 세상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앞서 떠든 자기만의 색깔이 있었기에 그는 위대할  있었다. 우겨 넣지 않고 포개 넣는 리듬은  본햄 드러밍의 생명이고 가치였다. 그는 어떤 부분에 어떤 리듬이 어울릴지, 어디에서 어디까지 밀고 당겨야 할지를 직감으로 알았고  직감을 손목과 발목의 논리로 표현했다. 비약이 아니다.  본햄은 '진짜'였고 앞으로도  많은  드러머들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진실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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