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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9. 2016

링고 스타

#7 드러머의 이 한 장 - [Please Please Me]

56회 그래미 어워드에 출석한 비틀즈(The Beatles)의 드러머 링고 스타(Ring Starr)를 두고 배철수씨는 "사실 그리 뛰어난 드러머는 아니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뛰어난 드러머"의 기준을 테크닉에 둔 것이리라. 이것은 "폴 맥카트니(Paul McCartney)와 존 레논(John Lennon)의 밴드"라는 비틀즈에 대한 세간의 부당한 오해만큼 부당한 오해라고 나는 생각한다. 드럼을 잘 친다는 건 화려한 기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교는 조건일 뿐 그 자체가 '잘 치는 드러머'의 절대 기준일 순 없다.

링고 자신도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은 팔이 아홉 개 있어도 버디 리치(Buddy Rich)처럼은 칠 수 없을 거라고. 바로 그것이다. 링고는 버디처럼 연주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 초절정 기교는 버디나 진 크루파(Gene Krupa)같은 드러머들의 몫이고 비틀즈 같은 팝 로큰롤 밴드에서 드러머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음악적으론 카우보이 싱어 진 오트리(Gene Autry)를, 드러머 중에선 코지 콜(Cozy Cole)을 자신의 영웅으로 꼽는 링고 스타. 해서 그의 연주는 드럼 기술보단 음악적 어울림을 지향했고 또, 그래야만 했다.  

혹자는 그 어울림을 비틀즈를 위한 "제한된 드러밍"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역시 오해다. 비록 필 콜린스(Phil Collins)가 「A Day in the Life」의 복잡한(Complex) 필인에 존경을 표했다곤 해도 링고 스타는 애초에 '복잡한' 테크니션이 될 생각이 없던 드러머였다. 이는 아예 그럴 능력이 없다며 스스로 겸손하게 강조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틀즈의 '어울림'을 곁에서 조율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은 주저 않고 링고 스타를 최고의 드러머로 꼽는다. 그는 곡에 최적의 템포를 불어넣는 링고의 뛰어난 감각을 칭찬하며, 쉽지 않은 비틀즈의 음악을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링고 스타의 말끔한 백비트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배철수씨완 전혀 다른 관점이다.

링고 스타를 생각하며 고른 앨범이 비틀즈의 데뷔 앨범인 건 그래서다. 이 앨범에서야말로 링고 스타의 백비트를 제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I Saw Her Standing There」에서 하이햇과 스네어를 찢을 듯한 스트로크와 필인은 그래서 더욱 위대하다. 존 레논의 그 유명한 '샤우팅'을 라이드 심벌과 하이햇으로 번갈아 받으며 곡을 균형잡는「Twist And Shout」도 물론 그렇지만「Misery」와「Anna(Go to him)」의 소담스런 드러밍과 「Chains」의 차분한 셔플 비트, 그리고 링고의 뿌리이자 비틀즈의 뿌리인 알앤비와 블루스, 컨트리 성향이 망라된 「Boys」의 프레이즈들은『Let It Be』까지 가야 하는 긴 여정의 예고편이자 거기까지의 요약본과도 같다 하겠다.

저니(Journey)의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는 링고 스타를 일컬어 "대중이 드러머를 주목하게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 기교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마저 링고 스타의 가치를 드럼 솔로가 아닌 '드러머를 향한 패러다임을 바꾼 것'에서 찾았다는 건 많은 걸 시사하지 않는가. 링고 스타는 드러머가 곡을 해석하는 걸 경계했다. 그는 드러머로서 자신을 언제나 비틀즈 또는 비틀즈 곡들의 바탕(Foundation)이라 생각했고 그걸 관철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위대한 드러머들"이라는 자체 리스트에 링고 스타를 다섯 번째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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