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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10. 2016

라스 울리히

#8 라스 울리히(Lars Ulrich, Metallica)

메탈리카(Metallica)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Lars Ulrich)는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의 중간에 선 드러머다. 메탈리카라는 굴지의 밴드를 등에 업고 ‘거저 먹는’ 그의 드러밍에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메탈리카의 음악은 라스의 드러밍을 바탕으로 생성, 조직, 완결된다며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는 모른다.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쨌건 그는 메탈리카와 함께 30년 이상을 달려왔고,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와 밴드를 세계 정상에 올려 놓았다. 과대든 과소든 이 정도면 ‘평가’ 받을 만한 드러머임엔 틀림없다. 힘과 속도, 테크닉과 톤, 라인 구성 면에서 그의 드러밍을 살펴본다.

힘과 속도

“너무 파워풀해!”

언젠가 한 캐나다 친구 입에서 나온 라스 울리히의 드러밍에 대한 소감이다. ‘너무’가 붙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는 가운데 ‘파워풀’이라는 단어에 담긴 긍정적 질감은 호불호가 극명했던 앞선 두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의 드러밍은 힘(Power)이라는 개념 덕분에 과대평가 될 수도 있고 과소평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라스의 드럼은 기본적으로 AC/DC와 키스(Kiss), 모터헤드(Motorhead)와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그리고 70년대 유행한 일련의 하드코어 펑크 스타일에 빚지고 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전자와 빠르거나 서사적인 후자 성향은 라스 드러밍이 가진 힘과 속도의 문법에 알찬 논리를 부여했다. 가령 「Motorbreath」나  「Battery」의 경우, 그것은 초창기 라스의 드러밍이 가진 힘과 속도의 결정판이자 하나의 청사진이었다. 여기서 속도는 모터헤드를 훌쩍 넘어 섰고, 어린 시절 그가 동경했던 로큰롤은 청년 시절 흡수한 하드코어와 펑크로 옮겨가 드러밍 자체를 더욱 과격하고 힘있게 구축시켰다.

라인 구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Blackened」와 「Creeping Death」 역시 같은 맥락에서 라스의 드러밍을 부분적으로 정의 내려주며,『Metallica』의  「Enter Sandman」이나 「Sad but True」는 '힘' 면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주요 트랙들이다. 탐(Tom)들을 중심으로 판을 짜나가는 「Enter Sandman」에선 다시 키스나 AC/DC 풍 로큰롤의 향수가 담긴 연주를 했고, 귀청을 찢을 듯 강력한 스네어톤으로 중무장한 「Sad but True」는 그 캐나다 친구가 왜 라스의 드러밍에 ‘너무’라는 전제를 깔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다. 스네어톤은 ‘거지’같았지만 속도만 놓고 볼 땐 「St. Anger」의 드러밍도 빼놓을 수 없다. MV에서 굳이 카메라 초점을 더블 베이스에 할애하면서까지 강조하고 싶었던 그 미친 속도감은 여태껏 라스의 발놀림 중 가장 빠른 것이기도 했다. 힘과 속도에 대한 라스의 집착 내지 습관은 『Death Magnetic』에서도 충분히 어필됐는데,  「Broken, Beat & Scarred」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테크닉과 톤

콘서트에서 라스의 드럼 솔로는 다른 헤비메탈 드러머들에 비해 진부하다 못해 단순하다. 심지어 「One」의 6연타 더블 베이스 플레이가 그 솔로의 하이라이트가 될 정도니 솔로 아이디어에서 그의 안이함은 팬으로서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테크닉이 좋은 드러머’는 아니다. 간간이 브레이크와 필인 등에서 특유의 재치를 보이긴 했지만(「Master of Puppets」는 그 대표곡 중 하나이다) 그 이상을 우린 듣지 못했다. 단, 테크닉과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는 드럼 라인의 구성에서 라스는 발군의 면모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는 다음 장에서 얘기할 것이다.

사실 라스 울리히 드럼의 진수는 맛깔스런 톤에 있다. 이를 위해 우린 두 장의 앨범을 빌려 와야 한다. 바로 『…And Justice for All』과 『Metallica』이다.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Rasmussen)과 밥 록(Bob Rock)이라는 두 프로듀서를 유명 인사로 만든 두 앨범의 탁월한 드럼 톤은 지금 들어도 세련됐다.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섬세한 느낌의 『…And Justice for All』에선 특히 베이스 드럼 톤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는 라스에게도 향후 자신의 베이스 드럼 톤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심지어 엽기 스네어톤을 선보였던 『St. Anger』에서도 베이스 드럼 톤만큼은 변하지 않았을 정도다. 일부 아마추어 밴드들은 이 사각거리는 톤을 흉내내기 위해 신문지와 담요 등으로 베이스 드럼을 채웠다는 비공식 에피소드도 전한다. 반면, 『Metallica』에선 스네어 드럼 톤이다. 있는 힘껏 내리친 정중앙 타점을 타고 퍼지는 그 명징한 울림은 듣는 이를 곧장 압도한다. 이는 익스트림(Extreme)의 『III Sides to Every Story』와 너바나(Nirvana)의 『Nevermind』 스네어 톤과 더불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록 드럼 톤이기도 하다.

라인 구성

특이하게도 라스는 드러머(포트노이(Mike Portnoy)같은 '작곡가' 드러머도 있긴 하지만)인데도 메탈리카 거의 모든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탈리카 음악의 핵심은 기타 리프. 그것은 프론트맨인 제임스 헷필드의 몫이다. 그럼 라스는? 여기서 다시. 메탈리카 음악의 뼈대는 기타 리프다. 라스는 바로 그 뼈대에 살을 붙여 나가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실제 라스의 드럼 라인은 그대로 곡 진행으로 이어지는데 거기에도 몇 가지 패턴이 존재한다. 가령 「Harvester of Sorrow」나  「Holier than Thou」,  「Eye of the Beholder」나  「For Whom the Bell Tolls」처럼 북소리가 인트로 기타 리프에 겹쳐지는 것으로, 이 때 해당 곡들은 시작부터 긴장감과 박진감을 동시에 머금게 된다. 물론 「Orion」이나  「Until It Sleeps」같이 기본기에 가까운 8비트 드러밍이나(라스는 좀처럼 쓰지 않는)라이드 심벌로도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탐탐과 베이스 드럼으로 곡을 어둠으로 몰고 갔던 「Enter Sandman」이나 두 박째 리듬을 지운 짜릿한 스네어 6연타가 인상적이었던 「Sad but True」 역시 라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의 필인은 주로 스네어 드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더러는 스네어와 크래쉬 심벌, 스네어와 베이스 드럼을 오가며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명쾌하며, 그 명쾌함은 곡을 안정감 있게 이끌거나 깔끔하게 매듭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Ride the Lightning」같은 완급 조절 역시 라스의 장기다. 그는 어디서 걸어야 하고 어디서 달려야 할지, 어디서 웅크리고 어디서 날아 올라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드러밍을 선보인다.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력 없인 불가능한 그런 라스의 드러밍은 특히 「…And Justice for All」같은 대곡에서 더 눈에 띈다. 결국 메탈리카 곡들의 크레딧에 언제나 라스의 이름이 있는 것은 그가 메인 멜로디나 리프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그 멜로디와 리프를 조율하고 숨쉬게 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라스의 드러밍은 일견 단순해 보여도 후배 록 드러머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가령 짧은 한 박 안에 몇 타의 베이스 드럼을 우겨 넣는 라스의 습관은 이후 헤비메탈 드럼계에서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그것은 판테라(Pantera)의 비니 폴(Vinnie Paul)이 특히 즐겼던 패턴이기도 하다. 맥주를 마시며 연주하는 탓인지 때때로 라이브 무대에서 속도의 완급에 잦은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약점(내지는 단점) 조차도 라스 울리히의 드러밍이기에 메탈리카 팬들은 기꺼이 인정하고 보듬어 주는 것일 게다.


● 밴드 & 앨범


Metallica

Kill'em All (1983)
Ride the Lightning (1984)
Master of Puppets (1986)
...And Justice for All (1988)
Metallica (1991)
Live Shit: Binge & Purge (1993)
Load (1996)
ReLoad (1997)
Garage Inc. (1998)
S&M (1999)
St. Anger (2003)
Death Magnetic (2008)
Lulu (2011)


Mercyful Fate

In the Shadows (Guest on 'Return of the Vampire 1993')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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