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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07. 2017

2017년 결산 MQS 가요 앨범

Groovers' Pick - Vol.2


프리티브라운 [Episode 1]  


알앤비 듀오 프리티브라운의 데뷔작이다. 완전히 새로운 곡들로만 채워진 작품은 아니고 기존 발표한 싱글들도 사이사이 넣어 12트랙을 채웠다. 앨범은 자기소개에 가까운 어쿠스틱 넘버 ‘Pretty Brown’ 정도만 빼면 키보드와 일렉트릭 기타를 쓴 펑키 그루브를 주로 내뿜는다. 브랜뉴뮤직 레이블 친구인 버벌진트가 함께 한 ‘애매해 (feat.버벌진트)’를 앞세운 이번 작품엔 칸토와 배치기, 몰리디와 마이노스(이루펀트), 그리고 한해와 Henney가 가세한 플로우 배틀만으로도 입소문을 탈 만 하다.



이 앨범을 설명해주는 딱 좋은 지점, 그러니까 ‘딱 좋은 온도 (feat.배치기)’와 ‘피노키오 (feat.몰리디)’를 놓고 볼 때 프리티브라운의 색깔은 브라운 아이즈와 프라이머리 사이에 자이언티를 슬쩍 끼워넣은 모양새다. 즉, 이들 음악은 힙스터 성향 피비알앤비(PBR&B)도 끈적하고 섹시한 슬로우잼도 아닌 펑크(Funk)와 어반(Urban)이라는 과거 스타일에 빚지고 있다. ‘니 멋대로 살아’와 ‘Beautiful’에서 더듬듯 으깨지던 비트는 다른 트랙들에선 비교적 밝고 무난하게 흘러간다. 이는 멀리 갈 것 없이 이어지는 ‘더치페인(feat. 마이노스 Of 이루펀트)’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셔플 비트로 요리한 ‘옆에(feat. Henney)’ 역시 난해하기보단 단정하다. 단정함은 소리도 마찬가지여서 예컨대 연주만 남은 마지막 ‘애매해 (Inst.)’는 꼭 MQS 파일로 들어보길 권한다.



도마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도마. 요리할 때 그 도마다. 도마는 2년 전 여름 [도마 0.5]라는 미니앨범을 내고 태어났다. 그때 그는 혼자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에 푹 빠져, 표현하는 것과 가사를 쓰는 것을 형식적이지 않게 쓰고 싶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2년 뒤 도마는 밴드를 만들어 돌아왔다. 삼바음악을 하던 퍼커셔니스트 손원진이 합류했고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의 ‘Lenny’ 연주 영상을 보고 도마가 픽업 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거누가 가세했다. 당연히 사운드가 나아졌고 음악도 성장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어울리는 한편에서 봉고와 우쿨렐레가 흐드러진다. 



곡들 중엔 2013년에 쓴 ‘Is This Love’도 있고 도마가 고등학생이었던 2010년에 쓴 ‘너무 좋아’도 있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모티프가 된 ‘오래된 소설을 몸으로 읽는다’가 있는 저쪽 편엔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Why Don’t You Try’에서 영감을 얻은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가 있다. 도마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일에도 소홀하지 않아서 세월호 사건을 다룬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위안부 국정교과서 문제를 보며 쓴 ‘황제 펭귄이 겨울을 나는 법’도 정규 1집에 넣었다. 김목인과 곽푸른하늘을 닮은 그의 시는 “슬픔은 저기 시장 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지”라는 가사(‘소녀와 화분’)로 정점을 찍는다. 도마는 언젠가 앨범 재킷의 커다란 빙산을 “고립이라는 소녀의 무의식”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앨범의 주제다.



이한얼 [Piano Improvisations]  


독일 바이마르 프란츠 리스트 국립음대를 나온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재즈 피아니스트로 방향을 튼 것이 11년 전이다. 단순히 쇼팽(Chopin)의 ‘녹턴’을 재즈로 연주하는 차원이 아닌, 길 자체를 쇼팽에서 몽크(Thelonious Monk)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이한얼의 연주에서 클래식과 재즈는 주객이 전도됐다. 손님이었던 재즈가 전면에 나오고 주인이었던 클래식이 한 발 물러섰다. 2015년 11월 첫날 이한얼은 그런 자신의 이름을 건 피아노 트리오로 앨범 [Unwissend]로 국내 데뷔했다. “한국 재즈 씬의 새로운 가능성”이라 불린 그의 작품 끝에는 ‘Fertig! (Improvisation)’라는 2분28초짜리 즉흥 연주곡이 있었다. 음향 엔지니어이자 오디오가이 레이블 대표인 최정훈은 바로 그 마지막 즉흥 연주에서 다음 앨범의 컨셉을 찾았고 결국 [Piano Improvisations]라는 피아노 연주 앨범으로 구체화 되었다.



단일지향성 마이크 두 개로 녹음한 이 앨범에서 최 대표는 인위적 음향 효과를 배제하고 공간의 소리 잔향을 부각시켰다. 그 소리의 청정 지역에서 숙연한 건반 터치와 비밀스러운 페달링에 기댄 이한얼의 연주는 클래식의 엄밀성에 재즈의 즉흥성을 함께 머금어 순수하게 타오른다. 이 성스러운 고독감은 MQS로 들을 때 더 진하다. [Piano Improvisations]는 연주의 기품을 넘어 녹음에서 치열했던 고민까지 감안해야 하는 작품이다. 오디오가이 앨범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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