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Dec 25. 2017

Groovers' Pick 2017 Pop 결산


U2 [Songs Of Experience]

데뷔한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밴드가 낸 14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유투의 신보는 모든 면에서 진보적이다. 이건 그들 메시지가 희생과 생명이라는 휴머니즘으로 분노를 표출해온 지난 방법론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보’다. 진보라는 것이 꼭 파격이나 혁명일 필요가 없듯 유투의 이번 음악 역시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뽑아낸 것에 가깝다. 예컨대 앰비언스의 운치를 담은 첫곡 ‘Love Is All We Have Left’가 그렇고 벡(Beck)이 불러도 어울릴 ‘Lights Of Home’이 또한 그렇다. 여기에 퍼즈 먹인 ‘American Soul’의 기타 톤은 뮤즈(Muse)의 메튜 벨라미를 연상시키며,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는 MGMT의 그것에 가깝다. 힙합 슈퍼스타 켄드릭 라마가 등장하고 ‘Summer Of Love’가 허리에 있는 똘똘한 트랙 배치는 또 어떤가. 그 어느 때보다 의외이면서 동시에 노련하다. 진보가 젊음의 다른 말일 수 있다면 유투의 지금 음악은 누가 들어도 회춘이라 여기겠다. [The Joshua Tree]와 [Zooropa] 사이를 오가는 아레나록 넘버 ‘The Little Things That Give You Away’를 들어보자. 이어지는 ‘Landlady’에서 에지(The Edge)의 기타와 보노의 감성도 더불어서다. 



이 곡들을 듣고 눈시울을 붉힐 수 있다면 당신의 가슴은 아직 뜨거운 것이다. 유투의 신보에는 유투의 시작과 지금, 앞으로가 모두 들어있다. 후(The Who)의 에너지와 닐 영의 감수성에 브라이언 이노의 섬세함을 다 챙겼고, 그것을 디지털이라는 젓갈로 푹 삭혔다. [Songs Of Experience]는 바로 그 젓갈로 담근 유투의 김장김치다. 자고로 생김치는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맛. MQS가 그 맛을 책임져줄 것이다.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Who Built The Moon?]  

‘Fort Knox’를 듣고 이 앨범을 오아시스 리더가 내놓은 작품이라 여기기란 쉽지 않다. 한 달 전 오아시스의 보컬이 내놓은 첫 솔로 앨범이 여전히 브릿팝을 탐닉하고 있을 때 그의 형은 전자 음악의 가능성을 저울질 하고 있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The Times)'의 지적대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의 세 번째 앨범에선 케미컬 브라더스와 프라이멀 스크림이 함께 들린다. 여러 곡들에 깔아둔 테잎 루프와 프로그래밍, 그리고 간간이 고개를 드는 현악과 브라스의 관여는 이 앨범이 왜 환각적(Psychedelic)인지를 조곤조곤 말해준다. 



노엘은 ‘Black & White Sunshine’, ‘If Love Is The Law’, ‘Dead In The Water’ 정도에서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반면 ‘She Taught Me How To Fly’,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같은 곡들에서 그 고백은 싱거운 농담이 된다. 그는 이 기회에 가장 자기다운 방법으로 가장 자신답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내려 한 듯 보인다. 폴 웰러와 조니 마의 출현은 노엘의 근본을 지지하지만 ‘Interlude (Wednesday Part 1)’이 내뿜는 서늘한 비트는 노엘의 기반을 허문다. 여전히 어쿠스틱 기타가 찰랑대고 ‘Whatever’를 살찌웠던 첼로가 아직도 저변에 흐름에도 이 음반은 기존 팬들에겐 분명 낯선 무언가로 다가갈 것이다. 광활한 앨범 재킷부터 실험을 노린 의지까지 온통 70년대 프로그레시브록적인 이 작품은 오아시스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노엘이 자신의 처지에서 펼쳐보일 수 있는 최선으로 들린다. MQS의 장점을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The Man Who Built The Moon’을 들어보라. 계속 이 정도만 해준다면 오아시스 정도는 얼마든지 잊어줄 수 있을 것 같다. 



Foo Fighters [Concrete and Gold]  

솔직히 푸 파이터스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지금의 푸 파이터스가 될 줄 몰랐다. 데뷔작엔 너바나의 환영을 지울 만한 한 방이 없었고 ‘Monkey Wrench’는 커트 코베인이 되고 싶었던 데이브 그롤의 절규처럼 들렸다. 내 판단이 ‘너바나 드러머 출신이 만든 밴드’라는 편견 아래 있었다 생각을 하게 된 건 [There Is Nothing Left to Lose]를 듣고서부터였다. 그리고 내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 느낀 건 [In Your Honor]를 접한 뒤였다. 이후 ‘The Pretender’를 듣고 그롤의 송라이팅 실력을 인정했고, 8개 지역을 돌며 한 곡씩 녹음한 [Sonic Highways]에서 그롤의 장인 정신엔 따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데이브 그롤은 기본적으로 부지런한 뮤지션이었다. 누구보다 많이 듣고 많이 고민했다. 블랙 사바스부터 노라 존스까지, 그의 관심 장르는 한정과 한계를 거부했다. 그롤은 살아있는 사운드를 노리며 농익은 곡을 쓰려 고군분투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냉소하는 [Concrete and Gold]는 그런 데이브 그롤의 현재다. 60년대 사이키델릭 팝에 70년대 클래식록과 90년대 그런지를 엮어 푸 파이터스의 정체성을 다잡는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이것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모터헤드 버전, 또는 슬레이어가 만든 [Pet Sounds]다. 또한 첫곡 ‘T-Shirt’는 핑크 플로이드의 ‘In The Flesh?’를 닮았고 ‘La Dee Da’는 AC/DC의 재해석이다. ‘The Sky Is A Neighborhood’에서 그롤은 자신의 편곡과 레코딩 실력을 자체 검증 했다.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Dirty Water’에서 푸 파이터스는 자신들이 거물 밴드임을 거드름 피우지 않고 증명한다. 하드한 마칭 리프에 아름다운 코러스가 스몄다. 이는 “하드록의 극한과 팝 센스가 뒤섞였다”는 밴드 측의 주석에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말대로 이 앨범은 푸 파이터스가 만든 가장 사이키델릭하고 불가사의한 작품이다. 지금의 푸 파이터스가 될 줄 몰랐던 나는 ‘Sunday Rain’의 마지막 피아노 솔로를 들으며 이제 음악적으로 푸 파이터스가 어디로 갈지를 모를 입장에 처했다. 푸 파이터스는 어느새 나의 숙제가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현, 아이돌의 가장 빛났던 재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