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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2. 2018

Groovers' Pick (국내)

윤하, 해동성국


윤하 [RescuE]

윤하의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앨범이 5년5개월만에 발매한 윤하의 5번째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세월이 버무린 장르의 혼합, 짜릿한 펑키 그루브, 전자음과 아날로그 감성의 시린 긴장이 젊다 못해 어린 뮤지션들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기적처럼 펼쳐진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는 윤하의 자평을 이해하려면 ‘Drive’와 ‘가’가 피워내는 독한 그리움은 물론 ‘없던 일처럼’과 ‘답을 찾지 못한 날’의 슬픈 상념에 그녀와 함께 젖어들 수 있어야 한다. 칵스 멤버들과 함께 가사를 쓴 ‘RescuE’에서 시작되는 이 낯설고도 낯익은 감성은 성숙해진 뮤지션 윤하가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현재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MQS라 더 촉촉한 ‘종이비행기 (Hello)’의 낭만,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그루비룸이 쓴 ‘Parade’가 모두 윤하의 현재다. 윤하의 음악은 후퇴하지 않는다. 그는 유행에 민감하다. 트렌드를 외면하지 않고 트렌드를 흡수해버린다. 그렇게 흡수한 트렌드로 만든 자신의 음악을 또 다른 트렌드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아티스트가 바로 윤하다. [Supersonic]의 밴드 음악은 과정이었지 결론은 아니었다. ‘Airplane Mode’에서 정점을 찍는 그 음색은 또 어떤가. 사실 [RescuE]는 윤하라는 보컬리스트의 매력을 시전하는 장이기도 하다. 힙합과 알앤비, 일렉트로닉과 팝의 좌충우돌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윤하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이 앨범을 윤하의 앨범으로 만든다. 그는 언젠가 편곡이 자신 음악의 방점이 될 거라 했지만 나는 차라리 그 보이스 컬러를 윤하 음악의 방점으로 보겠다. 그는 좋은 송라이터이기 전에 좋은 싱어다. 이 점을 놓치면 윤하 음악의 절반을 지우게 되는 셈이다. 지난 5년5개월 동안 그 목소리는 더욱 무르익었다. 챈슬러가 피처링 한 'FEEL (feat.chancellor)'의 그루브 위에서 노래하는 윤하를 보라. 윤하는 [RescuE]를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앨범이라고 말했다.



해동성국 [DOKKAEBI PLAY]

해동성국은 서아프리카 부족 음악을 공부해온 해동의 프로젝트다. 해동은 자신의 전공인 아프리칸 음악에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프리 재즈와 아방가르드 재즈를 이식해 듣는 이들을 더욱 긴장시킨다. 태초의 음악을 추측하며 음악에서 향까지 맡게 해보겠다는 이 대담한 프로젝트는 ‘도깨비’와 ‘도사’라는 다소 엉뚱한 구도에서 출발한다. 도깨비는 해동(퍼쿠션/보이스)과 동희(더블/어쿠스틱 베이스), 그리고 향을 맡은 이단(Yidan)이고 도사는 말 그대로 자신들이 다루는 악기 세계에서 나름 일가를 이룬 연주 도사들의 집합이다. 대금의 채승민,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드러머 아라이 코타, 시타르와 목소리를 맡은 한샘바위, 바이올린과 목소리를 담당한 사토 키미야, 플루티스트 이기현, 키보디스트 이종민이 바로 그들이다. 일본인 연주자들이 보이고, 음악이라는 것이 본디 월드뮤직임을 감안해볼 때 이 조합은 발해를 담보한 '해동성국'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이 결국 음악의 본질을 지향하는 수사학임을 알게 해준다. 


앨범의 트랙 디자인은 타악 리듬을 앞세운 도깨비가 사이사이 주도하는 가운데 도사 한 사람씩이 자신의 솔로 연주를 뽐내는 식으로 짜여 있다. 무인들 세계를 인용하자면 ‘도장깨기’쯤 될 이 다채로운 배틀의 장은 해동이 이 작품을 기획한 유일한 저의, 궁극의 목표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 것(대금)과 남의 것(시타르)이 맞서고, 내것 네것이 없는 물체들의 소리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음의 질서를 흩뜨릴 때 해동이 생각한 태초의 음악은 비로소 빚어지는 것이다. 이 음반은 누구나 쉽게,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은 분명 아니다. 객관적일 수 없는 음악이란 예술의 운명이 곧 이 앨범의 운명이다. 누군가는 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정지 버튼을 누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금과 색소폰 도사가 퍼쿠션의 리듬 장터에서 각자의 멜로디를 소매하는 마지막 트랙까지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의 연속이 미덕인 이 아방가르드 절경이 부디 더 많은 이들에게 드리워졌으면 좋겠다. 풍요는 다양성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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