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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5. 2018

리겔 - 하루 (One Day)

부산 하드록밴드 리겔의 첫 앨범


부산 하드록 밴드 리겔(Rigel)은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를 오가는 팀이다. 밴드의 리더 겸 보컬인 이재준은 의사를 본업으로, 리겔을 삶의 활력으로 삼는다. 리듬을 만드는 신민용은 피아(Pia)를 거친 실력파 드러머로 이 팀에 '프로'의 숨결을 불어넣는 존재다. 70년대 블루스록과 80년대 하드록/글램메탈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기타리스트 정봉균, 이재준과 함께 리겔을 결성한 베이시스트 이주현 역시 나름의 음악 경력으로 밴드를 떠받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니앨범 '하루(One Day)'는 지난해 여름 선보인 싱글 ‘일탈’을 포함한 이들의 첫 번째 공식 행보다. 2년 여에 걸친 준비 기간, 결성 5년 만의 결실이다. ‘일탈’로 문을 여는 음반은 로니 제임스 디오를 좋아하는 이재준과 잭 와일드를 표방한 정봉균의 취향이 한껏 묻어난다. 실제로 ‘일탈’의 베이스 인트로는 오지 오스본의 ‘No More Tears’를 연상시키는 만큼 이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와 장르적 지향점이 어디인지는 비교적 명확해보인다. 화려한 필인과 우직한 비트로 곡에 안정감을 주는 신민용의 드러밍은 따로 귀 기울일 만 하다.

덜컹거리는 셔플 곡 ‘놀자’는 막힌 스튜디오 보다는 뚫린 공연장에서 더 어울릴 트랙이다. 실제 이 곡을 공연장에서 들어봤고 그 성격은 명확했다. 이어지는 ‘열쇠 (Feat. 정상수)’는 감정의 평행선을 긋는 코러스가 리겔이 한국 밴드임을 말해주는 곡이다. 이는 정통 하드록을 좇은 ‘회상19’에서도 마찬가지로, 리겔은 두 곡의 코러스를 통해 이 장르가 가진 버터 냄새를 어느 정도 증발시키는데 성공했다. 다만, 또각거리는 림숏을 앞세운 드럼 인트로와 힘들이지 않고 힘을 실은 기타 리프는 좋지만 래퍼 정상수의 심심한 라임, 평범한 플로우는 분명 아쉽다. 테크닉과 메시지가 일취월장한 힙합의 시대에 그의 랩은 로다운30의 ‘아스팔트’에서 들었던 주석의 랩 만큼 시대착오적이다.


리겔의 음악은 시대를 뒤흔들거나 장르적 파격을 갖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밴드를 계속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음악이 가진 대중적 속성을 공익의 차원으로 이끌려는 그들의 한결 같은 마음 때문이다. 결성 이후 매해 참여하고 있는 아동센터 급식비 모금 공연 '도시樂 콘서트', 저소득층 여학생들을 위한 '생리대콘서트', 그리고 세월호 3주기 유가족돕기 공연에 참여한 일은 음악을 넘어 인간적으로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력이다. 앞서 ‘아마추어’라고 한 것은 그들이 직장인 밴드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인간미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들에겐 신념이 있고 의지가 있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곡이 있다. 리겔은 엄연한 프로 록밴드다.

늦은 반쪽 데뷔작을 내놓은 만큼 리겔은 오는 27일 오후6시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갖는다. 공연은 1, 2부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인데 1부에선 시대별 대표 가요곡을, 2부에선 자신들의 곡과 ‘하드한’ 카피곡들을 들려준다. 들국화와 신해철, 블랙 사바스와 딥 퍼플 등에서 선곡이 예상된다. 게스트엔 한국 하드록의 산 증인 블랙홀과 래퍼 미스타 씨(Mista-C, 이창훈)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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