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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3. 2018

1987

30년 전 진실을 마주하다


영화 '1987'은 '지구를 지켜라!'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장준환 감독이 연출한 역사 영화다.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22살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죽는다. 그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영화는 고문치사라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치안본부 및 대공수사처 세력과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검사와 언론, 민주화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1987’은 영화로서 재미있고 사실로서 진지하다. 재미라는 것은 극이 가진 이야기의 힘과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연출에서 나온다. 사실로서 진지함은 배우들이 연기한 인물들과 대사, 사건 정황들이 철저한 고증을 거친 실제라는 데서 불거진다. 예컨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는 실존인물이다. 아들의 유골을 언 강에 뿌리는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역시 실존인물이다)씨가 내뱉은 말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역시 대사로서 그대로 인용된다. 이러한 팩트와 창작 사이 긴장감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큰 힘이다.   


1987년에 고등학생이었던 장준환 감독은 당시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은 부채감으로 이 영화를 작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사람에 관한 얘기라고 했고, 영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일을 우려하면서도 결국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장 감독에게 ‘1987’은 주제의 덩치와 영화의 규모감 때문에 ‘만들고 싶지만 만들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영화였다.


영화평론가 송경원은 “군사정권의 어둠에서 시작해 광장의 함성에서 화면을 멈추는 영화”라고 이 영화를 평했다. 김형석 평론가는 “두 젊은이의 죽음을 기둥으로 구성된 이야기”라고 이 작품을 표현했는데 바로 1987년의 또 다른 희생자 이한열을 두고 한 말이다. 이한열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잘생긴 남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는 스포일러다. 


‘1987’은 1월18일 현재 국내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When the Day Comes’, 우리말로 ‘그 날이 오면’이다. ‘1987’은 사건 후 30년이 지나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 600만 사람들에게 ‘그 날’이 왔는지를 되묻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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