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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31. 2018

Groovers' Pick Vol.3 (해외)

엘라 피츠제럴드, 한스 짐머


Ella Fitzgerald [Ella At Zardi’s]


내가 즐겨 듣는 재즈 앨범들엔 ‘엘라’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엘라와 루이 암스트롱, 엘라와 오스카 피터슨, 엘라와 조 패스, 엘라와 듀크 엘링턴. 이는 아마도 빌리 홀리데이보단 ‘스윙의 퍼스트 레이디’ ‘노래의 퍼스트 레이디’인 엘라 피츠제럴드를 내가 좀 더 편애한다는 뜻일 게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홀리데이의 상처와 눈물보단 엘라의 환희와 희열에 내 마음을 더 빼앗긴 것일 텐데, 힘과 기교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 그 노래가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보컬리스트의 재능이었다는 건 여전히 아이러니이긴 하다. 이 앨범은 1956년 2월2일, 헐리우드 자디스 재즈랜드에서 펼쳐진 엘라의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이 시기는 엘라가 한 해 전 데카(DECCA)와 계약을 끝내고 노먼 그랜츠의 버브(Verve) 레이블로 둥지를 옮긴 뒤 미국의 송북(Songbook)들을 하나씩 요리해나가겠다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던 바로 그 때다. 송북 프로젝트는 56년 콜 포터 송북에서 시작해 조니 머서 송북까지 도합 8세트를 세상에 남겼다.



엘라는 이날 밤 두 차례 무대에서 21곡을 불렀다. 피아니스트 돈 애브니, 베이시스트 버논 엘리, 드러머 프랭크 캡이 그녀를 도왔다. 셋의 연주는 마치 자연처럼, 피츠제럴드라는 생명체에게 빛과 물을 공급하듯 너그럽다. MQS로 전해지는 민낯의 그 섬세함은 듣는 내가 실제 그 현장에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들고 끝내 그 소리에 취하도록 만든다. ‘엘라의 스윙(How High The Moon)’, ‘엘라의 스캣(Bernie’s Tune)’, ‘엘라의 고독(Glad To Be Unhappy)’이 고스란히 내 귀와 가슴으로 전해진다. 달콤하게 숙성된 음색, 적수가 없는 스캣 가수라는 혹자의 표현에 그대로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음반에는 있다. 오늘, 내가 즐겨 듣는 재즈 앨범에 또 한 장의 ‘엘라’가 추가되었다.



Hans Zimmer [Live In Prague]


한스 짐머는 음악을 듣기 위해 극장을 찾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84년작 [성공은 최고의 복수다]부터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이어진 그 거대한 여정은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 정도가 아니면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스콧 형제(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마이클 베이, 론 하워드, 고어 버빈스키,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와 작업했다. 한스 짐머는 독일인이지만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헐리우드의 소리를 좌지우지 했다. 이 라이브 앨범은 지난 2016년 프라하의 O2 아레나에서 한스 짐머와 음악 친구들이 1만7천 관중 앞에서 펼친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다. 이날 현장에선 [레인맨], [라이온 킹], [트루 로맨스], [크림슨 타이드], [씬 레드 라인], [캐리비안의 해적], [글래디에이터], [다빈치 코드], [맨 오브 스틸], [다크 나이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셜록 홈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유명 헐리우드 작품들이 망라돼 소리로 재상연 되었다. 여기서 한스 짐머의 음악 친구들이란 대중음악에서 통용되는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조합을 포함한 21인조 밴드와 풀(full) 성가대, 그리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까지 총 72명의 뮤지션들을 말한다. 스미스(The Smiths)의 기타리스트 조니 마도 그 중 한 명이다.



조니 마와 밴드는 먹구름처럼 일렁이는 오케스트라 사운드, 천지개벽의 성가대 소리와 조화, 대립을 반복하며 한스 짐머의 음악 역사를 하나씩 복기해나간다. 눈으로 듣는 음악, 귀로 보는 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되도록 이 앨범을 DVD나 블루레이 같은 영상으로 접하지 말 것을 권한다. 해당 매체들 속 이미지는 한스 짐머 음악의 힘을, 의미를 반감시킨다. 적어도 이 공연에선 그렇다. 이 연주 기록 앞에서 영화는 증명이 아닌 상상의 몫이다. 영화는 음악에서 피어나 음악으로 사라진다. 자칫 지루한 오케스트라 공연이라고만 치부하고 이 앨범을 지나칠 가능성이 부디 당신의 것이 아니길 바란다. MQS로 이 음악을 감상하는 순간 당신의 공간은 그대로 아이맥스 영화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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