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드림팝 맛보기
유미 주마(Yumi Zouma). 낯선 이름이다. 멤버들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장소에서 자신들을 격려해준 두 친구로부터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설명을 들어도 애매한 이름이긴 매한가지다. 밴드 스스로도 같은 질문에 지쳤는지 이젠 그 이름 자체가 곧 밴드라고 말한다. 다른 의미 부여는 꺼리는 눈치다.
유미 주마는 휘도는 드림팝에 투박한 디스코 비트를 섞는 뉴질랜드 출신 4인조로 2013년 결성됐다. 일렉트로닉 건반과 프로그래밍, 보컬을 맡은 크리스티 심슨을 홍일점으로, 기타에 찰리 라이더와 샘 페리, 베이스는 조쉬 버제스가 맡았다. 앨범 'Willowbank'는 미니앨범 2장, 정규작 1장을 내놓은 뒤 내놓은 유미 주마의 두 번째 풀렝스 음반이다. 초기 곡들로 로드(Lorde)와 쳇 페이커로부터 인정 받은 이들은 1집 [Yoncalla]로 까다롭다 소문난 웹진 ‘피치포크’의 눈도장까지 찍으며 비로소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
2집은 통째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녹음했다. 반쯤 폐허가 된, 그러나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아 ‘정원 도시’라 불리는 그곳에서 유미 주마는 어떤 평온한 기운을 마주한 듯 보인다.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뀐 커버가 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서다. 음악도 그런 깊은 안정감을 준다. 신보는 전작의 ‘Short Truth’ 같은 짱짱한 신스팝 대신 ‘Us, Together’ ‘Other People’같은 도회적인 맛을 더 강조하고 있다. 마치 파리스 매치(Paris Match)가 드림팝과 라운지를 번갈아 아령 드는 느낌이다.
이전까지 유미 주마는 자신들의 환경(고향)에 자신들 음악을 결부짓길 거부했다. 오아시스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커버한 적 있는 이들은 정체도 모르는 ‘뉴질랜드풍’이 자신들을 규정하는 것에 반감 비슷한 걸 보여온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에선 다르다. 유미 주마는 모국에서 만든 이 앨범을 두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얘기했다. 서정적인 ‘Carnation’은 그 정체성의 심장이다.
지난 작품보다 더 차분하고 더 섬세해졌다. 쇼팽이었던가.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는 욕구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려는 욕망이 더 컸던 이가. 그건 결국 같은 얘기다. 인기를 얻으려면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고 좋은 음악엔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이 따른다. 유미 주마의 이번 앨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