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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r 22. 2018

Overkill - The Grinding Wheel

1세대 스래쉬 메탈 밴드의 자존심!


범주(Category)라는 말이 가진 한계는 그 안에 가둔 것들만 다루거나 갇힌 것들에만 관심을 기울이려는 습성에 이미 배어있다. 예컨대 선진국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국가들은 은연 중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의 늪에 빠지고, 일류대 범주에 들지 않는 대학들은 자연 법칙 마냥 이류, 삼류대를 향해 상식적으로 전락하고 만다. 대중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명하고 잘 팔리는 뮤지션 또는 팀만 엮는 ‘~인방’이나 ‘빅~’ 같은 범주는 그 자체 배제의 논리를 품고 있어 거기에서 제외되면 아무리 훌륭한 앨범을 내놓아도 대중의 관심 밖에 설 수 밖에 없다. 범주의 폭력성은 애초 차별 짓는다는 범주의 속성 그 안에 녹아있는 것일지 모른다.


스래쉬 메탈에 있어 ‘Big Four’라는 범주 역시 마찬가지다. Metallica, Megadeth, Slayer, Anthrax를 일컫는 이 흔한 분류는 여기에 섞이지 못한 다른 걸출한 스래쉬 메탈 밴드들을 단박에 대중 앞의 유령으로 만들어버린다. 실제 지난해 말 발매된 Metallica의 신보는 스래쉬 메탈과 그다지 상관이 없었음에도 Destruction의 [Under Attack]과 Testament의 [Brotherhood of the Snake]를 거의 존재하지 않는 앨범으로 만들어버렸다. 분명 장르에서 업적이 있고 팝 가수에 맞먹는 인기 팀이기 때문에 관심과 열기는 당연한 것이겠으나, 그것이 다른 실력파 밴드들의 쾌작에 무관심을 부추기는 것이라면 이는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범주는 이처럼 폐쇄적이고 때론 잔혹하리만치 이기적이다.


‘Big Four’에는 들지 못하지만 실력 짱짱한 밴드들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소개할 Overkill 역시 그 중 한 팀으로 이들은 70년대 하드록과 펑크, 80년대 NWOBHM에 깊은 영향을 받은 ‘Big Four’ 밴드들과 살짝 다르게 Accept 스타일에 좀 더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Overkill 음악의 큰 지분을 가진 보컬리스트 Bobby "Blitz" Ellsworth의 취향도 Iggy Pop과 Dee Snider, Rob Halford, 그리고 [Sheer Heart Attack]의 Freddie Mercury에 가까워 같은 계열 다른 밴드 프론트맨들에 비해 더 기교 있는, 그러면서도 비열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이들이 Saxon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D. D. Verni의 비린 베이스 톤만큼은 또 Iron Maiden의 Steve Harris를 떠올리게 한다. Overkill은 딱 이거라 규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밴드다.



[The Grinding Wheel]은 그런 Overkill의 통산 18번째 정규 앨범이다. [Feel the Fire]로 공식 데뷔한 것이 85년이니까 평균 2년에 한 장씩은 꾸준히 앨범을 내온 셈이다. 정말 대단한 정력이라 아니할 수 없는데, 이번 앨범은 [Under the Influence]로 대표되는 과거 Overkill 스타일, 그러니까 정통 스래쉬 메탈 에너지를 바닥에 깔고 로큰롤과 펑크, NWOBHM과 (훵크)그루브, 그리고 Black Sabbath 같은 클래식 헤비메탈까지 망라 해 마치 자신들의 중후반기 1부 활동을 마감하려는 듯 느껴질 정도다. 인트로에만 1분30초의 공을 들이는 ‘Mean, Green, Killing Machine’이 이 앨범의 첫 곡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 한 곡속에 앞서 말한 음악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NWOBHM의 역동성에 Overkill만의 에너지를 담은 ‘The Long Road’ 같은 곡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루브’라는 단어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이들 앨범들 중 가장 그루비 했던 [I Hear Black]이나 ‘Thanx for Nothing’이 수록된 [Horrorscope]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그 맥락에서 뮤직비디오로 자신들 건재를 과시한 ‘Shine On’과 셔플 헤비 넘버 ‘Come Heavy’를 잇따라 들어보면 좋겠고, 아예 훵키 느낌까지 머금은 ‘Goddamn Trouble’도 좋은 예일 수 있겠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Let’s All Go to Hades’ 같은 곡은 신보에 담긴 로큰롤 성향의 증거다.


Bobby의 말에 따르면 [The Grinding Wheel]은 매우 다양하고 질척이는(Sludgy) 앨범이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플라스틱 스래쉬 메탈(Plastic Thrash Metal)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Metallica와 Testament보다 Judas Priest와 Accept(‘Red White and Blue’)의 냄새가 더 짙게 배어있다. Overkill의 자체 프로듀싱과 한 밴드를 가장 그 밴드답게 만들어준다는 베테랑 엔지니어 Andy Sneap의 믹싱과 마스터링.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던 이 앨범 발표 후 그러나 아쉬운 소식 하나가 있었으니 2007년작 [Immortalis]부터 밴드의 드럼 셋을 책임졌던 Ron Lipnicki가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를 떠난 것이다. 현란한 콤비네이션으로 메탈의 박진감이 무엇인지 들려준 드러머였는데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냥 실망할 일만은 아닌 것이 Ron의 후임이 다름 아닌 Shadows Fall의 Jason Bittner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부터 Flotsam and Jetsam에도 적을 둬왔다. 아마도 Overkill의 다음 앨범은 바뀐 드러머만으로도 수다를 떨 수 있지 않을까. Dimebag Darrell이 생전에 극찬한 Shadows Fall 출신 드러머이니까 말이다.


* 이 글은 록매거진 <파라노이드> 31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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