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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r 23. 2018

Mastodon - Emperor of Sand

일곱 번째 앨범으로 돌아온 헤비메탈의 미래


‘Where Strides the Behemoth’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한다. 사나운 메탈코어풍 샤우팅, 게걸스러운 슬러지 메탈 기타 톤, 프록 락의 장엄한 구조, 그리고 프리 재즈 마냥 산발한 프레이즈로 매섭게 휘몰아쳤던 Bran Dailor의 드러밍. 그것은 소설로 치면 Emily Bronte의 <폭풍의 언덕>이었고 회화로 치자면 Peter Paul Rubens가 그린 <파에톤의 추락>이었다. 나에게 Mastodon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이면서 스토너 록을 일삼는 팀이었으며, 슬러지 메탈과 메탈코어위에서 재즈 리듬을 가지고 놀던 존재로 기억된다. Mastodon의 무시무시한 데뷔작 [Remission]은 그야말로 21세기 헤비메탈이 어디로 갈지를 예고한 파격적 길라잡이였다.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고전 <모비딕>을 모티프 삼은 컨셉 앨범 [Leviathan]으로 그들이 정상에 선 것은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의 일. 거대한 소용돌이를 몰고 온 [Leviathan]은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강한 인상을 심으며 <케랑!> 선정 ‘2004년 최고 앨범’과 올뮤직 사이트로부터 별 다섯 만점을 받으며 명반 반열에 오른다. 2006년작 [Blood Mountain]까지 파상공세를 이어가던 이들은 14세 때 자살한 Bran Dailor의 누이를 기억한 [Crack the Skye]부터 작법과 연주 패턴에 조금씩 변화를 주었고, [The Hunter]부터는 마니아와 대중의 귀를 함께 고민한 흔적을 팬들에게 소개했다. 전면적이 아닌 점진적인 이들의 변화에 리스너들은 화답해주었고 앨범 판매고와 인지도는 평행선을 그으며 Mastodon을 Metallica와는 다른 차원의 인기 헤비메탈 밴드로 천천히 끌어올렸다.



[Emperor of Sand]는 그렇게 스타 밴드가 된 Mastodon의 일곱 번째 정규작이다. 병과 죽음, 그리고 굶주림이 주제인 이번 앨범은 특히 암진단을 받고 고통 받은 멤버들의 실제 친지들로부터 결정적인 영감을 얻었다. 가령 유방암에 걸렸던 Troy Sanders의 아내라든지,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한 Bran Dailor의 모친, 뇌종양으로 생을 마감한 Bill Kelliher의 모친이 그 대상들이다. Dailor가 David Bowie를 떠올리며 노래하고 연주했다는 ‘Roots Remain’은 바로 Kelliher가 고통에 시달리던 모친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무력함을 담은 곡이다.


이 모든 영감의 이미지를 밴드는 앨범 재킷 한 장에 담았다. 악마적 지배자 형상을 한 그림 리퍼(Grim Reaper), ‘Sultan’s Curse’의 기타 리프에 영감을 준 David Lean 감독의 <아라비아 로렌스>식 불타는 사막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앨범은 Mastodon의 변화가 얼마나 천천히 진행되어왔는지, 그러면서 그 변화는 또한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Sultan’s Curse’가 덜 변화된 Mastodon의 과거 흔적이라면 전작에 실린 ‘The Motherload’나 ‘Halloween’을 잇는 대중 지향 트랙 ‘Show Yourself’는 어둠을 털어내고 빛을 향해 가는 밴드의 희망적 몸부림이다. 여기에 ‘Clandestiny’에서 기타 신디사이저를 쓰는 등 알콜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난 리듬 기타리스트 Bill Kelliher의 창작욕이 크게 한 몫 하였고, 85년 하드코어 펑크 밴드로 데뷔해 92년작 [Souls at Zero]부터 포스트/슬러지 메탈로 종목을 변경한 Neurosis의 Scott Kelly와 Anthrax, Nuclear Assault, Stormtroopers of Death를 거친 베이시스트 Dan Lilker가 결성한 그라인드코어 밴드 Brutal Truth의 Kevin Sharp가 각각 ‘Scorpion Breath’, ‘Andromeda’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또한 Frank Zappa와 Joe Satriani의 투어를 빛내준 Mike Keneally는 끝곡 ‘Jaguar God’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며 앨범에 내실을 다져주었다. 그러고보니 Scott Kelly는 Mastodon의 효자 앨범 [Leviathan] 수록곡 ‘Aqua Dementia’ 이후 줄곧 이들 앨범에 게스트 보컬로 출현하는 작은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프로듀서 Brendan O'Brien이다. 밴드와는 [Crack the Skye] 이후 8년만의 재회. 웬만해선 다시 부르라거나 다시 연주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 속전속결형인 그는 이번 앨범에서 “헤비메탈을 부르는 Peter Gabriel”이었던 메인 보컬 Troy Sanders와 Brent Hinds, 그리고 Bran Dailor라는 삼단 콤보 보컬 하모니 라인을 이끌어내 Mastodon의 보컬 시스템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그 아름다운 화음 정경은 곡들을 직접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차트 기록도 계속 좋아지고 있는 Mastodon. 이번에는 무려 빌보드 앨범 차트 7위를 찍었다. 이런 비대중적인 음악으로 세계 대중의 이목이 향해 있는 차트에서 톱10에 들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지금 헤비메탈의 가장 현실적인 미래를 보고 있다.


* 이 글은 록매거진 <파라노이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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