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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pr 30. 2018

Groovers' Pick Vol.6 (해외)

Chet Atkins, Jack White


Chet Atkins [Hometown Guitar]


흔히 쳇 앳킨스를 일컬어 ‘기타 맨’ 또는 ‘컨트리 젠틀맨’이라고 한다. 기타를 그만큼 잘 친다는 뜻이고 그의 기타는 컨트리를 들려준다는 뜻이다. 쳇은 멜 트래비스의 핑거 피킹 스타일을 자신의 손가락에 안착 시킨 뒤 장고 라인하르트와 레스 폴이라는 터널을 통과 한 사람이다. 그런 쳇의 뒤를 쫓은 대표적인 기타리스트가 바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마크 노플러다. 


[Hometown Guitar]는 쳇 앳킨스의 68년작이다. 24년생이니까 그의 나이 44세 때 낸 작품이다. RCA 음반사의 ‘내슈빌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만큼 MQS는 당시 컨트리 음악의 따뜻한 녹음 수준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앨범은 ‘Big Daddy’부터 컨트리 기타의 진수를 내뿜는다. ‘Huntin’ Boots’에서 속도를 올리고 조니 캐쉬 같은 ‘Blue Guitar’에서 다리쉼을 한다. ‘Cattle Call’이 사뿐한 운치를 건네니 ‘Back To Old Smoky Mountain’이 풋풋한 미국의 정서로 화답한다. 때로 블루스나 컨트리 기타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일렉트릭 기타를 멘 록스타들의 초절기교만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악기 기교는 보통 그 장르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다. 우선 장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그 악기의 기교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쳇 앳킨스의 기타는 컨트리라는 장르를 알아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타다. 그렇다고 컨트리 기타에 초절기교가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컨트리 기타리스트가 마음만 먹으면 일렉트릭 록 기타리스트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이다. 헤비메탈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가 컨트리 기타에 괜히 집착하는 게 아니다. 



이 앨범은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곡들 안에는 물론 엄청난 기타 기교들이 숨어있다. 예컨대 ‘Blue Angel (Buddha Remastered – 2000)’ 같은 곡은 마치 메트로놈이 노래하듯 정확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무던히도 쏟아낸다. 또한 빠르고 서정적인 ‘Get On With It’, 듣고 있으면 한 입 베어물고 싶은 ‘Pickin’ Pot Pie’의 풍성한 멜로디 라인도 쳇 앳킨스의 ‘쉽게 들리지만 어려운’ 기타 연주들이다. 지나친 도시화, 첨단화로 시골을 ‘촌스럽다’고 인식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50년 된 이 앨범은 역으로 다져진 세련미를 들려준다. 하늘, 바람, 구름, 강과 바다, 산이 쳇 앳킨스의 기타 한 대에 모두 담겨있다. 음악의 마술이다. 



Jack White [Boarding House Reach]


잭 화이트는 솔로 앨범으로 자신을 자극하고 극복하는 뮤지션이다. 음표 하나를 그려도 비트 하나를 찍어도 남들과 다른 의도로, 세상에 없던 것을 빚어낸다. 사실 [Lazaretto] 이후 나는 과거 화이트 스트라입스 리더의 아이디어가 많이 희석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 들려줄 게 있을까, 라고 나는 지레 판단해버린 것인데 신작 [Boarding House Reach]를 듣고 보니 그건 분명 오판이었다. 이 음반은 마치 자신이 더 들려줄 게 없을 거라 생각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고쳐먹으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피들, 튜바, 트럼펫과 트롬본이 동원됐고 업라이트 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 어쿠스틱 드럼과 일렉트로닉 드럼, 신시사이저와 하몬드 오르간, 퍼쿠션과 탬버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잭의 광기를 구체화 시키는데 일조했다. 


녹음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했다. 내슈빌은 컨트리의 성지라 일컫는 곳으로 이 앨범에서도 ‘What’s Done Is Done’ 같은 곡이 해당 장르를 건드리고 있다. 또 하나 내슈빌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마이클 잭슨처럼 되고 싶었던 14살 잭 화이트가 릴투릴(Reel-to-Reel) 레코더로 녹음을 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영웅을 설정해두고 온갖 음악적 호기심으로 그 영웅을 따라하던 시절의 무모함이 그리웠던 것일까. 잭은 이번 작품을 통해 펑크(Punk)와 힙합, 전자음악과 로큰롤을 모두 집어삼킬 듯 아가리를 힘껏 벌려 음악 앞에 앉았다.



앨범을 가득 채운 열 셋 트랙들은 작법의 독립성을 부여받아 요란한 자체 분열을 하며44분 7초라는 러닝타임을 적신다. 특히 5분39초라는 가장 긴 시간을 배당 받은 ‘Corporation’은 잭 화이트가 얼마나 논쟁적인 작곡가이고 능란한 프로듀서인지를 숨 고를 틈 없이 들려주고 있다. MQS도 담아내길 부담스러워 하는 이 파괴적인 취향은 ‘Hypermisophoniac’이라는 또다른 진취성으로 이어진 뒤 ‘Ice Station Zebra’의 음악적 콜라주에 이르러 비로소 소멸한다. 


잭이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기타리스트였다는 걸 굳이 떠올리게 하는 트랙 ‘Over And Over And Over’와 드보르자크의 ‘Humoresque’ 정도를 빼면 이 음반은 끊임없이 상식을 배척하는 전위성을 담보하려 든다. 틀에 박힌 음악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잭 화이트는 존재하려는 듯 보이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Pet Sounds]를 만들 당시 브라이언 윌슨이 그랬듯 지금 잭 화이트의 머릿 속은 자신만 질서 지울 수 있는 혼돈으로 가득차 있다. 가장 내면적이고 그래서 더욱 은밀한 이 무차별적 도발이 보편적 음악 질서로 인정 받았다는 객관적 증거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라는 수치상 기록뿐이다. 물론 그 기록은 이내 곤두박질 치고 만다. 바로 자신의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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