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un 27. 2018

Charlie Puth - Voicenotes

나를 극복해 나를 증명하다


으레 뮤지션이라면 자신이 내놓은 지난 앨범의 수준을 다음 앨범에서 넘어서야 한다는 무언의 강박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창작자로서 발전과 진화는 지켜야 하는 약속과 다를뿐더러,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운명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찰리 푸스는 두 번째 앨범 ‘Voicenotes’를 알앤비 팝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을 극복하는 매개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다. ‘One Call Away’ ‘Marvin Gaye’ ‘We Don’t Talk Anymore’가 수록된 플래티넘 데뷔작과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간이나 1위를 차지한 ‘See You Again’의 작곡자가 뭘 더 얼만큼 극복하겠다는 건지 의아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 마일즈 데이비스와 빌 에반스, 베이비페이스와 테리 루이스 사이에서 발견하고 발전시킬 것들이 더 있다 말하고 있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젓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제이슨 드룰로, 트레이 송즈, 마룬 파이브를 뗏목 삼아 찰리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더 넓히겠다는 각오로 이번 작품을 건넜다.


찰리 푸스는 언젠가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을 나와 자신만의 무엇을 증명한 뮤지션들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뉴 에디션의 바비 브라운과 랄프 트레스반트, 저니의 스티브 페리, 그리고 왬!의 조지 마이클이 바로 그들이다. 찰리는 저들처럼 자신을 증명해 자신을 극복하거나 자신을 극복해 자신을 증명하는 일을 지상과제로 삼고 신작에 임한 듯 보인다. 첫곡 제목이 ‘The Way I Am’인 것부터가 이미 그 징조다.  



자기증명과 극복을 위해 찰리는 우선 전작에서 받은 ‘좋지만 단조롭다’는 일각의 평을 누그러뜨릴 성숙해진 작곡력과 프로듀싱 능력을 키워왔다. 러닝타임 48초에서 성큼 들어서는 베이스 파트가 일품인 ‘Attention’과 켈라니(Kehlani)가 피처링한 펑키 트랙 ‘Done For Me’를 중심으로 신작엔 싱글 히트보다 앨범 전체 완성도에 더 신경을 쓴 찰리 푸스의 의중이 반영돼있다. 감상해나가며 좋은 곡을 따로 고르는 일이 무의미해질 때 그 작품은 '앨범'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런 앨범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부른다. 하물며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알앤비를 좋아했던 찰리가 보이즈 투 멘이라는 대선배 그룹과 ‘If You Leave Me Now’를, 자신의 영웅인 제임스 테일러와 ‘Change’를 함께 부른 음반이 대중의 환심을 사게 된다면 그에게 이보다 더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 찰리 푸스는 ‘장사’를 넘어 ‘예술’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스스로를 다잡기 전 저 불길한 공식도 더불어 깨야할 상황이었다. 찰리는 마치 헤르만 헤세의 그 유명한 소설 속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싱클레어에 가까웠다. 그는 절박해보였지만 그는 기어코 알을 깨냈다. 여전히 건반의 코드 체인지와 소녀, 음식을 좋아하는 27살 팝스타가 가져온 두 번째 앨범은 결국 뮤지션으로서 그가 스스로와 투쟁한 결과물이다. 찰리는 이로써 11월8일 두 번째 내한공연에서 한국팬들 앞에 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Adoy - Lo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