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y - Love

도회적 팝 사운드의 정점

처음 아도이의 음악을 듣고 제이팝인 줄 알았다. 원망과 슬픔이 뒤섞인 아이의 표정을 담은 아오키지의 작품, 블레이크(Blake)의 시가 신스팝과 시티팝, 드림팝 사이에서 춤을 추는 음악의 풍광은 분명 모노레일 안에서 바라본 도쿄의 야경을 닮았기 때문이다. 밴드 이름도 밴드 멤버의 반려묘 이름(YODA)을 뒤집은 것에다, 데뷔 EP 제목 역시 일본인들 편애 동물인 고양이가 좋아하는 허브(CATNIP)였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들은 한국 밴드였고 멤버들 이름도 인디 음악 좀 들은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 만큼 익숙한 면면이었다. 이스턴 사이드 킥에서 온 보컬과 드럼(오주환과 박근창), 트램폴린의 베이시스트(정다영), 프럼 디 에어포트의 신시사이저(ZEE), 그리고 워터스포츠를 거친 기타(조조)까지.  

  

‘굶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밴드’를 지향한 이들은 오주환의 말대로 ‘팝’이라는 한 단어에 수렴될 수려한 데뷔 EP로 평단과 음악팬들로부터 같은 호평을 받고 다음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행히 다음 행보는 1년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한때 헤비메탈에 빠져 살았다는 지(ZEE)의 ‘락부심’을 깨준 다프트 펑크에의 헌정 ‘Young’이 첫 싱글로 지난 5월8일 먼저 대중을 찾았고, 밴드의 두 번째 EP ‘Love’가 그로부터 한 달하고도 나흘이 지난 뒤 세상에 공개됐다.

  

일단 크레딧에서 비치 보이스를 좋아했던 조조의 이름이 빠졌다. 그럼에도 첫곡 ‘Wonder’는 철저히 아도이스럽다. 전작의 ‘San Francisco’로 그 곡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정다영의 바람이 이젠 밴드 음악 전반에 드리워진 느낌이다. 듣는 순간 '아도이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커버 아트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주환의 기타 수강생이었던 작가 아오키지의 것이다. 마츠모토 레이지 냄새가 났던 지난 EP에서 이번엔 아다치 미츠루풍으로 옮겨왔다. 그래서일까. 앨범 제목도 ‘사랑(Love)’이다.  

  

음악은 여전히 화려한 도심 속, 숨죽인 환락 끝 낭만의 감성으로 가득차있다. 창법 역시 지난 앨범에서처럼 “소리 2%, 공기 98%”로 부르는 자연친화적 방법론에 그대로 기대 있다. 모든 것이 미니멀하고 우주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디지털 세상의 숨가쁜 숙명을 거부하듯, 이들은 ‘사랑’이라는 아날로그 주제를 부여잡고 듣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가자 말한다. 차가울 법한 최첨단 사운드로 따뜻한 여유, 인간적인 감정을 갖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밴드 아도이의 역할, 음악적 사명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들이 있어 허탈한 도시의 밤은 오늘도 따스하다. 아도이는 계속 주목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