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헤비메탈 앨범
건즈 앤 로지스의 음악은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그들은 그저 하노이 록스, AC/DC, 에어로스미스, 레드 제플린을 펑크(punk)라는 양념으로 푹 절였을 뿐이다. 올드록 팬들에겐 이미 익숙했을 그 조합이 그러나 세상을 뒤집었다. 가령 <빌보드>지의 크리스티나 티투스는 “헤비메탈의 힘, 펑크의 반항, 글램 메탈의 미학, 그리고 블루지 기타로 록 순수주의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쓰며 대부분 평론가들과 함께 이 앨범을 긍정했다. 현재까지 3천3백만 장이 넘게 팔린 [Appetite For Destruction]은 그렇게 헤비메탈과 팝의 시대였던 80년대를 마감하고 마감된 80년대를 대표했다. 발매 후 30년이 흘렀어도 그 완벽한 음악적 퇴폐미는 여전히 황홀한 악취를 사방으로 풍겨대는 것이다.
무엇보다 곡들이 좋았다. 멜로디와 리듬에서 이들은 어느 쪽도 소홀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현을 뜯고 북을 때리면서 멤버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완벽주의의 노예가 되어갔다. 서스펜스를 동반한 기타 리프와 작렬하는 기타 솔로는 슬래쉬를 깁슨 레스폴의 효자 기타리스트로 만들었고, 브라이언 존슨(AC/DC)도 울고 갈 개성파 보컬리스트 액슬 로즈는 향후 빈스 닐(머틀리 크루), 게리 세론(익스트림)과 더불어 90년대 3대 록 보컬리스트로 군림할 터였다. 우람한 그루브를 자랑하는 'welcome to the jungle'은 그 전조였고 블랙 사바스의 'zero the hero'에서 모티프를 얻은 'paradise city'와 숨은 명곡 'nightrain'은 그 과정이었다. 물론 결론은 당시 연인이었던 에린 에벌리를 위해 액슬이 정성껏 부른 'sweet child o' mine'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안 크롤(Australian Crawl)의 81년 곡 'unpublished critics'와 표절 시비가 있긴 했지만 인트로를 비롯해 곡 전반을 지배한 슬래쉬의 기름진 기타 연주가 진국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리듬 파트도 훌륭했는데 펑크 키즈 더프 맥케이건과 군더더기 없는 닭가슴살 드러밍을 들려준 스티븐 애들러의 철벽 호흡은 액슬과 슬래쉬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뜨락이 돼주었다. 앞서 얘기한 곡들보다 인지도는 덜 해도 절대 덜 훌륭하진 않은 'it's so easy', 'my michelle', 'anything goes', 'rocket queen'을 들어보자. 갓 긁어낸 누룽지처럼 구수한 슬래쉬의 깁슨 톤과 액슬의 앙칼진 박력이 빛날 수 있었던 건 결국 저 두 사람의 역할 덕분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이지 스트래들린. 핑크 플로이드와 밥 딜런, 앨리스 쿠퍼를 좋아하는 그는 앵거스 영에 가린 말콤 영 같은 존재였는데, 밴드 내 기타와 관련한 거의 모든 스팟 라잇이 슬래쉬로 향해 있는 중에도 리듬 기타리스트로서 자신만의 작곡 감각에 충실했던 인물이다. AC/DC에서 말콤 영이 어떤 존재였는지 돌이켜본다면 이지가 왜 재조명 되어야 하는지가 조금은 명쾌해진다.
[Use Your Illusion]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건즈 앤 로지스 하면 언제나 이 앨범이다. 제목처럼 꿀럭거리는 '식욕'과 거친 '파괴'의 미학이 공존하는 그것은 건즈 앤 로지스라는 밴드의 자아요 본질이었다. 폭발하는 그루브, 섹시한 보컬, 깁슨 레스폴에 영원을 준 리드 기타.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슈퍼 디럭스판 리마스터 톤으로 다시 들으며 흘러간 내 청춘을 돌아본다. 액슬의 리즈 시절이 담긴 뮤직비디오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