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an 05. 2016

A-Fuzz - Moonshine

재즈라는 메인 메뉴에 팝과 록, 펑크(Funk)와 블루스라는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퓨전 재즈(Jazz Fusion)는 얼핏 비겁하고 우유부단한 장르인 것도 같지만 하는 사람이 제대로만 한다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음악도 또 없다.

에이퍼즈(A-Fuzz)라는 팀이 있다. 기타와 건반에 '미국 유학파' 김진이와 송슬기가 자리하고, 베이스에 임혜민, 그리고 드럼에는 신선미가 앉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발매한 데뷔EP [Fading Lights]로 '2015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거머쥐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 주목받는 뮤지션들만 선다는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공감>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 하였다.

'funk'의 'fu'에 'jazz'의 'zz'를 더해 만든 팀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이들은 하는 본인들도 신나고 듣는 타인들도 흥겨운 '펑키 재즈'를 지향한다. 마이크 스턴(Mike Stern)이나 때론 스티브 바이(Steve Vai)까지 떠올리게 하는 김진이의 록킹한 기타 톤은 아마 그 위에 얹은 양념 같은 것일 게다.  

'Scene#1'으로 대중성의 가능성도 보였던 지난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에선 그야말로 "하고 싶은 걸 아무렇게나 하겠다"는 밴드의 의지가 확실히 느껴진다. 가령 코드 진행만으로 무드를 만들어 나가는 'Walker'와 그 무드를 바닥부터 무너뜨리는 펑키 재즈 트랙 'Rescue me'를 나란히 앨범 초반에 배치한 것은 그래서 꽤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포플레이와 존 스코필드가 만난 듯한 'Chance'로 다시 한 번 '대중'을 유혹한 뒤 마리아노 부자(Cesar Camargo Mariano & Pedro Mariano)를 좋아하는 송슬기의 감성을 보코더(vocoder)에 얹은 'Moonshine'(노래도 있다!)도 물론 이들의 성장을 은근히 증명해내고 있다. 임혜민과 신선미가 그려나가는 아찔한 리듬 라인은 'Moonshine'의 중반부 템포 체인지와 끝 곡 'Drive Thru'에서 실컷 들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좋다. 

나는 시작에서 퓨전 재즈라는 장르가 가질 수도 있는 '비겁하고 우유부단한' 성질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해당 장르가 그렇게 취급되지 않기 위한 전제도 더불어 분명히 말했었다. 퓨전 재즈는 제대로만 한다면 재미있는 장르다. 에이퍼즈가 들려주는 퓨전 재즈는 그래서 비겁하지도, 우유부단하지도 않다. 그 음악에는 먹을 수록 손이 가는 새우깡 같은, 어떤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Telefly - 무릉도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