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ul 17. 2018

Snail Mail - Lush

인디록의 현재


1999년생. 스네일 메일은 올해로 19살인 싱어송라이터 린제이 조단의 솔로 프로젝트다. 그가 17세였던 2016년 자체 제작한 EP ‘Habit’을 발매했고, 거기에 수록된 ‘Thinning’이 피치포크(Pitchfork)의 관심을 받으면서 린제이와 스네일 메일도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년 뒤 스네일 메일은 유명 인디 레이블 마타도르(Matador Records)와 계약에 성공했다. 마타도르는 인디 뮤지션들에겐 꿈의 레이블로 소닉 유스, 인터폴, 퀸스 오브 더 스톤에이지, 페이브먼트, 욜라텡고를 가진 곳이다. 그 계약은 스네일 메일에겐 일생일대의 기회였던 셈이다.



다시 1년 뒤 스네일 메일은 첫 정규작 ‘Lush’를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에는 린제이가 써둔 30곡 중 10곡이 담겼다. 쓸쓸한 ‘Intro’(끝곡 ‘Anytime’과 같은 정서를 지녔다)를 지나고 인디음악 팬이라면 탄성을 지를 리드 싱글 ‘Pristine’이 터져나온다. 그 안에는 송라이터로서 린제이 조단의 멜로디 감각, 기타리스트로서 리프 메이킹 능력이 담겨있다. 물론 사회의 영역보단 개인의 영역,표면의 가치보단 내면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인디음악의 보편적인 특징도 그 곡에는 녹아있다. 감성의 골을 깊이 파둔 ‘Stick’에서 그 보편성은 더 또렷해진다.


벌어진 하이햇 소리로 시작하는 ‘Speaking Terms’, 기타 톤에 거친 주름을 먹인 ‘Heat Wave’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스네일 메일의 특징, 인디록의 특징을 넘어 이 곡들에선 대중성도 버리지 않겠다는 린제이의 의지가 느껴진다. ‘Golden Dream’과 ‘Full Control’이 머금은 발랄한 염세는 저것들을 뭉뚱그려놓은 린제이 조단의 자기선언이다.



기타리스트로서 린제이는 자신의 레이블 친구인 커트 바일(Kurt Vile)을 비롯해 스티브 건(Steve Gunn), 메리 티모니(Mary Timony), 마크 코젤렉(Mark Kozelek)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린제이는 그들의 기타를 ‘선구적’이라며 극찬했다. 톤과 주법, 작법에서 실제 저들의 음악은 스네일 메일의 음악 곳곳에서 넌지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피치포크가 언급한 피오나 애플이나 프랭크 오션까지 린제이 조단이 달려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Lush’를 연거푸 들으며 나는 그 가능성을 긍정했다. 어쩌면 10년, 20년 뒤 ‘Lush’는 리즈 페어의 ‘Exile In Guyville’이나 피제이 하비의 ‘Dry’에 버금가는 명반 데뷔작으로 평가될 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H a lo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