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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18. 2018

안예은 - O

성장과 성찰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예은의 의지는 ‘이방인’에서 성찰과 단도직입 스트링으로 충분히 전해진다. 크레딧에 따로 써둔 ‘안예은 밴드’라는 설명에선 그의 음악이 더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유(有)'에서 감지되듯 앨범 전체에서 밴드 연주가 강조되고 있고, 악기 파트들이 저마다 고유 영역을 차지해 능동적으로 기능하는 모습은 확실히 안예은이 솔로이기보단 밴드의 '멤버'라는 걸 말해준다. 그가 즐기는 사극의 기운도 기운찬 스트링으로 도배한 ‘달그림자’와 일렉트릭 기타 솔로를 질러넣은 ‘눈물눈물’의 것이 분명 다르다. 안예은의 성장은 실화다.


돌로레스 오리어던식 팔세토, 김윤아의 분위기와 자의식, 장기하의 글쓰기를 고루 습득한 안예은의 2집은 사실 그의 음악적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도마에 올린 것이. 예컨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하는 2차 창작이 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홀로봄’ 마냥 습관처럼 맴도는 왈츠 리듬은 그의 음악을 발전시킬지 퇴보시킬지 판가름해보는 식이다. ‘피루엣의 가사처럼 영원히 돌고도는그런 음악이 안예은의 음악이 되어선 안 되기에 이번 작품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 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1집보단 한 발 더 내딛은 듯 보인다. SBS K팝스타 시절 부른 ‘스토커’를 변주한 ‘스티커’의 재즈 피아노, 힘을 빼고 가만히 재회를 꿈꾸는 ‘편지’, 따뜻한 피아노 연주가 슬픈 이별을 더듬는 ‘Re-feet’ 등에서 그 노력, 결실이 느껴진다. 또한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블레이크 필더-시빌의 악연이 떠오르는 ‘호구’의 탁월한 은유들은 안예은이 장기하와 얼굴들 1집에서 받은 충격 내지는 감격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다.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 앨범 ‘O’는 8집에서 록을 선택한 이소라의 파격보단 1집에서 2집으로 도약한 검정치마의 성숙을 더 닮았다. 그만큼 조용한 변화이고 그러나 눈에 띄는 발전이다.
 
그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고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일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음악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그저 안예은 개인의 관심사요 선택이다.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일을 왈가왈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뮤지션으로서 공식 행보와 여성으로서 개인 활동을 혼동한 그 왈가왈부 부류들이 부디 음악을 음악으로만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들이 그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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