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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01. 2018

#90 : LUNA SEA

액스재팬을 이은 비주얼 케이 밴드 루나 씨. 왼쪽부터 신야(드럼/퍼커션), 제이(베이스), 류이치(보컬), 스기조(기타/바이올린), 그리고 이노란(기타)  

액스재팬과 함께 일본 비주얼 케이(Visual Kei, 'V-Rock'이라고도 부른다)를 대표한 루나 씨는 89년 지금 멤버들로 공식 데뷔했다. 밴드 이름 루나 씨는 달을 뜻하는 라틴어 'LUNA'와 바다를 뜻하는 영어 'SEA'를 더한 것으로, 달의 변화와 바다의 깊이를 함께 머금은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밴드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인디 시절엔 '광기'를 뜻하는 'LUNACY'를 썼는데, 이 이름은 2000년작 [LUNACY]에도 그대로 쓰였다.



루나 씨는 5인조다. 보컬에 류이치(RYUICHI), 2008년 액스재팬에도 몸담았던 기타리스트 겸 바이올리니스트 스기조(SUGIZO), 기타와 코러스를 맡은 이노란(INORAN), 노래하는 베이시스트 제이(J), 그리고 드럼과 퍼커션을 치며 코러스까지 돕는 신야(真矢)까지. 스기조에 따르면 류이치는 밴드의 얼굴이고 신야는 뼈, 제이는 거기에 붙은 근육이며, 스기조 자신은 팔다리, 그리고 이노란은 루나 씨 사운드를 책임지는 배꼽(중심)이라고 한다.



나중에 슬로터(SLAUGHTER)라는 밴드에서 합류하는 류이치를 뺀 나머지 멤버들은 이미 오랜 학교 친구였다. 중학교 친구였던 스기조, 이노란, 제이 중 이노란과 제이가 같은 고등학교로 갔고 스기조는 신야를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루나 씨(LUNA SEA)의 전신인 루나씨(LUNACY)를 만든 건 당시 이노란과 제이였다. 스기조는 학교 선배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며 신야를 멤버로 끌어들인 뒤 18세 무렵 자신의 밴드 피노키오(PINOCCHIO)를 결성했다. 제이는 당시 피노키오가 기합만 잔뜩 들어가있던 자신들보다 훨씬 실력이 있었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던 두 밴드는 스튜디오 등을 오가며 자주 얼굴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제이, 이노란이 취업과 대학진학 사이에서 갈등하던 때 마지막까지 각자 밴드를 지켰던 4명이 같이 한 번 해볼까,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신야는 그시절 루나씨의 라이브를 보며 자신이 드럼을 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오던 터여서 이들의 조합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당시 루나씨는 어두운 하드코어 성향에 기울어있었던 반면, 피노키오는 비교적 밝은 음악을 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향후 루나 씨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어 루나 씨 음악을 특징짓는다.



89년 5월 29일 마치다 플레이하우스(町田プレイハウス)에서 첫 라이브를 소화하며 루나 씨는 기지개를 폈다. 같은해 8월과 12월엔 각각 데모테잎 [LUNACY]와 [SHADE]를 발매했는데 첫 번째 것은 100장, 두 번째 건 ‘0’이 하나 더 붙은(1,000장) 판매고를 올리며 밴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심상치 않았던 반응은 91년 요시키(YOSHIKI)가 주인인 엑스터시(Extasy Records)에서 발매한 1집 [LUNA SEA]까지 이어져 예약 주문만 1만장을 기록했다. 루나 씨는 이듬해 두 번째 작품 [IMAGE]를 MCA빅터(현 유니버설뮤직)에서 발매하며 메이저에 데뷔했다. 그리고 이들의 전성기가 시작된 지점은 네 번째 싱글 ‘TRUE BLUE’(오리콘싱글차트 1위)와 네 번째 앨범 [MOTHER](오리콘앨범차트 2위)가 나온 94년. 프론트맨 류이치는 3년 뒤 솔로작 [Love]를 300만장 가까이 팔아내며 일본 남자가수 역사상 최고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루나 씨와 류이치의 전성기는 때를 같이 했다.


밴드는 2000년 연말 도쿄돔에서 두 차례 파이널 공연을 끝으로 해체했다 2010년 활동을 재개했다. 류이치는 당시 해체 이유를 "이 멤버로 밴드를 해온 가장 큰 이유는 5명이 함께면 누구보다 빛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같은 빛을 보고있으면 눈도 둔감해지고 이보다 더 강한 빛을 얻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3년에 내놓은 8집이자 복귀작 [A Will]은 7집 [LUNACY] 이후 13년 5개월만의 앨범이었다. 방탄소년단의 'ARMY'와 같은 루나 씨의 'SLAVE'들이 당시 얼만큼 감격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공백기였던 것이다.

 


루나 씨는 멤버 한 명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잼을 통해 살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곡을 만든다. 음원 발표 이전 라이브에서 먼저 신곡을 선봬기도 하는데 최종 스튜디오 버전에서 가사와 어레인지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가사는 대부분 류이치가 쓰지만 원곡 아이디어를 가져온 멤버가 쓸 때도 있다. 루나 씨는 장르상 늘 액스재팬과 비교돼도 그들보단 덜 헤비하다. 기타, 베이스, 드럼 톤은 액스보다 더 모던하고 류이치의 목소리는 액스의 토시(Toshi)보단 라르크(L'Arc~en~Ciel)의 하이도(HYDE)와 더 닮았다. 액스를 쫓은 게 아닌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밴드였다는 뜻이다. 루나 씨는 지난해 말 아홉 번째 작품 [LUV]를 발매하며 다시 해체할 뜻은 일단 없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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