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데모 테이프를 만들려던 타지마 타카오(田島貴男)가 오리 마코토(小里誠, 베이스), 아키야마 유키히로(秋山幸広, 드럼)와 함께 레드 커튼(The Red Curtai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레드 커튼’이란 이름은 영국 록밴드 엑스터시(XTC)의 스핀오프 밴드 듀크스 오브 스트라토스피어(The Dukes of Stratosphear)에서 콜린 몰딩(Colin Moulding)이 쓰던 별칭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해 뒤 타지마는 기타리스트 한 명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무라야마 타카시(村山孝志, 기타)를 영입, 4인조가 됐다. 밴드명은 오리지날 러브(ORIGINAL LOVE, オリジナル・ラブ)로 바뀌었고 결성 때 4인조였던 멤버 수는 메이저 데뷔한 91년부턴 무라야마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모두 교체된 5인조로 재편성됐다. 하지만 그마저 오래 못가 오리지날 러브는 95년부터 사실상 타지마 타카오의 원맨 프로젝트로 굳혀졌다. 거쳐 간 세션 연주자들만 30여명. 타지마는 본인의 음악을 위해 타인을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오리지날 러브는 도쿄 신주쿠를 중심으로 키치조지, 하라주쿠, 시부야 등지로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그러던 88년 코니시 야스하루(小西康陽)가 타지마를 피치카토 파이브에 소개했고 타지마는 오리지날 러브를 병행한다는 조건으로 피치카토 파이브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만의 음악 세계가 확고했던 타지마가 남의 밴드에 오래 머물 수 있을 리 없었다. 타지마는 90년 다시 피치카토 파이브에서 나왔다.
피치카토 파이브는 오리지날 러브, 플리퍼스 기타(Flipper's Guitar)와 함께 시부야 케이(渋谷系)라는 90년대 음악 유행 안에 있던 팀이었다. 도심의 낭만을 머금은 모던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그 경향을 그러나 타지마는 썩 달가워하지 않아 했다. 실제 타지마의 음악은 세련되긴 했으되 음악적 ‘모던’과는 거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잡식성이었던 그의 음악을 특정 카테고리 안에 틀 지우는 건 분명 폭력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타지마는 94년 한 공연에서 대놓고 “난 시부야 케이가 아니라구!” 외치기도 했다. 지금은 지나간 추억일 뿐이지만, 당시 시부야 케이의 아성은 그만큼 견고했고 또 보편적이었다.
오리지날 러브는 91년 메이저 데뷔작 [LOVE! LOVE! & LOVE!]를 내고 3년 만에 4집 [바람의 노래를 들어(風の歌を聴け)]로 오리콘 차트 정상을 찍었다. 대표곡은 ‘입맞춤(接吻)’ ‘아침 해 드리운 거리(朝日のあたる道)’ ‘프라이멀(プライマル)’ ‘Stars’ 등 주로 드라마 주제곡들이 유명하다.
타지마는 재즈와 펑크(Funk)를 바탕으로 블루스, 록, 소울, 라틴음악을 고루 받아들여 자신만의 팝을 만든다. 내는 앨범마다 장르 성향은 달라졌지만 모든 곡들에 타지마만의 냄새는 예외없이 배어있었다. 코니시가 타지마를 피치카토 파이브의 싱어가 아닌 ‘작곡가’로 앉히려 한 이유도 장르를 마음대로 주무를 줄 아는 타지마의 저러한 능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5년 [러버맨(ラヴァーマン)]을 내고 다음 앨범 발매 타이밍을 조율 중인 오리지날 러브. 발매가 늦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2010년대 들어 전성기적보다 더 왕성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타지마의 열정 때문이리라.
2011년 4월1일, 데뷔 20주년을 맞은 타지마는 자신의 일기를 통해 여태껏 써온 카타카나 팀 이름 ‘オリジナル・ラヴ’에서 ‘ヴ’를 ‘ブ’로 바꿔 ‘オリジナル・ラブ’로 표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년을 넘어 다음 20년을 향해, 새 출발을 위한 나름의 이벤트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