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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30. 2018

#91 : Mute Beat


일본 덥(dub)의 시조로 일컫는 뮤트 비트(Mute Beat, ミュート・ビート)는 81년에 결성돼 레게를 기반으로 록과 재즈, 펑크(funk)를 더불어 구사했다. “고요한 폭력성이 느껴진다”고 평가된 트럼페터 코다마 카즈후미(小玉和文)를 중심으로, 우아(UA)의 앨범을 프로듀싱했고 자신의 유닛 램 잼 월드(Ram Jam World)를 이끈 아사모토 히로후미(朝本浩文, 키보드), 지난 2012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베이시스트 마츠나가 타카요시(松永孝義), 트롬보니스트 마쓰이 아키히토(増井朗人), 드러머 야시키 고타(屋敷豪太), 그리고 ‘Dub Master X’라 불리며 밴드의 믹싱과 엔지니어링을 도맡은 미야자키 이즈미(宮崎泉)까지 6인조였던 이들은 도쿄 하라주쿠 클럽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ピテカントロプス・エレクトス, 직립보행 원인)와 롯폰기 소재 라이브하우스 잉크 스틱(インクスティック), 니시아자부의 라이브바 레드 슈즈(レッドシューズ) 등을 거점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며 입신의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83년 피테칸트로푸스에서 자체 제작한 8인치 EP [Mute Beat]를 발매해 이름을 알렸고, 2년 뒤엔 카세트 잡지 <TRA>를 통해 60분짜리 카세트 앨범 [Mute Beat TRA Special]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86년 뉴욕 인디 레이블 로아(ROIR)를 통해 [Japanese Dub]이라는 타이틀로 재발매, 90년엔 다시 [No.0 Virgin Dub]이라는 이름으로 CD화 됐다. 천천히 하지만 치밀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한 뮤트 비트는 86년 오버히트 뮤직(OVERHEAT MUSIC Inc.)과 전속 계약을 한 뒤 12인치 EP [Mute Beat]를 발매, 수록곡 ‘Coffia’로 사진/광고 전문지 <Commercial Photo> 선정 작곡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여세를 몰아 자메이카 하모니 트리오 마이티 다이아몬즈(Mighty Diamonds), 피아니스트 글래드스톤 앤더슨(Gladstone Anderson)과 협연했고, 연말엔 프로듀서 겸 키보디스트 오거스터스 파블로(Augustus Pablo)가 멜로디카 연주로 참여한 12인치 싱글 'Still Echo'까지 내놓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뮤트 비트는 이 시기 자가타라(Jagatara), 토마토스(トマトス), 에스켄(S-Ken)과 함께 시리즈 이벤트 도쿄 소이소스(東京ソイソース)를 열기도 했다.



이듬해 6월 밴드 결성 이후 첫 LP반인 [Flower]를 발매한 이들은 시부야공회당(渋谷公会堂)에서 콘서트도 성황리에 마치며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나갔다. 88년엔 밥 말리 음반을 프로듀싱한 리 페리(Lee Perry)가 이들의 곡을 믹스해주었고, 뉴욕 레게의 거점으로 불린 와키스(Wackies) 레이블에선 12인치 싱글들을 한데 모은 [Still Echo]를 발매해 이들의 불같은 성공에 기름을 끼얹었다. 또한 자메이카 최강 리듬 세션으로 명성을 떨친 루츠 라딕스(Roots Radics)와 협연, 클럽 콰트로(CLUB QUATTRO)에서 ‘스카의 창시자’로 군림한 자메이카 출신 테너 색소포니스트 롤랜드 알폰소(Roland Alphonso)와 조인트 공연을 소화하며 뮤트 비트는 조금씩 거물 밴드가 되어갔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이자 "일본 덥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은 명반 [Lover’s Rock]이 발매된 것도 바로 이즈음이다.



같은 시기 'Organ's Melody'를 레코딩한 야시키 고타가 밴드를 나가고 후임으로 이마이 히데유키(今井秀行)가 들어왔다. 88년 시부야공회당 공연에선 기타리스트 나이토 코야(内藤幸也)가 팀에 합류해 뮤트 비트 사운드의 진화에 기여했고, 12월엔 아사모토 히로후미가 팀을 떠나 최강의 펑크 밴드로 불린 자가타라의 키타무라 켄지(北村賢治)가 그 자릴 대신했다. 키타무라는 리 페리, 킹 터비(King Tubby)와 기존 뮤트 비트 곡들을 덥 믹싱한 [Mute Beat Dub Wise]를 한정반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북미 투어를 끝내고 리더 코다마의 공식 발표에 따라 뮤트 비트는 해체 수순을 밟고 만다. 박수칠 때 떠나라 했던가. 그들의 마지막 작품은 89년작 [March]와 [Mute Beat Live]였다.

이에 소속 레이블이었던 오버히트는 코다마 외 남은 멤버들이 뮤트 비트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내용을 자체 무가지인 <Riddim>에 게재하고 한 차례 라이브를 기획했지만 밴드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그로부터 19년 뒤인 2008년, 뮤트 비트는 도쿄 에비스 리퀴드룸(Liquid Room)에서 <Riddim>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초창기 멤버로 원나잇 한정 라이브를 하기도 했다. 코다마 카즈후미는 이후 ‘코다마와 덥 스테이션 밴드’를 이끄는 등 솔로 활동과 프로듀서로서 음악과 연을 꾸준히 이어갔다. 소속사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Mute Beat 20주년 기념 베스트반]을 발매했다. 언뜻 장삿속 아이템 같지만 레어 음원과 미발표 음원을 수록한, 팬들 입장에선 나름 의미있는 컴필레이션이었다.



뮤트 비트는 자국에서 애시드 재즈와 앰비언트, 트립합이 유행하기 전 그 요소들을 자국민들에게 미리 맛보게 해준 선구자로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당만 해도 일본에선 획기적으로 여겨진 미야자키의 테크닉 즉, 라이브에서 스튜디오 소리를 재현, 믹스해내는 실력엔 피쉬만즈(Fishmans)와 오디오 액티브(Audio Active), 리틀 템포(Little Tempo), 드라이 앤 헤비(Dry & Heavy), 에고 랩핑(Ego Wrappin), 버드(Bird), 푸심(Pushim) 등 많은 후배들이 존경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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