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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27. 2018

#92 : Alfee

올해로 결성 45주년을 맞은 The Alfee. 왼쪽부터 사쿠라이 마사루(베이스・보컬), 사카자키 코지(어쿠스틱 기타・보컬・퍼커션), 타카미자와 토시히코(기타・보컬)

알피(The Alfee, 일본어 발음 '아루휘(アルフィー)')는 1973년 타카미자와 토시히코(高見沢俊彦, 기타・보컬), 사카자키 코지(坂崎幸之助. 어쿠스틱 기타・보컬・퍼커션), 사쿠라이 마사루(桜井賢, 베이스・보컬)의 3인조로 결성된 록밴드다. 타카미자와와 사쿠라이는 고교 동창이고 사카자키와 사쿠라이는 콘테스트에서 같은 팀으로 입상한 인연을 오늘까지 이어왔다.


72년 사쿠라이가 몸담았던 3인조 포크 그룹 컨피던스가 제1회 미츠야 유지 포크메이츠(三ツ矢フォークメイツ) 아마추어 콘테스트에서 오리지널 곡으로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사카자키는 이날 구경만 온 거였는데 어떻게 팀에 합류해 사쿠라이를 도와 상까지 받았다. 이들은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코무토 히토시(小室等)의 눈에 들며 팀의 밝은 미래를 예견케 했고, 이듬해 사쿠라이는 메이지 가쿠인 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사카자키도 같은 학교에 진학해 둘은 밴드의 마지막 퍼즐인 타카미자와와 대학에서 만나 본격 의기투합하게 된다.


알피는 79년 ‘러브레터(ラブレター)’를 히트시킨 뒤 포니캐년으로 이적했다.


74년 1월 컨피던스는 타나베 에이전시(田辺エージェンシー)에서 실시한 오디션에 합격하고 프로 데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이때 팀 이름이 알피(당시 철자는 'Alfie'였다)로 바뀌고 멤버 수도 4인조에서 3인조로 감량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을 카피할 수 있는 수준급 보컬리스트였던 사쿠라이는 이 시기 자신의 첫 베이스(Fender Precision Bass)를 구입하고 베이시스트로서 자재능을 뒤늦게 알아챈다. 알피는 같은해 빅터(Victor Recordings)를 통해 데뷔작을 발표했다. 하지만 포크 그룹으로 데뷔하고 싶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뜻과 달리 아이돌로서 첫발을 뗐다.


기타리스트 타카미자와의 ESP 시그니처 모델 비너스 엔젤(위)과 하트 엔젤(아래).



지미 페이지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가진 타카미자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비틀즈의 'A Hard Day’s Night'를 보고 음악에 빠졌다. 중학교 3학년 땐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해 같은 반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 레드 제플린과 산타나 등을 카피했다. 사쿠라이를 만난 고등학교에선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쉬와 포크 그룹 가로(ガロ, Garo)를 들으며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 화음의 아름다움을 배운 타카미자와는 현재까지 알피의 대부분 곡들을 작사, 작곡한 사실상 밴드의 리더이다. 또한 기타를 넘어 조각 예술에 가까운 그의 ESP 모델은 국내 기타 키즈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알피는 83년작 '메리 안(メリーアン)'을 딛고 메이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사카자키 코지 역시 타카미자와처럼 초등학교 4학년 때 형을 통해 들은 비틀즈의 일렉트릭 사운드를 동경하며 음악 세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기타(Ymaha FG-110)를 구입한 사카자키는 포크 크루세이더스(The Folk Crusaders)에 빠지며 일렉트릭보다 포크 쪽으로 자신의 취향을 수정한다. 설익은 그의 취향이 완숙에 이른 건 고등학교 때로, 친구에게 빌려 들은 요시다 타쿠로(吉田拓郎)의 ‘낡은 배를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옛 뱃사람이 아니지(古い船をいま動かせるのは古い水夫じゃないだろう)’가 계기였다.   


카마야츠 히로시의 백밴드를 거치는 등 데뷔 초기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알피는 79년 ‘러브레터(ラブレター)’를 히트시키고 포니캐년으로 이적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83년 '메리 안(メリーアン)'을 내놓으며 밴드는 단박에 메이저로 치고 올라간다. 2002년 8월에 발매된 싱글 ‘태양은 지지 않아(太陽は沈まない)’는 그들의 35번째 오리콘차트 베스트10 싱글이 되면서 그때까지 일본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적도 있다.


알피는 적지 않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을 불렀다. 일본의 국민 만화 도라에몽의 엔딩곡 ‘민들레의 노래(タンポポの詩)’도 그 중 한 곡이다.
울트라맨 덕후인 타카미자와의 취향은 알피의 '울트라맨 열전' 주제가들로 이어졌다.

어느새 국민 밴드가 된 알피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도 많이 불렀다.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몬타나 존스', '우주전함 야마토', '소년탐정 김전일', 심지어 도라에몽의 엔딩곡인 ‘민들레의 노래(タンポポの詩)’까지 자신들의 영역에 두었다. 울트라 시리즈 45주년을 기념해 TV도쿄가 방영한 '울트라맨 열전(ウルトラマン列伝)' 크레딧에도 알피는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타카미자와의 개인 취향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피는 키보드를 가미한 글램록과 하드록, 70년대 포크와 비틀즈의 화음을 일본식 가요 멜로디에 연결시키면서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았다. 그 멜로디는 누군가에겐 유치하게 들릴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친근하게 들릴 것이다. 분명한 건 그것들에 일본 열도가 열광했다는 것이며, 그 결과 알피가 전설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길고 긴 그들의 역사가 롤링 스톤스의 아성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금의 알피라면 충분히 가능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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