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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Sep 16. 2016

#94 : Sadistic Mika Band

사디스틱 미카 밴드(Sadistic Mika Band, 이하 'SMB')는 영화 <박치기!>에서 흐른 '임진강'을 번안해 불러 유명한 포크 크루세이더스(Folk Crusaders) 멤버였던 카토 카즈히코(加藤和彦, 리듬기타/보컬)가 자신의 아내 후쿠이 미카(福井ミカ, 보컬), 리드 기타리스트 타카나카 마사요시(高中正義), 그리고 71년 ‘메리 제인(メリー・ジェーン)’이라는 공전의 히트곡을 남긴 드러머 겸 보컬 츠노다 히로(角田ひろ)와 함께 1972년 결성한 하드록 밴드이다. 밴드 이름 'Sadistic Mika Band'는 물론 존 레논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Plastic Ono Band)의 패러디였지만 '가학적인(sadistic)' 미카의 식칼 다루는 솜씨에서 착안했다는 설도 있다.

츠노다가 자신의 밴드 결성을 위해 SMB를 나가고 잠시 그 자리를 지킨 오오구치 히로시(大口広司)를 지나 드러머 타카하시 유키히로(高橋幸宏)에 베이시스트 오하라 레이(小原礼)가 가세하면서 SMB는 비로소 슈퍼 그룹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후지TV 인기 애니메이션 <마보로시 마보쨩(まぼろしまぼちゃん)> 엔딩 테마였던 ‘사이클링 부기(サイクリングブギ)’로 데뷔, 73년엔 공식 데뷔작 [Sadistic Mika Band]를 발매한다. 밴드는 이 시기 이즈미야 시게루(泉谷しげる)의 [빛과 그림자(光と影)]에도 참여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갔다.



사실 SMB의 데뷔작은 발매 당시 수 천장 정도만 팔리며 주목을 못 받다 영국 런던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역수입 된 사례인데,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에 호감을 보인 영국 프로듀서 크리스 토마스(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음악에 관여했던 인물)의 제안을 받아들여 레코딩에만 450시간이 걸린 두 번째 앨범 [쿠로부네(黒船, 에도 시대에 서양 배를 일컫던 말)]를 내놓게 된다.


‘부탁해, 타임머신(タイムマシンにお願い)’이 빅히트 한 이 소포모어 앨범은 에도 시대 일본 정서를 하드록과 훵크, 프로그레시브 록에 녹인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여태껏 밴드의 최고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밴드의 끝은 꽤 일찍 왔다. 75년, 새 베이시스트 고토 츠구토시(後藤次利)를 맞아 록시 뮤직의 영국 투어 오프닝을 장식하고 세 번째 앨범 [핫!메뉴(ホット!メニュー)]를 발매한 SMB는 그 해 11월 해체를 결정한다. 그야말로 "박수칠 때 떠"난 셈인데, 그러나 이것은 완전하고 영원한 해체가 아닌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해체에 불과했다. 공식 해체 뒤 밴드는 이마이 유우(今井裕, 키보드/색소폰), 고토 츠구토시, 타카나카 마사요시, 타카하시 유키히로의 4인조로 78년까지 ‘사디스틱(Sadistic)’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이다. 이 즈음 프론트우먼 미카는 크리스 토마스의 소개로 배드핑거(Badfinger)의 곡 ‘know one knows’에 참여하기도 했다.



밴드는 85년, 카토 카즈히코와 고토 츠구토시, 타카나카 마사요시, 타카하시 유키히로 라인업에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마츠토야 유미(松任谷由実)를 받아들여 '사디스틱 유밍 밴드(Sadistic Yuming Band)'로 다시 기지개를 켰다. 당시 이 밴드가 남긴 가장 큰 족적은 국립 가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 청년의 해’ 기념 음악 이벤트 'All Together Now' 출연이었다.


89년, 밴드 이름은 다시 바뀌는데(참 많이도 바뀐다;;) 이번엔 카토 카즈히코, 타카나카 마사요시, 오하라 레이, 타카하시 유키히로 조합에 키리히마 카렌(桐島かれん)이 보컬로 가세, ‘미카’의 철자도 표기도 새로 쓴 ‘Sadistic Mica Band’로 활동했다. 이들은 앨범 [텐파레(天晴, 눈부심)]를 발빠르게 발표해 오리콘 차트 13위를 기록(밴드로선 최초 오리콘 차트 톱100 진입 싱글이었다)한 싱글 ‘boys and girls’를 히트시켰는데, 이 곡은 마츠다사의 소형자동차 브랜드 패밀리아(Familia) CM송으로 쓰이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느낌이 괜찮았는지 밴드는 그 멤버 그대로 공연을 열고 라이브 앨범까지 남겼으니 바로 [세이텐(晴天)]이었다.



새 천 년도 6년이 흐른 2006년. 이들은 2004년 [Kaela]로 데뷔한 약관의 미녀 키무라 카에라(木村カエラ)를 새 보컬로 영입해 그 이름도 어지간한 '사디스틱 미카 밴드 리비지티드(Sadistic Mica Band Revisited)'로 '재'재결성을 도모했다. 처음엔 기린 라거 광고에 ‘부탁해, 타임머신(タイムマシンにおねがい)’ 재녹음 버전을 써서 창작력 고갈을 의심받을 만 했지만 이들은 그 해 10월25일 새 앨범 [나르키소스(Narkissos)]를 발표, 건재를 과시했다. 



예쁘고 발랄한 젊은 피 수혈을 기념하려던 것이었을까. 밴드는 이 시기 카에라의 이름을 아예 밴드 이름에 박제시켜 '사디스틱 미카에라 밴드(Sadistic Mikaela Band)'로 스스로를 불렀다.


발랄하고 예쁘고 쇼맨십 풍부한 카에라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이듬해 3월 NHK홀에서 '미카 밴드(ミカバンド)'라는 이름으로 18년 만의 라이브를 소화한 이들은 그러나 2년 뒤 세상을 등진 원년 멤버 카토 카즈히코의 부재 이후 지금까지 공식 활동을 접은 상태다. 물론 카에라는 2014년작이자 자신의 여덟 번째 솔로 앨범 [Mieta]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카토 카즈히코(加藤和彦) 1947.3.21 ~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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