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사운드 크리에이터 오자와 신이치(大沢伸一). 애시드재즈와 하우스, 힙합까지 어우르는 그의 유닛 몬도 그로소(Mondo Grosso, 이탈리아어로 ‘커다란 세계’라는 뜻)는 91년 교토에서 결성되었다. 재즈 밴드 슬립 워커(Sleep Walker)의 리더 겸 색소포니스트 나카무라 마사토(中村雅人)가 그와 함께 했고, 나카무라와 슬립 워커에서 활동 중인 요시자와 하지메(吉澤はじめ)가 건반에 앉았었다. 그리고 프랑스계 흑인 랩퍼 B-BANDJ가 마이크를 잡았으며, DJ유닛 교토 재즈 매시브(Kyoto Jazz Massive)의 오키노 슈야(沖野修也)가 공동 프로듀서 겸 매니지먼트로서 가세, 몬도 그로소는 교토 클럽들을 거점 삼아 조용히 자신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갔다.
몬도 그로소는 DJ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일본 애시드 재즈 신에서 실력파 라이브 밴드로 주목 받아 일찌감치 메이저 레이블의 눈도장을 찍어 93년 데뷔작 [Mondo Grosso]를 발매했다. 그 음악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호평을 받아 12인치 싱글이 현지에 풀리도록 했고, 급기야 팀은 공식 투어까지 소화하게 된다.
2년 뒤, 두 번째 앨범 [Born Free]가 세상에 나오지만 투어 뒤 오자와를 뺀 모든 멤버가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오자와는 이 때부터 정규 멤버가 아닌, 싱어와 뮤지션을 ‘기용’하는 형태의 콜라보레이션 유닛 형태로 몬도 그로소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97년, 오자와는 자신의 첫 솔로 앨범, 그러니까 몬도 그로소로 치면 세 번째 앨범이 되는 [Closer]를 내놓았는데, 이 앨범에 담긴 높은 완성도는 ‘프로듀서’ 오자와 신이치의 앞길을 훤히 터주었다. 가령 우아(UA)의 [리듬(リズム)], 카라(Chara)의 [Junior Sweet], 먼데이 미치루(Monday満ちる)의 [You Make Me]가 모두 오자와의 손을 거친 것이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자와는 여세를 몰았다. 소니(Sony Music)로 이적해 만든 자신의 레이블 리얼아이즈(Real Eyes)에서 버드(Bird)의 데뷔 앨범 [Bird]가 나왔는데 이게 ‘대박’을 치면서(70만장 이상 판매) 오자와 신이치는 그야말로 최고 프로듀서 자리에 올랐다. 이후 버드가 피처링한 2000년작 ‘Life’가 다시 한 번 대중을 사로잡았고, 네 번째 앨범 [MG4]는 세계 25개국에서 발매, 오자와 신이치와 몬도 그로소를 세계에 알렸다.
프로듀서로서 자국의 최고 자리에 오른 오자와는 일본인 뮤지션으로선 최초로 자미로콰이의 리믹싱까지 담당하더니, 급기야 2002년 월드컵 공식 앨범 [Fever Pitch]에까지 유일한 일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보아(BoA)가 피처링한 ‘everything needs love’가 큰 인기를 얻었고, 이듬해엔 드래곤 애쉬(Dragon Ash)의 Kj가 함께 한 ‘shinnin’과 나카시마 미카가 클럽 재즈에 도전한 ‘love addict’ 등이 내리 빅히트를 치며 오자와의 명성을 드높였다. DJ 겸 프로듀서 테이 토와(テイトウワ)와 앨범 [리듬] 이후 다시 뭉친 UA가 힘을 보탠 히트 넘버 ‘next wave’가 발표된 것도 바로 그 해였다.
오자와 신이치는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 야마시타 토모히사(山下智久), 주주(JUJU), 그리고 한국의 애프터스쿨 등에 자신이 다듬은 곡들을 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역 가수들과 교류 외에도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 오리스, 인기 의류업체 유니클로,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광고 음악도 맡았던 오자와는 시부야에 있는 쇼핑센터 요요기 빌리지(代々木ビレッジ) 뮤직 바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멈추지 않는 음악 행보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