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힙합 그룹 립 슬라임(Rip Slyme)은 94년 12월 ‘Young Mcs In Town 신인 랩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당시엔 '3MC 2DJ'라는 변칙적 라인업으로 료-지(RYO-Z), 일마리(ILMARI), 페스(PES), 디제이 쇼지(DJ SHOJI), 디제이 시게(DJ Shige)가 멤버였다. 팀이름은 RYO-Z, ILMARI, PES의 머리 글자를 딴 ‘Rip’에 과거 장난감으로 쓰인 점성 높은 반고형(半固形) 물질 ‘Slime’을 ‘Slyme’으로 바꿔붙여 완성됐다. 이들의 이전 팀명은 기비니방코(ギビニバンコ), 트웬티 포 세븐(トゥエンティ・フォー・セブン)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데뷔 미니앨범 [Lip's Rhyme](1995)을 발매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때까지 있던 일본 랩스타일과는 뭔가 다른, 멜로딕한 랩핑을 구사하며 립 슬라임은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들려주었다. 96년에도 싱글 ‘백일몽/한낮에 꾼 꿈(白日/真昼に見た夢)’으로 파격적 변박, 서정적인 라임을 구축해내며 미래 인기 힙합 그룹 재목으로서 팀 색깔을 일찌감치 확립시켰다. 하지만 그해 라인업에 살짝 균열이 일어 두 디제이(디제이 쇼지와 디제이 시게)가 팀을 나간다.
97년 새로운 디제이 후미야(DJ FUMIYA)가 들어오면서 '3MC 1DJ'로 재편된 팀은 이듬해 정규작 [Talkin' Cheap]를 발표하고 수록곡 ‘Searchin’에 힘을 보탠 수(SU)를 정식 멤버로 영입, 지금의 '4MC 1DJ' 체제를 완료한다. 안정된 라인업을 바탕으로 이들은 99년 드래곤 애쉬가 주최한 ‘TMC (Total Music Communication)’ 투어를 함께 했다. 립 슬라임은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연을 맺고 있는 타나베 에이전시(田辺エージェンシー)에 둥지를 트고 2001년 3월 펑키 싱글 ‘STEPPER'S DELIGHT’로 메이저에 데뷔했다.
정확히 1년 뒤 피치카토 파이브 트리뷰트 앨범 [전쟁에 반대하는 유일한 수단은 피치카토 파이브의 노래와 언어(戦争に反対する唯一の手段は。-ピチカート・ファイヴのうたとことば-)]에서 ‘nonstop to tokyo’를 커버한 이들은 같은해 7월 두 번째 앨범 [TOKYO CLASSIC]을 발매, 같은날 나온 스맙(SMAP)의 앨범을 제치고 첫 오리콘차트 정상을 맛봤다. 이 일을 기념하는 뜻에서 립 슬라임은 앨범 구매자들 중 선착순으로 자신들의 부도칸 라이브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이는 힙합 뮤지션으로선 일본 최초의 부도칸 무대였다.
그리고 2002년 10월, 립 슬라임은 킹 기드라(KGDR)의 앨범 [최종병기(最終兵器)] 수록곡 ‘공개처형(公開処刑) feat. BOY-KEN’에서 케이-덥 샤인(K-DUB SHINE)에게 디스를 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맞디스를 피하고 신사적인 대응을 택하며 11월 발표한 싱글 ‘BLUE BE-BOP’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친절한 충고와 응원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킹 기드라 측에 전했다. 디스한 입장에선 다소 김이 샜을 터. 2004년 8월 케이-덥 샤인은 잡지 <블래스트(blast)>와 인터뷰에서 “더이상 비판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리며 사태는 일단락 된다. 한편, 2003년 립 슬라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앨범 [TIME TO GO]까지 오리콘차트 정상에 올리며 자신들의 전성기를 선언했다.
[TIME TO GO]가 나온 그해 이들은 도쿄 국영쇼와기념공원(国営昭和記念公園)에서 열린 'SUMMER MADNESS '03'에 참가했는데, 무려 5만2천 여명이 모이며 일본 힙합 역사상 전무후무한 관객 동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립 슬라임은 2010년 5월28일 그룹의 첫 전람회 <립 슬라임 대전람회 ‘굿 타임스’ 2001~2010 HIP이고 POP이며 ART한 10년이다!!(RIP SLYME大博覧会「GOOD TIMES)2001〜2010~HIPでPOPでARTな10YEARSなのだ!!〜)>을 개최하며 자신들의 음악 역사를 자체 정리했다.
지난 2015년 9월30일 열 번째 앨범 [10]을 발매하고 현재까지 앨범 소식이 없다. 과거 대비 발매주기로 봐선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팀이 해산한 것은 아니니 곧 새 앨범 소식을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