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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30. 2018

오마르와 동방전력 - Walking Miles


타는 듯한 주홍빛 배경에 새침하게 노려보는 낙타와 20세기 레트로 붐박스 라디오를 질러 메고 곰방대를 거머쥔 19세기 조선사람. 그들은 사막에 핀 피라미드들을 뚫고 이제 막 카메라 앞에 서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오랜 여정이었을 텐데 피로한 기색은 없고 되레 ‘뭘봐?’라며 되묻는 자신감이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오마르와 동방전력(Omar and the Eastern Power). 언뜻 동네 전파상 이름 같기도 한 이 독특한 간판은 “사하라, 북아프리카의 그루브, 덥(Dub)과 아프로 비트에 기반”한 음악을 해보리라는 4인조 퓨전 밴드의 이름이다. 모로코 출신 프론트맨 오마르 베나실라(Omar Benasilla, 보컬/기타)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은 인물로 이미 수리수리 마하수리, 화이트 리드 캐러반(White Reed Caravan) 같은 밴드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팀내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 뼈대를 세우는 일을 맡고 있는데, 밴드 이름이 왜 동방전력이 아닌 ‘오마르와’ 동방전력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오마르를 중심에 두고 이집트에서 온 퍼커셔니스트 자키 와엘(Zaky Wael, 드럼/퍼커션), 제주 출신 기타리스트 오진우, 그리고 레게를 전문영역으로 둔 베이시스트 태히언이 뭉쳤다. 이들은 오마르의 곡에 살을 붙이고 피를 흐르게 한다. 이렇게 멤버들의 국적과 밴드의 음악성향을 놓고보니 앨범 재킷이 전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같다.



물론 이들 음악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곤 할 수 없다. 국경과 장르를 지우는 퓨전의 맛은 이미 전세계 수많은 뮤지션들을 통해 대중이 접해온 것들이다. 싸이키델릭록과 아프로비트, 훵크와 덥으로 지어올린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 역시 이미 있던 것들을 그러모은 보편적 창작이지, 기존에 없던 것을 불쑥 캐낸 혁신적 창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펠라 쿠티와 진저 베이커가 만났을 때를, 프라이멀 스크림과 페리 파렐의 전성기를, 60년대와 70년대에 걸친 싸이키델릭록과 프로그레시브록의 후줄근한 자유를 아는 사람이라면 동방전력의 음악이 반갑긴 할 것이되 신기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동방전력의 음악은 장르로 낯익은 가운데 정서상 낯선 한방을 감추고 있다. 바로 사람들이 음악을 듣다 이국적인 느낌이 들 때 입에 담곤하는 ‘월드뮤직’의 밀실이 이들 음악에는 따로 마련돼있는 것이다. 출렁이는 아프로비트에 목숨을 맡긴 첫 곡 ‘No Man’s Land’와 와엘의 치밀한 “북아프리카 그루브”가 두 귀를 후려치는 ‘Houria’를 들어보라. 주문같은 오마르의 창법이 들어간 ‘Healing’과 하프 뜯듯 들리는 오진우의 연주가 담긴 ‘노가다 Blues’의 기름진 피로도 마찬가지다. 동방전력의 음악이 새롭다 말하기 위해선 듣기 좋은 덥 넘버 ‘Walking Miles’보단 저 곡들에서 단서를 찾아야 애를 덜 먹을 수 있다. 이들의 새로움은 표면보단 내면에 박여있다. 역설적이게도 동방전력의 첫인상은 다양한 인상들이 중첩된 끝 익숙함에서 마주하게 되는 무엇이다. 신중현과 펠라 쿠티가 핑크 플로이드를 결성한 느낌. ‘City Of Cranes’가 대표하듯, 내게 온 그들의 첫인상은 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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