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Sep 01. 2018

Judas Priest - Firepower

'메탈갓'의 세 번째 전성기 


영화 <고령화가족>에서 엄마(윤여정)는 아들 오인모(박해일)에게 “사람에겐 누구나 전성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세 따위가 가장 왕성한 시기’로 사전 풀이되는 전성기는 록 밴드들에게도 있다. 어떤 이에겐 짧거나 드물고, 또 다른 이에겐 길거나 수차례 찾아오는 전성기. 유명세를 떠나 전성기는 누구에게나 꼭 한 번은 온다. 거창하거나 소소하거나 차이일 따름이지, 최고 시절에 최고 작품을 만들었다는 전성기의 본질은 같다. 지금 얘기할 주다스 프리스트(이하 ‘주다스’)에게도 그런 전성기가 있었다.


주다스에겐 크게 두 차례 전성기가 있었다. [British Steel]이 나온 1980년까지가 첫 번째였고, [Painkiller]가 나온 1990년까지가 두 번째 전성기였다. 2집 [Sad Wings of Destiny]에서 [Killing Machine]까지가 전기, [Screaming for Vengeance] [Defenders of the Faith] 그리고 [Ram It Down]이 후반 전성기의 종착역까지 주다스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때까지 주다스의 역사는 곧 헤비메탈의 역사가 되었다.



팬들은 주다스의 전성기를 잊지 못한다. 주다스의 전성기는 당사자들에겐 영광의 기억으로, 팬들에겐 좋은 시절 좋은 음악을 들었던 청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팬들은 다시 한 번 ‘Metal Gods’와 ‘Electric Eye’ 또는 ‘The Sentinel’이나 ‘Painkiller’ 같은 곡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이 욕심인 줄 알면서도 그들은 기꺼이 그 욕심을 자신들의 합리적 욕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주다스는 팬들의 욕심에 화답하지 못했다.


[Painkiller]가 헤비메탈계를 강타한 이후 13번째 앨범 [Jugulator]가 발매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그리고 원년 멤버인 롭 핼포드 대신 리퍼 오웬스가 마이크를 잡은 일은 그 정황이었다. ‘Death Row’와 ‘Burn in Hell’ 등에서 리퍼와 주다스의 궁합은 제법 잘 맞았지만 팬들에겐 아직 낯설었다. ‘One On One’이 있는 [Demolition]도 그리 나쁜 앨범은 아니었지만 주다스엔 역시 핼포드여야 했다. 2005년, 팬들의 뜻에 따라 핼포드가 진짜 돌아왔고 주다스는 [Angel of Retribution]과 더블앨범 [Nostradamus]를 7년 사이에 내놓았다.



그러나 왕년 프론트맨의 복귀는 주다스의 세 번째 전성기를 곧바로 이끌어내진 못했다. 예전만 못한 핼포드의 가창력에 매섭던 다우닝/팁튼의 트윈 기타 시스템은 기름칠이 더 필요해보였다. 멤버들 스스로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6년 뒤 발매한 17집 [Redeemer of Souls]는 평단과 팬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다우닝의 공백을 메운 리치 폴크너의 성공적인 주다스 데뷔작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주다스의 18번째 작품 [Firepower]가 발매됐다. 이것은 전작보다 더 훌륭한 사운드와 멜로디, 박진감과 긴장감을 머금어 마치 주다스가 두 번째 전성기를 누린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는 아마도 88년작 [Ram It Down] 이후 30년 만에 주다스와 호흡을 맞춘 톰 알롬이 프로듀싱을 맡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빌보드 앨범차트 5위로 데뷔한 [Firepower]는 제목 그대로 헤비메탈의 열기와 힘을 전하는 음반이다. 무려 14트랙을 담았지만 감상에서 지루함은 없다. ‘Lightning Strike’의 쇳덩이 그루브에서 ‘No Surrender’의 멜로딕 메탈로 가는 여정은 [Painkiller]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앨범 차원의 감동이다. 스피드 보단 헤비니스에 무게를 두고, 기타 리프와 솔로에 같은 지위를 부여해 주다스는 세 번째 전성기를 예고했다. 롭 핼포드는 여전히 브루스 디킨슨의 숙적이며 주다스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언 메이든의 유일한 대항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작품이 지난 2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글렌 팁튼의 마지막 앨범이 되지 않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얼티미트 기타>지는 어 퍼펙트 서클, 메가데스, 테스타먼트, 앨리스 인 체인스, 건스 앤 로지스, 뮤즈, 오프스프링의 신보들과 더불어 [Firepower]를 “가장 기대되는 2018년 앨범들”에 포함시켰다.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몰라도 [Firepower]는 일단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Led Zeppelin A to Z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