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Sep 03. 2018

Ministry - AmeriKKKant

미국판 '개한민국'


인더스트리얼 메탈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둘 있다. 나인 인치 네일스와 미니스트리. KMFDM, 갓플래쉬도 유명하지만 저 둘에는 못미친다. 한때 트렌트 레즈너와 알 유르겐센은 인더스트리얼 록의 대명사 같은 이름이었다. 전자음악과 전기음악의 극단을 이어 무서우리만치 차가운 사운드를 소개한 두 사람의 업적은 장르의 전성기가 저문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앨범 [AmeriKKKant]는 그 중 한 사람인 알 유르겐센의 밴드 미니스트리가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해 만든 통산 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트렌드를 반영한 것일까. 유르겐센은 신작에서 헤비메탈이라는 기존 전제 위에 스크래칭과 샘플링, 드럼 프로그래밍이라는 힙합의 주요 요건들을 적극 첨부했다. 8분18초짜리 곡 ‘Victims Of A Clown’은 그 대표곡으로, 피어 팩토리의 버튼 씨 벨과 함께 막판 내달리는 헤비메탈 파트는 곡 전반을 집어삼킨 힙합 비트를 단숨에 쓰러뜨리며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의 지금에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TV 5/4 Chan’이라는 짧은 소품을 지나 만나는 ‘We’re Tired Of It’은 타오르는 블래스트 비트와 질주하는 헤비 기타 리프로 미니스트리가 일렉트로닉 집단이기 전에 ‘메탈 밴드’임을 상기시켜주는 곡이다. 보컬은 마찬가지로 버튼 씨 벨이 유르겐센과 함께 내지른다. 버튼은 부쉬 대통령 때부터 전통처럼 이어져온 미국 정부의 호전성을 성토한 ‘Wargasm’에서도 목소리를 빌려주며 이 앨범 곳곳에 자신의 숨결을 남겼다.



소울플라이 출신 테크니션 로이 마요르가의 드러밍도 이 음악, 이 음반이 살아 펄떡거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Victims Of A Clown’, ‘Game Over’, ‘AmeriKKKa’까지 총 세 곡의 뼈저린 그루브에 육중한 톤을 얹어 미니스트리 음악에서 빠져선 안 될 긴장감을 마지막 한 톨까지 챙겼다. 프로그래밍 없이 모든 곡의 비트를 마요르가의 생드럼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그의 연주는 알차고 영리하다.


또 하나 본작에서 눈에 띄는 건 DJ들의 활약이다. 총 네 곡에서 턴테이블을 비벼준 DJ스웜프는 벡(Beck)의 투어 멤버이고, ‘Victims Of A Clown’에서 스크래칭을 책임진 아라비안 프린스는 전설의 힙합 그룹 N.W.A의 초기 멤버다. 유르겐센은 히치콕 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로드 오브 더 첼로(Lord Of The Cello)의 앙칼진 스트링과 두 디제이의 턴테이블리즘을 혼돈과 파멸에 이른 자신의 두 번째 조국(그는 쿠바에서 태어났다)에 무차별적으로 바쳤다. 절망의 제스처를 취한 재킷의 자유 여신상은 그런 음악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이미지일 것이다.



미니스트리 하면 떠오르는 앨범들 즉, [The Land of Rape and Honey]나 [The Mind Is a Terrible Thing to Taste] 또는 [Psalm 69: The Way to Succeed and the Way to Suck Eggs]를 신작과 비교할 순 없다. 그렇다고 [Filth Pig]나 [Dark Side of the Spoon]에 뒤질 그런 앨범도 아니다. 이 작품에 별 두 개를 준 올뮤직 에디터 폴 심슨의 오버는 지나쳤다. 그는 이 앨범을 제대로 안 들었든지, 아니면 판단 불가의 만취 상태로 들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영국 잡지 <클래식 록(Classic Rock)>이 이 앨범에 준 별점에 동감한다. 미국판 [개한민국]인 [AmeriKKKant]는 별 세 개 반은 받아야 하는 음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Judas Priest - Firepow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