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다 갤러리 <두 진주 이야기>
이 책은 진주시 망경동에 있는 루시다 갤러리가 옥봉동, 망경동 일대를 기록한 사진집 <Memory>(2015)에 이어 내놓은 또 한 권의 ‘진주 기록’이다. 갤러리의 이수진 관장은 ‘진주를 기록하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인 이것을 일컬어 “공동체의 기록이요, 기억”이라고 말했다.
사진집 <두 진주 이야기>는 사진가 9명이 8개월 동안 ‘서민 동네’라 불리는 진주시 옥봉동, 망경동에서 마주친 것들을 비롯한 '진주의 어제와 오늘'을 빼곡히 담은 책이다. 진주의 특정 지역에서 진주 전체로 확대해나갈 이 야심찬 기획은 총괄 디렉터인 이갑철 사진가가 주재한 기획 세미나와 최연하 수석 큐레이터(스페이스22)의 특강, 진주문화연구소 남성진 소장의 진주 문화 강연 등을 들으며 방법을 모색한 끝에 착수됐다. ‘두 진주’란 옛 진주와 현 진주를 가리키는 것으로, 참여 작가들은 기록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을 택해 각자가 부여받은 역할에 임했다.
책은 세 챕터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것은 ‘오래된 사진으로 진주를 보다’로 1960년대부터 진주에서 활동해온 원로 사진작가 리영달, 김우태 씨가 각각 ‘에나 진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 ‘낭만과 서정이 꿈틀대던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주제 아래 작품들을 펼쳤다. 특히 리영달 선생의 ‘소싸움’ 연작을 두고 이갑철 작가는 “단품 위주였던 당시 사진계 경향에서 벗어나 한 주제에 천착해 소리를 부여한 ‘시대를 앞서나간 성취’였다”고 극찬했다. 여기에 김정현 작가도 동참해 ‘진주의 그때와 지금’을 되새겼는데, 옛 진주와 오늘의 진주를 같은 장소별로 꼴라주 시킨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 책의 백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챕터는 ‘네 개의 테마로 진주를 보다’로, 1년 동안 작업한 해당 내용은 이갑철 총괄 디렉터가 따로 리뷰 했다. SNS에서 반향을 일으킨 ‘Humans Of Jinju’를 찍어온 김기종 작가가 ‘진주 사람들’로 자신의 기획을 이었고, 루시다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 문도실 작가도 ‘진주의 길’이라는 주제 하나를 맡아 자신의 시선을 전시했다. 다중촬영 기법을 쓴 김건기 작가의 ‘진주의 문화 유산’, 장노출 기법으로 꾸민 김병구 작가의 ‘진주의 축제’ 역시 진주를 바라보는 네 개 테마들에 포함됐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새로운 진주를 보다’에서 신병문 작가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진주’를 주제로 항공사진을 선보였고, 이 책을 기획한 루시다 갤러리의 이수진 관장도 날 일(日) 새 신(新)자를 써 ‘진주의 일신’이라는 자신의 작품들을 사진집에 새겨 넣었다.
<두 진주 이야기>는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파악한 뒤 작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룬 주제들은 바로 그 작가들의 성향이나 기질, 기존 해온 작업들과 연계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것이다. 이런 속내가 담긴 사진집 속엔 ‘우리가 진주를 기억하는 몇 가지 방법’이라는 유홍준 시인의 글도 있는데 이게 또 읽을 만하다. 비록 “발가락 사이 때를 비비던 손으로 안주를 집어 먹”는다는 묘사는 살짝 불쾌할 수 있지만 한국 전쟁 때 불에 탄 촉석루를 다시 짓는데 설악산 소나무와 전국 절간들에서 베어온 느티나무가 동원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 건 작지 않은 지식 수확이다. 혹 주위에서 이 책을 본다면 주저 말고 집어라. 후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