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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08. 2019

'넥스트 메탈리카' 세계를 정복하다

Pantera [Cowboys From Hell]


이 앨범이 판테라의 다섯 번째 앨범이란 사실이 낯선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판테라는 이 앨범으로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전 발매한 앨범 넉 장은 웬만한 골수팬이 아니면 아예 들어보지 않았거나 들었어도 필립 안젤모가 합류하고 나온 첫 번째 앨범 『Power Metal』(1988) 정도가 다일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에겐 이 앨범이 판테라의 데뷔작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지옥에서 온 카우보이’는 그야말로 모든 헤비메탈 문법을 바꿔버렸다. 밴드를 두고 “넥스트 메탈리카(Metallica)”라 단언한 판테라의 매니저 월터 오 브라이언(Walter O'Brien)의 말을 알고 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Cowboys From Hell」을 처음 듣고 드디어 메탈리카를 넘어설 밴드가 나왔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확실히 그 곡이 들려준 16비트 기타 리프는 전에 없던 거였다.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이 이 리프에 충격 먹고 「Train Of Consequences」(1994)를 만든 사실만 보아도 “밴 헤일런(Van Halen)에서 슬레이어(Slayer)로 메뉴를 바꾼” 판테라의 변신은 과연 세상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다.



80년대 스래쉬 메탈 밴드들이 거둔 일련의 성과들, 이를테면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1986), 슬레이어의 『Reign In Blood』(1986), 앤스랙스(Anthrax)의 『Among The Living』(1987), 그리고 메가데스(Megadeath)의 『Peace Sells... But Who's Buying?』(1986)의 성공을 보고 다임백 대럴(Dimebag Darrell)은 진정한 ‘파워 메탈’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1991년 9월 메탈리카, AC/DC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한 공연에서 타이틀 곡과 더불어 무대를 초토화시킨 「Primal Concrete Sledge」와 「Psycho Holiday」의 그루브는 이 밴드가 하는 그 음악(Metal)에 어쩔 수 없이 해당 단어(Groove)를 붙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반면, 헤비메탈의 필요충분조건을 두루 갖춘 「Heresy」와 「The Art Of Shredding」이 은근히 과소평가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다. 물론 「Shattered」부터 「The Sleep」까지 내리 다섯 곡은 지난 앨범들 만큼 대중의 외면을 받은 트랙들이라 이에 비하면 앞선 두 곡의 형편이 그나마 나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반드시 다시 들어볼 것을 권하며 다시 들어보면 이 앨범이 감추고 있던 새로운 매력을 누구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판테라 5집엔 「This Love」(1992)와 「Hollow」(1992)의 전조 격인 「Cemetery Gates」, 박진감 넘치는 「Domination」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 다임백은 80년대 후반 ‘다이아몬드 대럴’이라는 이름으로 메가데스 기타리스트 오디션에 응해 이미 합격한 상태였다. 하지만 닉 멘자(Nick Menza)가 있어 형 비니 폴(Vinnie Paul)과 함께 할 수 없게 된 그는 과감히 판테라를 살렸고 그의 자리엔 다름 아닌 마티 프리드만(Martin Friedman)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후 벌어진 일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메가데스는 『Rust In Peace』(1990)를 냈고 판테라는 『Cowboys From Hell』을 냈다. 이 앨범에서 다임백 대럴이 들려준 기타 톤과 연주는 역사적이다. 그는 에이스 프렐리(Ace Frehley)와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을 양손에 든 메탈리카였다. 탁월했던 리듬감만큼 미끈한 멜로디가 ‘텍사스 신동’의 손가락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롭 핼포드(Rob Halford)의 말처럼 "전혀 새로운 헤비메탈"이었다. 2년 뒤 이들은 더 벌거벗은 헤비메탈 앨범을 내놓지만 밴드의 새로운 시작, 성공의 시발점이라면 역시 이 앨범이었다. 물론 한국사람들은 이 과격한 음반을 한동안 수입반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하도 떠들썩해 비슷한 작품(?)이 라이선스 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희귀한 제목이고 콘셉트이다. 그것은 바로 『Vulgar Display Of Cowboys』(199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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