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an 07. 2020

데스메탈코리아7: 블랙홀


사회파 노선으로 긴 호흡을 이어온 베테랑 밴드


활동상황: 활동 중
활동연도: 1986~
출신지: 서울
닮은꼴 밴드: 앳 밴스, 주다스 프리스트, 퀸, 감마 레이, 리치 블랙모어
디스코그래피: 2집 [Survive](1990), 3집 [잃어버린 신화](1994), 5집 [City Life Story](1996), 6집 [The Way](1998), 베스트앨범 [Blackhole Special Edition Gold](2002)


주상균(보컬, 기타)을 중심으로 결성한 블랙홀도 한국 헤비메탈/하드록계가 자랑하는 최고참 밴드 중 하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벤트 출연을 계기로 이듬해 재빨리 데뷔작을 발표했다. 1990년엔 EMI코리아와 계약했고, 미국인 선교사였던 대린 뮤어(드럼)를 영입한 라인업으로 2집을 내놨다. 하지만 대린이 비자 문제로 밴드를 나가고 지적장애 3급을 가진 김응윤(드럼)을 맞아들여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1995년작인 네 번째 앨범 [Made In Korea]는 이들의 대표작으로, 한반도 역사와 한국의 사회문제를 다뤘다. 이어 EMI와 10년 계약을 끝내고 리듬군도 쇄신한 새로운 라인업으로 8번째 정규작 [Hero]를 발표한다. 레이지(Rage)의 전 기타리스트 빅토르 스몰스키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8집으로 밴드는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앨범'과 '최우수 록싱글' 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정규앨범 9장(*여기서 저자는 2014년작 [Hope]를 블랙홀의 정규 디스코그래피에 포함시키고 있다. 블랙홀 9집 [Evolution]은 <데스메탈 코리아>가 나오고 1년 뒤인 2019년 10월 2일 발매됐다), 라이브앨범 한 장 등 도합 열 일곱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1997년 밴드의 비공식 베스트 앨범 [Best Of Best] 포함.)


[Miracle] (1989, EMI코리아)



부활의 매니저였던 백강기가 감독(Director)을 맡은 블랙홀의 데뷔작. 기타의 울음으로 시작하는 '깊은 밤의 서정곡'은 밴드의 대표곡이 됐고, 여러 밴드들이 커버하기도 했다.(*2019년 발매된 블랙홀 트리뷰트 앨범에서도 멤버 주상균을 비롯해 많은 후배들이 한 팀을 이뤄 이 곡을 커버한 바 있다.) 이와 다른 느낌을 전하는 저먼메탈 풍의 '야간비행'은 최고의 튠을 가진 넘버. 감히 비유컨대 헬로윈의 'Eagle Fly Free'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한국산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금자탑 같은 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곡 '노을'은 백강기가 블랙홀을 발견한 계기가 된 곡이다. 특히 유튜브에선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방영된 모 음악프로그램에서 블랙홀이 '이상을 향하여'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출연 당시엔 아직 학생이었던 멤버가 있어서였는지 멤버 모두의 머리카락이 짧게 정돈돼있다.


[Made In Korea] (1995, EMI코리아)



사회파 노선으로 크게 방향을 튼 뒤 유일한 트리오 편성으로 제작한 4번째 앨범. 마이클 쉥커 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프레이즈로 꾸민 연주곡 '서곡'이 시작되고 씩씩한 미들튠 넘버 '공생관계'으로 이어진다. 조선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고유명사로 채운 '공생관계'는 그 비판의 창끝을 김영삼 정부부터 1910년 한일합병을 추진한 친일파 정치가까지 두루 어우른다. 로커빌리풍 5번 트랙 '평양으로 보낸 Love Letter'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북한 주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는 곡이다. 주상균(보컬, 기타)의 서정적인 기타 솔로를 들을 수 있는 6번 곡 '마지막 일기'도 여러 뮤지션들이 커버한 명 발라드다. 전작에 이어 가세한 드러머 김응윤(드럼)의 플레이는 너무도 탄탄해, 사전에 몰랐던 사람은 그가 지적장애 3급이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Seven Signs] (2000, EMI코리아)



10년을 이어온 EMI코리아와 관계를 끝낸 7번째 작품. 빈곤층과 부유층의 격차를 다룬 '거지에서 황제까지'와 '피라미드', 언론 불신을 주제로 삼은 'Big Brother'는 사회파 밴드라는 평가에 걸맞는 곡들이다. 하지만 세 번째 트랙 '접속 2000'은 놀랍게도 호테이 토모야스(보컬, 기타)의 1996년 빅히트곡 'Thrill'의 커버다. 단, 가사는 원곡과 완전히 다른 이른바 '온라인 연애'를 소재로 삼았다. 7번곡 '천지창조'와 이어지는 '생명의 서(誓)'의 오리엔탈 세계관은 다음 앨범인 [Hero]로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스트링을 입힌 발라드 '어둠 속의 빛'은 'Believe In Love'라는 영어 버전으로도 수록돼 있다.


[Hero] (2005, SonyBMG)



드러머 이관욱을 영입해 발표한 여덟 번째 앨범. 주상균과 레이지 출신 기타리스트 빅토르 스몰스키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삶'과 '달빛 아래 홀로 걷다' 등은 전작인 [Seven Signs]에서 엿볼 수 있었던 오리엔탈 정서를 이은 곡들로, 두 곡들에선 대금과 해금이라는 조선 민속악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 작품을 준비하던 당시 주상균의 부친이 타계해 부드러운 'Forever'와 '처음 쓰는 편지'에선 친자애를 강조한 가사를 읽을 수 있다. 본작에서 유일하게 영어 가사를 쓴 'Ugly Hero'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프레이즈를 일부 인용하고 있다.


[Hope] (2014, 오감엔터테인먼트)



전작 [Hero]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앨범. 9곡 중 신곡은 5곡으로, 나머지 4트랙은 이전 싱글들에 수록된 곡들로 채워졌다. 일렉트로닉과 더불어 대중성을 머금은 'Universe'로 막을 열어 살짝 당황스러운 시작. 'The Press, Depress'와 'Liar'도 물론 캐치한 곡들이지만, 거기엔 매스컴과 기득권층에 대한 실망이 신랄한 가사로 표현돼 있다. '단기 4252년 3월 1일'은 밴드의 진면목을 발휘한 곡. 제목이 가리키듯 일본 식민지배 아래 있던 1919년 서울에서 일어난 3.1 독립운동에 영감 받은 곡으로, 가사에서 '반민특위해체, 친일청산좌절'이라는 자극적인 구절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사랑한다면',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선 아이들의 코러스가 삽입돼 앞선 분노를 누그러뜨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스메탈코리아6: 블랙 신드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