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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17. 2020

조니 미첼과 데이비드 보위를 번역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겸 번역가 이경준을 만나다

이경준은 번역가 겸 대중음악평론가다. 번역가로선 지미 헨드릭스와 핑크 플로이드 등 음악 책을 주로 옮겼지만 때에 따라선 '런던 위인전' 같은 인문 서적도 그의 손을 거친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온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첫발은 '이즘'과 '오이뮤직'을 통해 뗐다. 이후 100Beat, 네이버, 벅스, 다음, 지니뮤직 등에 글을 썼고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웹진 '이명' 편집장을 맡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와 킹 크림슨을 리스너 인생 투톱으로 꼽는 그는 자타공인 애서가이기도 한데, 중학교 시절 '셜록 홈즈'부터 시작된 책 수집은 현재 1만 권에 이른 상태다. 올해 자신의 책을 집필할 계획도 갖고 있는 이경준은 평소 좋아하고 존경해온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에 관한 역서 두 권도 함께 낸다. 을유문화사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나오는 조니 미첼의 책은 2월 말 선보일 예정이고, 무려 1500페이지에 이르는 데이비드 보위 책은 그의 A부터 Z까지를 포함해 올 상반기에 대중을 찾는다.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깊고 굵은 획을 그은 두 아티스트의 역서 두 권에 관해 들으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그를 만났다.


대중음악평론가와 번역가를 겸하고 있는 이경준. 그는 올 상반기 조니 미첼과 데이비드 보위에 관한 역서 두 권을 선보인다.


최근 번역한 책 '조니 미첼(가제)' '데이비드 보위(가제)'가 상반기에 함께 나온다. 특히 보위의 경우 원고가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던 걸로 아는데, 번역하는데 각각 얼마나 걸렸나.

조니 미첼은 2월 말, 보위 책은 상반기 안에 나온다. 번역은 미첼의 경우 5개월 가까이 걸렸고, 1500페이지에 3명(이경준, 김두완, 곽승찬 공역)이 붙은 보위는 1인당 500페이지로 해서 2년 정도 걸렸다. 보위는 지금까지 번역한 것들 중 제일 오래 걸렸다.


번역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영어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배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그런 것들은 언제나 곁에 두는 사전과 가이드를 통해 해결한다. 혹자는 "번역은 일종의 반역"이라고 했는데, 결국 좋은 번역이란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우리말로 적절히 의역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니 미첼과 데이비드 보위는 이경준에게 어떤 존재들인가.

핑크 플로이드를 제외하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다. 특히 미첼은 굳이 '여성'이라는 단서를 붙이지 않아도 20세기 가장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한다. 두 위대한 아티스트를 작업한 것,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었다. 매우 즐겁게 작업했다.


'조니 미첼(가제)'은 을유문화사의 대표 시리즈인 '현대예술의 거장' 중 한 편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조니 미첼이 프랑수아 트뤼포, 글렌 굴드, 토스카니니, 임방울, 페기 구겐하임, 자코메티, 로런스 올리비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헬무트 뉴튼, 빌 에반스, 알프레드 히치콕, 프랭크 시나트라, 마일즈 데이비스, 피아졸라, 구스타프 말러, 에드워드 호퍼, 마르셀 뒤샹,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바르 뭉크, 스트라빈스키, 빌리 홀리데이, 피터 브룩, 피나 바우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얘기다. 번역가 이전에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조니 미첼은 '현대예술'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첼 이전 아티스트들은 자기 내면의 감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부분 세계나 우주 같은 외부를 논했다. 이는 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첼은 달랐다. 그의 대표작인 [Blue]에서 잘 드러나듯, 미첼은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개인 정서와 심리 상태를 조명한 사람이다. 재즈계에서도 큰 명성을 쌓은 만큼 미첼은 포크 가수로만 한정 지을 수 없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는 재즈와 포크에서 정상에 오른 유일한 아티스트다. 말씀하신 반열에 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보위의 책은 어떤 책인가.

전기인 미첼과 달리 보위는 전기는 아니다. 보위가 생전에 발표했던 모든 앨범, 트랙, 라이브, 저술, 심지어 그의 미발표곡에 관한 평까지 들어있는 책이다. 쉽게 말해 보위의 광팬인 저자가 보위의 A부터 Z까지 다룬 '보위 백과사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장담컨대 이 책 한 권이면 보위는 완결된다.


번역가 이경준이 여태껏 한글로 옮긴 책들. 킹 크림슨과 함께 그의 리스너 인생 투톱 중 한 팀인 핑크 플로이드 책들이 눈에 띈다.


'지미 헨드릭스 : 록스타의 삶', '광기와 소외의 음악 -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 '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The Smith Tapes 스미스 테이프 - 록이 찬란했던 날들의 기록' 등 대중음악 책들을 주로 번역하고 있다. 대중음악 전문가가 번역을 하니 독자들 입장에선 매우 양질의 텍스트를 접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지 번역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비전문가들이 음악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현실은 여전한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많이 부족해 늘 공부하고 있다. 보통 오역의 경우를 보면 직역에 얽매이거나 음악 용어, 배경에 익숙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역자의 학습과 조사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 의역 부분인데, 한국말도 외국어로 옮길 때 그렇듯 이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늘 염두에 두고 의역해야 실수가 준다. 물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특정 분야에 관한 책 번역은 되도록 그 분야 관계자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예컨대 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악 책도 평론가나 영어를 정말 잘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나오고 나면 아쉬운 것, 그게 번역인 것 같다.


저 책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무엇인가.

안나푸르나에서 나온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다. 책은 아마존 사이트를 켜놓고 출판사 측과 함께 골랐다. 원래 미국 영어보다 영국 영어 번역이 더 까다로운데, 이 책의 저자(마크 블레이크)는 영어 어렵게 쓰기로 악명 높은 'Q'지의 부편집장을 지낸 사람이어서 좀 더 힘들었던 기억이다. 물론 시간 오래 걸렸기론 데이비드 보위 책엔 미칠 수 없다.


꼭 번역해보고 싶은 대중음악 저서가 있다면.

영미권엔 정말 많은 뮤지션 관련 책들이 나와 있다. 심지어 톰 페티도 있다. 그중 내가 번역하고 싶은 책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음악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국내 업계 사정상 쉽진 않을 일이다. 출판은 아무래도 판매 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업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면피는 돼야 낼 수 있다. 이번에 나오는 조니 미첼 책도 판매고만 따지면 나올 수 없었을 책이다. 그녀의 지명도, 업적을 따져 나올 수 있었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나는 한국인이 외국 아티스트 관련 책을 직접 쓰는 것에 조금 회의적이다. 현지와 국내를 비교했을 때 뮤지션에 관한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체가 게임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인이 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지인이 발로 뛰며 조사한 수준엔 미치지 못할 것이라 본다. 차라리 양질의 외국 책을 번역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런던 위인전' 같은 책도 공동 번역했다.

런던 시장을 지낸 보리스 존슨이 쓴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역사적 지식, 어휘력을 자랑하는 책인데 영국 영어여서 번역이 쉽진 않았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는 말버릇에서 다르게 쓰는 표현이 많다. 번역가들은 자주 봐서 알지만, 일반인에게 영국 영어는 확실히 어렵다. 나는 영어 초심자에게 'Rolling Stone' 같은 미국 잡지를 먼저 권하는 편이다. 그런 뒤 'NME'나 'Q'로 넘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번역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한 번 쭉 읽어보고 맥락을 파악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은 체크해둔다. 번역 중엔 순간에 떠오르는 것도 있지만 책을 다 봐야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큰 관점에서 다 읽어야 이해되는 부분, 번역하기 힘든 부분들은 따로 빼두는 것이다.


영어 번역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많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늘 사전을 참고해라. 이건 나한테 하는 얘기이기도 한데, 번역에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번역하는 일이 재미 있어야 하겠다. 요즘엔 'Pitchfork' 등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시대이니, 그렇게 재미가 붙고 흥미가 생기면 진지하게 도전해봐도 나쁘지 않을 일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이경준'에 관해 얘기 좀 해보자. 여태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좀 읊어달라.

'이즘(IZM)'과 '오이뮤직'에 글을 쓰면서 음악 비평을 시작했다. 이후 '100Beat'를 비롯해 네이버, 다음, 벅스, 지니뮤직 등에 음악 글을 썼거나 현재 쓰고 있다. 4회째부터 참여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편집장으로서 웹진 '이명(diffsound, 異鳴)'을 이끌고 있다. 음악 평론은 고등학교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제 경우 좋은 기회들을 잘 만났고, 주위에서도 많은 도움들을 주셔서 나름 잘 풀렸다고 본다. 외국 책들 번역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 일도 하고 있고. 돈을 떠나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음악에 빠지게 된 사연을 좀 들어볼까.

중학교 1학년 때 테잎을 처음 샀는데 스콜피온스 베스트 앨범이었다. 정규 앨범이 아닌, 해적판 베스트 앨범으로 리스너 시절을 시작한 거다. 이후 인디 록과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록과 포크 음악을 좋아하면서 조금씩 듣는 귀를 넓혀 갔다. 그러면서 조니 미첼의 'Blue'와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아케이드 파이어의 'Funeral' 같은 앨범들에 충격을 받으며 '음악평론가는 참 행복한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주로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음악 장르는.

록과 팝, 헤비메탈과 인디 음악 정도다. 나는 '음악평론가'라고 해서 음악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심지어 살면서 록도 다 모르고 죽는데. 그래서 저는 되도록 제가 아는 부분에 관해서만 말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재즈와 힙합도 좋아하지만 그건 '애호가' 수준일 뿐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내가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확실히 말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밴드)들을 생각나는대로 언급해달라. 그중 '최고'를 꼽는다면 누구일까.

내 인생의 투톱은 핑크 플로이드와 킹 크림슨이다. 그건 여태껏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리고 라디오헤드, 조니 미첼, 데이비드 보위 등이다. 최고를 꼽는 건 힘들지만, '애정도' 측면에선 당연히 핑크 플로이드다.



평론가로서 롤모델이 있나.

외국 평론가 그레일 마커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커트 코베인이 죽었을 때 앤서니 디커티스가 쓴 글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제 하드에 들어있는데,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하는 글이다.


본인이 썼던 글들 중 가장 뿌듯했던 글,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글이 있다면.

없다. 제가 그 정도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열심히 하려 노력 중이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뻔한 대답 같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웹진 '이명'을 운영하고 있다. 이명은 어떤 곳인가.

클래식을 제외한 모든 대중음악을 다루는 곳이다. 다른 웹진들과 차이점이라면 필자들이 편하게 블로그나 페이스북 하듯 로그인 해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에는 블랙메탈부터 한국 인디 음악까지 관련 글들이 뜬금없이 올라온다.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곳, 필자들이 가볍게 쓰고 갈 수 있는 웹진이 바로 이명이다.



2018년에 멜론, 한겨레신문, 스코어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감회가 어땠나. 혹자는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며 리스트가 가지는 의미 자체에 반감을 가지기도 했는데.

리스트는 최대한 다양한 게 좋다고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리스트 말고 다른 리스트, 개성적인 리스트들이 진심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리스트가 다양해야 담론이 풍성해진다. 예컨대 'Rolling Stone'과 'Pitchfork'처럼 대척점에 있는 리스트의 비대칭은 보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국내에서도 누가 한 번 이런 걸 기획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리스트 자체에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애서가로 알려져 있다.

그냥 부끄러운 수준이다. 소설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많이 샀다. 중학교 때 '셜록 홈즈'를 접하면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이후 앨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로 빠졌다. 고등학교에 가선 순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해 나에겐 늘 시보단 소설이었다. 현재 1만 권 정도 소장 중이다.


번역이 아닌 음악평론가로서 본인 책은 언제쯤 낼 생각인가.

올해 한 권 나올 예정인데 내용은 아직 출판사와 협의한 게 아니어서 함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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