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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15. 2016

타미 리

#10 타미 리 (Tommy Lee, Motley Crue)

타미 리(Tommy Lee)의 드러밍은 명쾌하다. 또한 경쾌하고 유쾌하며 끝내 호쾌하다. 그는 언제나 해답이 애매한 주관식 보단 해답이 뚜렷한 객관식 드러밍을 들려준다. 스네어에 스틱을 내리 꽂더라도 허투루 휘두르는 법 없이 한 타 한 타엔 힘과 집중력이 배어있다.  

타미 리는 화려한 드러밍을 구사하지 않는다. 그의 스타일은 타미 엘드리지(Tommy Aldridge)나 에인슬리 던바(Aynsley Dunbar) 보단 티코 토레스(Tico Torres)에 가깝다. 휘청대는 엇박 보단 정직한 정박을 지향하는 드러머란 얘기다. 타임 키핑이 훌륭한 「Kickstart My Heart」같은 곡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밥 록(Bob Rock)은 이 곡이 수록된 『Dr. Feelgood』에서 머틀리 크루(Motley Crue) 역사상 가장 시원시원하고 웅장한 드럼톤을 잡아 주었는데, 타미는 그 섹시하고 풍성한 톤을 200% 활용해내고 있는 것이다. 가라앉는 브릿지를 제외하고 인트로, 버스, 코러스 할 것 없이 일관된 에너지로 가득한 곡 성향의 중심에 타미 리의 잘 빠진 프레이즈가 있다. 플램과 싱글 스트로크를 오가며 박력있게 몰아붙이는 스네어 드럼은 간담을 서늘케 하며, 막판 토크 박스를 입에 문 믹 마스(Mick Mars)의 기타 위로 뿌려대는 카덴자는 그가 감춰둔 '화려한' 실력이다.

하지만 그의 필인은 일단 각지다. 탐탐까지 훑으며 반원을 그리기 보단 웬만하면 스네어 안에서 쪼개고 다듬기 때문에(물론 심심찮게 베이스 드럼을 구겨 넣긴 한다) 때릴 때 나는 소리와 때리기 전 형성된 프레이즈는 항상 모종의 긴장감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밴드의 셀프 타이틀 앨범인 『Motley Crue』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는데, 유난히 헤비했던 믹 마스의 기타와 존 코라비(John Corabi)의 거친 보이스는 타미 리가 미드 템포를 지향하며 파괴적인 그루브를 만들 수 있게끔 훌륭한 초석이 되어 주었었다. 흐드러지는 필인은 없지만 이 앨범에서 타미 리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그의 탄탄한 기본기를 엿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기회다.

타미 리만의 그루브를 만끽하기 위해선 「Wild Side」라는 곡도 챙겨들어야 하는데, 그는 이 곡에서 첫 박에 악센트를 주며 마치 하이햇이 스스로 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드러밍을 들려준다. 빽빽한 기타 리프와 흥겨운 보컬에 뼈대가 돼주며 질주하는 16비트는 그냥 설렁설렁 치는 것 같아도 좀 더 귀 기울여 보면 그 리듬의 호흡이란 것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플로어탐과 스네어 드럼을 찢을 듯 강력한 쉐이크 필인은 언제 들어도 속이 다 후련하다. 힘과 타이밍, 그리고 각角이라는 타미 리 드러밍의 3요소가 이 한 곡에 다 들었다 해도 글쓴이는 무방하리라 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드러머가 되기 위해선 항상 정확도에 집착해야 하고 그 정확성을 갖춰야 한다. 제 아무리 화려하고 무지막지한 테크닉을 보유했다 해도 박자를 놓쳐버리면 모든 건 허사가 된다. 타미 리는 악센트를 챙긴 파라디들 필인이나 곡 끝에서 간간이 들려주는 카덴자 정도만 빼면 테크닉 면에선 평범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드러머다. 하지만 그는 정확하다. 「Live Wire」의 더블 베이스 드러밍, 그 사이에서 낼름대는 하이햇에 맞춰 곤두서는 스네어 드러밍을 들어보라. 심벌 브레이크로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하는 「Piece of Your Action」이나 오픈시킨 하이햇과 스네어 드럼 만으로도 훌륭한 글램 그루브를 뽑아내는 「Looks that Kill」과 「Shout at the Devil」은 또 어떤가. 그는 재즈 드럼과 조금은 다른 맥락에서 메탈 드러머들 중 가장 훌륭한 '타임 키퍼'라고 나는 생각한다.


● 참여앨범


Motley Crue

Too Fast for Love (1981)

Shout at the Devil (1983)

Theatre of Pain (1985)

Girls, Girls, Girls (1987)

Dr. Feelgood (1989)

Decade of Decadence (1991)

Motley Crue (1994)

Quaternary EP (1994)

Generation Swine (1997)

Greatest Hits (1998)

Supersonic and Demonic Relics (1999)

Live: Entertainment or Death (1999)

Millennium Collection (2003)

Music To Crash Your Car To, Volume 1 (2003)

Music To Crash Your Car To, Volume 2 (2004)

Red, White & Crue (2005)

Carnival of Sins Live, Vol. 1 (2006)

Carnival of Sins Live, Vol. 2 (2006)

Saints of Los Angeles (2008)

Motley Crue: Greatest Hits (2009)


Methods of Mayhem

Methods of Mayhem (1999)

A Public Disservice Announcement (2010)


Rock Star Supernova

Rock Star Supernova (2006)


Guest performances

Rush Street (1991) - Richard Marx

The Urge (1991) - Stuart Hamm

The Downward Spiral (1994) - Nine Inch Nails

Whore (1996) - Dalbello (drums on "Revenge of Sleeping Beauty" track; remark by Sergey Lavrov)

Hellbilly Deluxe (1998) - Rob Zombie

The Sinister Urge (2001) - Rob Zombie

Everything in Transit (2005) - Jack's Mannequin

Angels & Devils (2007) - F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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