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John Dolmayan, System of a Down
1998년, 판테라(Pantera) 이후 콘(Korn)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변종 헤비메탈'을 들려준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이 등장했을 때 현지 평단은 기타도 보컬도 아닌 밴드의 드러머에 주목했다. 록 음악의 핵심은 언제나 기타 리프였던 만큼 사실 누가 들어도 이 밴드는 다론 말라키안(Daron Malakian)의 밴드처럼 보였고, 적어도 그 독특한 창법의 소유자인 세르이 탄키안(Serj Tankian)보다 존 돌마얀(John Dolmayan)이 더 주목받으리라곤 그들의 데뷔작을 듣기 전까진 많은 이들이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존의 드러밍은 현란하고 압도적이었다. 거기엔 타 브랜드에 비해 보다 극적인 울림을 전하는 존 본햄(John Bonham)의 페이스트(Paiste) 심벌, 명징한 타성 면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스튜어트 코프랜드(Stewart Copeland)의 타마(Tama) 드럼, 그리고 닐 피어트(Neil Peart)의 기교와 키스 문(Keith Moon)의 파워가 모두 녹아 있었다.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존은 정식으로 드럼을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앨범을 틀어놓고 '될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게 전부다. "연습이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매일 대여섯 시간을 절차탁마했고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나갔다.(드럼 스틱을 한 번이라도 잡아본 사람이라면 드럼 세트에 대여섯 시간을 앉아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잘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존의 드러밍은 언제나 경직과는 거리가 먼 즉흥과 여유의 혼합체처럼 들렸고, 재즈와 록을 좋아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그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와 건스 앤 로지스(Guns and Roses)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가령 「Revenga」같은 곡에서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드럼의 정박에 헐떡이는 하이햇과 정갈한 라이드 심벌을 혼용하는 스타일은 그의 장르 소화력을 또렷이 증명하는 부분이다.
그는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사운드 시스템을 주도했다. 충격적인 하모닉스 리프를 들려준 첫 앨범의 첫 곡 「Suite-Pee」에서 육성 보컬의 애잔함과 그로울링의 사악함은 분명히 존의 드럼이 리드했다. 혹자는 그의 드러밍을 정신분열적(Schizomephrenic)이라 했는데 실제 존의 드러밍은 곳곳에서 '정신분열적'이다. 「Cubert」 같은 곡에서 들려준 탐(Tom)의 복잡한 안배, 블래스트 비트와 디스코 비트를 갈마든 「P.L.U.C.K」, 정박을 지양하고 절룩거리는 리듬 놀이를 택한 「X」같은 트랙은 그 전형이랄 만 하다. 시작부터 몰아붙이는 「Cigaro」, 존의 필인 테크닉을 확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Attack」과 「Dreaming」, 그리고 다론과의 프로젝트인 스카스 온 브로드웨이(Scars on Broadway)의 데뷔작 수록곡 「Cute Machines」의 후반부 연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존 돌마얀은 반전(또는 반칙)을 즐긴다. 리듬이 내뿜는 호흡의 반전에서 곡 자체 분위기의 반전까지 그의 드러밍은 언제나 요소 마다에 태클 걸 준비가 되어 있다. 거의 드럼 솔로에 가까운 「Know」나 「Mind」의 변박과 엇박의 충돌, 그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Violent Pornography」의 저돌적인 쉐이크는 '태클'의 기술적 전제다. 그리고 그러한 반칙과 반전은 「Toxicity」나 「Darts」에서 극적으로 상봉, 공존한다.
나는 내 드러밍을 신뢰하지 않는다. 내 드러밍은 음악을 따라갈 뿐이다.
그의 드러밍은 두 미친 보컬리스트와 기타리스트 때문에 필연적으로 미쳐야 했지만, 그러나 그 광기엔 나름의 논리가 있다. 웬만한 스래쉬메탈 리프 저리 가랄 정도로 육중한 「Needles」에서 다론 말라키안의 기타 리프는 존 돌마얀이 제시하는 '리듬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Science」와 「Shimmy」, 「Chic 'n' Stu」와 「U-Fig」같은 곡들에선 아예 보컬에 맞춰 하이햇의 숨을 고르고 있으며, 술렁이는 기타 리프에 스윙감을 얹은 「Sugar」와 템포 유린으로 극적인 리듬 라인을 창조해낸 「Radio/Video」, 「B.Y.O.B.」 따위는 그가 드러밍에 앞서 얼마나 '음악'에 신경을 쓰는지 증명하는 트랙들이다.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그는 「Peephole」같은 곡에서 왈츠 리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정하고 빠른 16비트 이상의 스틱킹은 존 돌마얀이라는 드러머의 또 다른 장점이다. 「Suggestions」과 「Prison Song」, 「Deer Dance」와 「I-E-A-I-A-I-O」에서의 예리하고 섬세한 터치는 악기에서 '기본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환기시켜주는 부분이다. 드럼에 있어선 완벽주의자인 뮤즈(Muse)의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와 서슬퍼런 조이 조디슨(Joey Jordison)의 플레이를 특히 좋아한다는 존의 이러한 안정된 스킬은 스카스 온 브로드웨이의 「Exploding/Reloading」에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 참여앨범
System of a Down
『System of a Down』(1998)
『Toxicity』(2001)
『Steal This Album!』(2002)
『Mezmerize』(2005)
『Hypnotize』(2005)
Axis of Justice
『Concert Series Volume 1』(2004)
Scum of the Earth
『Blah...Blah...Blah...Love Songs for the New Millennium』(Guest Drums) (2004)
Serj Tankian
『Elect the Dead』(2007)
Scars on Broadway
『Scars on Broadway』(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