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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06. 2020

#82 : 잭스

일본 언더그라운드의 선구자로 불리는 잭스는 싱글 '텅빈 세상'이 수록된 데뷔작 [잭스의 세계](1968)를 내놓고 해산한다. 2집은 밴드가 사라진 뒤 나왔다.


잭스(Jacks, 일본 발음은 ‘쟉쿠스(ジャックス)’)는 60년대 말에 활동한 일본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다.


잭스의 역사는 1965년 와코(和光) 고등학교 동급생 하야카와 요시오(보컬), 타카하시 스에히로, 마츠바라 에리가 포크 트리오 ‘나이팅게일’을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여름 ‘윈드밀즈’라는 팀 이름으로 후지테레비가 주최한 포크송 경합전에 나가며 경험을 쌓기 시작한 이들은 마츠바라의 탈퇴 후에도 대학에 가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갔다. 잭스라는 이름은 이때 만든 것이다.


잭스는 서양 카피 곡들을 비롯해 하야카와, 타카하시가 함께 만든 ‘세븐틴’ ‘고향의 노래’ ‘위로’ ‘신과 우리’ 같은 오리지널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1967년 타니노 히토시(베이스)와 키다 코스케(드럼)가 들어와 4인조가 됐지만 곧 원년 멤버인 타카하시가 밴드를 떠나면서 라인업은 다시 미즈하시 하루오(기타)가 영입돼 재편됐다. 이 구성으로 밴드는 같은 해 여름 열린 ‘야마하 라이트 뮤직 콘테스트’에서 입상, 남다른 포크 록 스타일과 멤버들의 강렬한 개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68년 3월 인디레이블 타쿠토(タクト)에서 첫 싱글 ‘텅빈 세상’을 발표한 잭스는 내친김에 6개월 뒤 토시바음악공업(東芝音楽工業)을 통해 데뷔작 [잭스의 세계]까지 내놓는다. 씬이래봐야 일본 전통 가요나 서양 음악을 따라한 것, 그리고 메시지 포크(メッセージ・フォーク, 일본의 조어로 월남전이 한창이던 60년대 미국의 모던 포크송 중 반체제·반전 같은 사상적 내용을 담은 곡을 뜻한다) 정도 밖에 없었던 60년대 말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 이러한 잭스의 출현은 돌연 투척된 폭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각별한 존재의 무게만큼 잭스의 운명은 그리 길지 못했는데, 1집 발표 뒤 미즈하시가 팀을 나가고 그 자리엔 드러머 츠노다 히로가 들어왔다. 츠노다가 들어오면서 기존 드러머였던 키다 코스케는 색소폰과 플룻, 비브라폰으로 악기를 갈아탔지만 69년 8월 야외 페스티벌인 ‘제1회 전국 포크 잼버리’ 무대를 끝으로 잭스는 끝내 해산하고 만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 [잭스의 기적]은 밴드가 사라지고 같은해 10월 세상에 나왔다. 


프론트맨 하야카와 요시오는 잭스가 해산한 그해 [멋있다는 건 볼꼴사납다는 거잖아]라는 솔로 앨범을 발매했고 이후 서점을 경영하다 94년에 다시 음악계로 복귀, 앨범 [이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라이브 앨범 [I LOVE HONZI]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안타깝게도 멀티 연주자 키다 코스케는 1980년 5월 18일 31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60년대 일본 젊은이들 내면의 고민과 갈등을 표현한 전위적 가사, 하야카와의 우울하고 쓸쓸한 목소리, 재즈를 지향한 키다 코스케의 취향을 앞세워 일본 록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밴드 중 하나로 거론되며 ‘일본 언더그라운드의 선구자’로 불린 잭스는 엔도 켄지와 미나미 마사토, 핫피엔도와 포크 크루세이더스, 미카미 칸이 일으킨 문자 뜻 그대로의 ‘얼터너티브 록’ 최전방에 있었던 팀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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