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피쉬만즈는 1987년 사토 신지를 중심으로 메이지학원대학 음악 동아리 ‘송라이츠’에서 결성됐다. 보컬과 기타, 코넷(데뷔작의 ’Special Night’ 같은 곡에서 사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을 맡은 사토 신지는 피쉬만즈의 거의 모든 가사와 곡을 썼다. 그는 피쉬만즈 결성 전 ‘시간’이라는 밴드에 있었고, 밴드 결성 2년 전 송라이츠에 들어온 사토는 최초 드럼을 맡았었다. 피쉬만즈는 이후 모테기 킨이치, 오지마 켄스케(기타/보컬)를 맞아 3인조로 출발했다. 모테기는 사토와 같은 동아리였고 오지마는 같은 대학 내 동아리 ‘L.M.S’ 출신이다.
이때 베이스는 히사마츠라는 인물이 맡았는데 그는 유학을 이유로 87년 여름부터 이듬해 5월 초까지만 활동하고 피쉬만즈를 떠났다. 히사마츠의 공백은 카시와바라 유즈루가 메운다. 카시와바라는 피쉬만즈에서 이후 10년 동안 베이스를 연주했다. 밴드 이름 ‘Fishmans’는 멕시코의 실존 복면 레슬러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사토가 밴드 결성 당시 한 인터뷰에서 대답했지만, 이후 인터뷰들에선 다르게 말해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피쉬만즈는 1988년 말 인디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기 위해 두 곡을 작업했다. 89년 여름 ‘리본’이라는 소속사와 계약하고 90년 3월 말엔 신주쿠 로프트(LOFT) 라이브에서 하카세가 세션 키보디스트로 참여해 음악적 표현 폭을 넓혔다. 하카세는 그대로 밴드의 정식 멤버가 됐고 팀은 5인조로 재편성 후 연말 라이브 클럽 라 마마(La Mama)에서 단독 공연으로 메이저 데뷔 했다. 피쉬만즈는 그해 가을 버진 재팬(이후 포니캐년 산하 레이블 ’메디아 레모라스’로 변경)과 레이블 계약을 맺는다.
이듬해 4월 21일 첫 싱글 ‘비행기’를 내고 한 달 뒤 데뷔작 [Chappie, Don’t Cry]를 발표한 밴드는 1992년 후지테레비 프로그램 <멍멍, 버라이어티 스타는 바둑이다!> 시작에 ‘메뚜기가 날고 있어’를, 엔딩에 ‘Walkin’’을 삽입하며 조금씩 명성을 얻는다. 95년 3월 피쉬만즈의 첫 라이브 앨범 [Oh!Mountain]이 발매됐고, 밴드는 그해 폴리도르(Polydor) 레코드로 둥지를 옮긴다. 팀은 내친김에 그해 말 투어 ‘Nice Choice Tour’까지 돌았다. 그리고 94년 ‘토요일 저녁’을 사토와 함께 쓴 원년 멤버 오지마 켄스케는 밴드를 나와 디자이너로 생업 종목을 바꿨다.
레이블을 옮기고 [공중캠프](1995), [Long Season](1996), [우주 일본 세타가야](1997)까지 이른바 ‘세타가야 3부작’을 발표한 피쉬만즈는 테크노계 잡지나 서브컬처계 잡지 등에서도 다뤄지며 유명세를 떨친다. ‘오아시스에 온 걸 환영합니다’ 같은 곡을 쓴 키보디스트 하카세는 오지마에 이어 1997년 피쉬만즈를 떠났고 이후 솔로 활동과 더불어 리틀 템포, 코다마 앤 더 덥 스테이션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이 시기 피쉬만즈의 운명도 끝을 향하고 있었다. 1999년 3월 15일 33살 나이에 밴드의 브레인인 사토가 사망한 것이다. 당연히 밴드 활동은 중단 됐고, 사토가 썼던 시들을 묶은 <롱 시즌 사토 신지 시집>이 이듬해 출간돼 요절한 그를 추모했다.
추모는 2004년 사토 신지 헌정 앨범으로 이어졌고, 2005년엔 라이징 선 록 페스티벌에서 게스트 보컬을 세워 사토가 없는 피쉬만즈가 잠시 부활하기도 했다. 4년 뒤인 2009년 8월에도 음악 전문 채널 스페이스 샤워 TV(Space Shower TV)가 주최하는 야외 음악 이벤트 ‘스윗 러브 샤워’에서 우아(UA)가 마이크를 잡고 ‘Fishmans:UA’라는 라이브를 선보이며 사토 신지의 이른 부재를 아쉬워했다.
드럼과 코러스를 맡은 원년 멤버 모테기 킨이치는 밴드 와해 뒤인 2001년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Tokyo Ska Paradise Orchestra)에 들어갔고, 마리마리 리듬킬러 머신건(MariMari Rhythmkiller Machinegun)에서도 드럼을 연주했다. 그는 현재 피쉬만즈에서 함께 한 카시와바라 유즈루, 도쿄 스카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카토 타카시와 소 매니 티어스(So Many Tears)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결성 초기 피쉬만즈는 레게를 가미한 팝 음악을 연주했지만 오리지널 멤버 두 명의 탈퇴, 사운드 믹싱 엔지니어였던 ZAK의 레코딩 참여, 레이블 이적 등 팀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이들 음악은 레게를 비롯 덥, 일렉트로니카, 록스테디를 두루 흡수해 록, 훵크, 힙합에 깊이 절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