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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23. 2020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모든 것

<마이클 잭슨: 그의 인생과 음악>

2009년 마이클 잭슨이 죽고 국내 서점가에는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거나 그의 음악 세계를 분석하는 책들로 넘쳐났다. 내가 읽은 것들 중엔 J. 랜디 타라보렐리가 쓴 전기 ‘마이클 잭슨: 진실 혹은 거짓’이 가장 깊고 탄탄한 것이었는데, 때문에 나는 마이클에 관해 이 책보다 더 꼼꼼히 다룬 책을 더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는 더 진행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진행은 최근 북피엔스라는 출판사에서 608페이지에 이르는 프랑스 라 토탈(La Totale) 총서 ‘마이클 잭슨 편’ 번역을 해내면서 이어졌다. 책의 저자는 두 명 리샤르 르코크와 프랑수아 알라르다. 두 사람은 마이클 잭슨 전문 반년간지 ‘잼(Jam)’의 편집장 및 편집자이며 마이클의 예술적, 인도주의적 유산의 가치를 기리는 협회 MJ 스트릿(MJ Street)의 회장 및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중 리샤르 르코크는 생전 마이클이 유일하게 인정한 ‘마이클 잭슨 전문가’로, 이 책은 그가 가진 마이클(또는 마이클의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 애정을 담은 “마이클 잭슨도 몰랐을 마이클 잭슨 이야기”다.


책 '마이클 잭슨: 그의 인생과 음악'은 마이클이 ‘흑인 비틀스’ 잭슨 파이브 멤버로서 1967년 7월 13일 목요일에 녹음한 싱글 ‘Big Boy’부터 논란의 컴필레이션 [Michael]과 양질의 컴필레이션 [Xscape]까지, 최대한 완벽하게 고증할 수 있는 마이클이 참여한 263곡을 발매일 및 순위, 녹음 장소, 곡의 탄생배경, 제작 과정까지 조목조목 분석한다. 그렇다. ‘앨범’보단 ‘곡’ 단위 분석이다. 물론 챕터는 앨범 단위로 나뉘어 있지만 그것은 녹음 당시 활용한 싱클래비어나 비트 박스 같은 장비 소개를 더한 작품의 발매 배경(내지는 경위) 등 곡들을 본격 해부하기 전 판을 까는 의미에서 스케치일 뿐, 책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디테일에 방점을 찍는다. 그 디테일은 ‘Beat It’ 뮤직비디오의 촬영 장소와 ‘Billie Jean’의 긴장감 넘치는 리듬을 주도한 드러머 은두구 챈슬러의 야마하 드럼 세트 분석, ‘Liberian Girl’ 쇼트필름의 단역 명단과 ‘Morphine’에 참여한 오케스트라 명단, 그리고 ’Smooth Criminal’에서 오디오 엔지니어 브루스 스위디언이 한 또 다른 역할(경찰서장 목소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두꺼운 양장본이 지닌 또 하나 장점은 수많은 자료사진과 인물 소개다. 거기엔 “잭슨 파이브에게 블루스 색채가 가미된 솔(Soul) 사운드를 전수”해준 보비 테일러를 비롯해 모타운의 수장 베리 고디, 마이클의 정신적 아버지였던 퀸시 존스, 마이클이 음악적 멘토 또는 롤모델로 여긴 다이아나 로스와 스티비 원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아버지” 딕 클라크, 잭슨스의 필리 사운드에 기여한 케네스 갬블과 리언 허프, 마이클의 오른팔로 불린 사운드 건축가 맷 포저, [Invincible]의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 등 마이클의 곡들에 참여, 기여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책은 또 고인이 치밀하고 치열하게 제작한 40편 이상 영상 자료들 즉, ‘Don’t Stop ’Til You Get Enough’부터 ‘Ghost’까지 내막도 충실히 다루고 있는데 여기엔 영화 ‘마법사’나 디즈니/코닥사가 함께 만든 ‘캡틴 EO’, 앨범 ‘Bad’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문워커’ 등 마이클과 관련한 (영화)뉴스들이 ‘헤드라인’으로 따로 첨부 됐다. 하지만 지은이들은 이로도 부족했는지 케니 로긴스와 폴 맥카트니에서 브랜디와 모니카까지 마이클과 함께 녹음한 컬래버레이션 아티스트들의 명단, 안타깝게 마이클의 정규 앨범에 들지 못한 아웃테이크 곡들까지 깨알같이 조명하며 그야말로 마이클 잭슨의 세계를 뼛속까지 발라낸다.(곡과 관련된 ’잭슨 마니아’들을 위한 부연 설명은 작은 박스에 담겨 방대한 텍스트 및 사진 자료라는 바다 위를 배회한다.) 그 외 ‘Thriller’ 쇼트필름과 ‘Black Or White’ 쇼트필름 감독이 같은 인물(존 랜디스)이었다는 것, [Dangerous]의 ‘Who Is It’과 [History]의 ‘They Don’t Care About Us’ 쇼트필름 감독이 각각 데이비드 핀처, 스파이크 리였다는 사실, 그리고 ‘This Time Around’에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참여한 일과 ‘Whatever Happens’에서 기타 치고 휘파람 분 사람이 카를로스 산타나였다는 것 등은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로서 하나 하나 '팩트 폭격'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앨범 [Thriller]의 수익 덕분에 CBS레코드가 조지 마이클, 샤데이, 신디 로퍼 같은 뮤지션들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었고 곡 ‘Thriller’에서 내레이션을 한 빈센트 프라이스가 러닝 개런티가 아닌 2만 달러 수표로 일시 지급 방식을 선택했으며, ‘Beat It’이 낵(The Knack)이 발표한 ‘My Sharona’의 리듬과 활력에 기반했다는 단순 정보만 다루는 건 아니다. 르코크와 프랑수아의 글은 기본적으로 ‘평론’을 지향하고 있다. 가령 이들은 ‘Thriller’를 쓴 송라이터 로드 템퍼튼을 “1980년대 전반기에 음악의 메시아처럼 나타나 세대를 거듭해 전해져 온 최고의 미국 흑인음악을 현명하게 집대성한 인물”로 정의내리는가 하면, 마이클이 꼬마 때 부른 ‘Love Is Here And Now You’re Gone’이 “‘P.Y.T.’나 ‘The Girl Is Mine’ 같은 곡의 전신”이었음을 지적한다. 더불어 마이클이 “축제 분위기의 격렬한 리듬 위로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노래한” ‘Wanna Be Startin’ Somethin’’을 논하거나 ‘Bad’의 알앤비 베이스 라인이 “모타운의 아티스트 배럿 스트롱의 고전 ‘Money (That’s What I Want)’의 베이스 라인을 닮은 것을 넘어 오마주한 듯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둘은 여기에 덧대 “‘Baby Be Mine’을 잘 뜯어보면 팝적인 가사와 편곡으로 가장한 존 콜트레인 같은 느낌”이라고 한 퀸시 존스의 언급도 인용하며 자신들의 평론 지반을 더욱 견고히 다진다.



언젠가 마이클은 잭슨스 투어 때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자신의 솔로 커리어 로드맵을 짠 일이 있다. 내용은 이랬다.


세상을 발칵 뒤집을 굉장한 배우이자 가수, 댄서가 될 것이다.

나는 환상적일 것이다.

완벽주의자, 탐구자, 트레이너, 달인이 될 것이다.

위대한 배우들을 모두 합친 것 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

깊이 있게 파고들고, 파고들고, 또 파고들기 위한 획기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주시하며 갈고 닦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넘어설 것이다.


결국 마이클은 네 번째 정도를 제외하면 20살 때 짠 자신의 미래를 거의 그대로 이루고 세상을 떠난 셈이다. ‘마이클 잭슨: 그의 인생과 음악’은 그런 마이클을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집요하게 환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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