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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10. 2020

근래 괜찮았던 국내외 앨범들

유키카 [서울여자] 외

유키카 [서울여자]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 펑키(funky) 그루브와 90년대 복고 멜로디를 버무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2020년이라는 연도에 정면으로 맞선다. 유키카가 좋아하는 보아의 에너지, 로코베리의 감수성, 자이언티의 세련됨이 팝이라는 어정쩡한 장르 아래 그녀의 확고한 입지를 마련했다. 기초공사가 단단한 음반은 다른 개인 취향, 어긋난 세대 취향도 모두 품어낸다는 진리를 환기시키는 훌륭한 작품이다.  



복다진 [꿈의 소곡집]




피아노와 보컬이 이끄는 차분한 어쿠스틱 팝 앨범이다. 앨범 스스로가 밝히듯 숲속을 거닐며 사색한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엉뚱한 생각들이 욕심없는 리듬, 수수한 멜로디를 징검다리 삼아 ’사박사박’ 내딛는다. 정서는 일관적이되 스타일 면에선 밴드와 현악 편곡(‘내 생일이 다가오면 네가 보고 싶어져’ 같은 곡에선 비틀즈 냄새도 난다)을 간간이 심어 자칫 흘러들 수 있을 심심함을 경계했다. 옥상달빛과 가을방학, 아이유와 이진아가 겹치는 초록빛 감성이 오래 잔상으로 남는 음악.



코토바 [날씨의 이름]




꽉 짜인 연주 얼개와 여유없는 변박으로 여유로운 음악 세계를 펼쳐낸다는 건 실력이 바탕 되지 않고선 쉬 해낼 수 없을 일이다. 밴드 코토바는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실천에 옮긴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진정성과 진심은 어떤 상황, 사람 사이에서도 통한다는 걸 그들은 음악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밴드 색깔을 정확히 짚어낸 다프네의 프로듀싱, 노래와 기타로 팀의 중심에 선 됸쥬의 존재감, 코토바의 음악적 자존심이라 해도 무방할 마커와 쥬나나의 느슨한 듯 정확한(또는 정밀한) 리듬, 그 리듬을 어르고 달래는 유페미아의 너그러운 베이스. 그들이 하는 음악을 매스록(Math Rock)이라 부르는 건 다 이러한 수학적 구조, 확고한 계산 아래 음표들이 끊임없이 부대끼고 흘러가기 때문일 게다.



위댄스 [Dance Pop]




개인 취향은 펑키록 넘버 ‘두발의 자유’ 쪽이지만 자신들의 방식으로 댄스팝(Dance Pop)을 시전 하겠다는 위댄스의 의지에도 나는 기꺼이 지지를 보낸다. “눈에 뵈는 게 없”이 “그저 하고 싶”은 걸 하는 걸로 치면 70년대 산울림, 90년대 삐삐밴드 못지 않은 이들의 느리지만 꾸준한 행보는 2020년대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 시작을 마주한 리스너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베토벤과 라이드(Ride), 페이브먼트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들으며 넘은 동부5고개에서 그들이 어떤 음악을 얻어왔는지 당신도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Kansas [The Absence Of Presence]




1974년에 데뷔한 밴드의 새로운 음악을, 그것도 아주 괜찮은 양질의 신보를 데뷔 40주년을 훌쩍 넘긴 지금 들을 수 있다는 건 꽤 기쁜 일이다. 예스와 제네시스라는 필생의 레퍼런스를 거울 삼아 완벽에 가까운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펼쳐내는 노익장에 새삼 경이를 느낀다. 존재의 부재(The Absence Of Presence). 자신들이 아직 건재함을 이토록 멋진 철학적 역설로 역설하는 모습은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지.



Alanis Morissette [Such Pretty Forks In The Road]




8년이다. 8년 동안 앨라니스는 너무 다양한 아픔들을 겪었다. 수 차례 유산, 두 아이 출산 후 닥친 극심한 우울증, 매니저의 거액 횡령, 반려견의 죽음. 앨범 커버의 환희에 찬 앨라니스의 모습은 그러므로 절망에 지친 그녀의 다른 모습이다. 열 하나 모든 수록곡들에 스스로 장문의 코멘트를 달면서 이번 앨범이 자신에게 얼마나 벅찼고 특별했는지를 앨라니스는 여성으로서, 유명인으로서, 아내와 엄마로서 꼼꼼히 되돌아본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는지 더 큰 만족감을 주는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46살이 된 자신이 19살이었던 지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라.”


아, 결국 환희의 음악이란 절망적 사색을 동반한 것이었다.



The Pretenders [Hate For Sale]




캔사스의 신보 만큼 좋다. 데뷔 40주년. 펑크(punk)와 뉴웨이브를 무기로 영미권 록 역사에 짙고 굵은 획을 그은 노장 밴드가 아직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말할 것이 있다는 데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뭐 특별할 거 있겠어, 라고 게으른 기대를 한 사람들에게 첫 곡 ’Hate For Sale’과 두 번째 곡 ‘The Buzz’는 특별할 테니까 계속 들어보라는 밴드 측의 친절한 암시다. 그 암시가 있고 곧바로 스카 트랙 ‘Lightning Man’이 들이친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앨범을 낸 것만은 아님을 이 첫 세 곡은 짐작케 한다. 크리시 하인드 누님의 나이 올해로 68세. 아 글쎄, 나이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고!



Joe Satriani [Shapeshifting]




‘일렉트릭 기타계의 강준만’. 정말 꾸준하다. 34년 동안 17장을 냈으니 평균 2년에 한 장씩 낸 셈. 물론 많이 냈다고 딱히 수준이 떨어지거나 가치가 덜한 것도 없었다. 여태껏 그가 낸 앨범들은 모두 중간 이상은 갔다. 워낙에 출중한 테크닉과 멜로디 감성을 가진 뮤지션여서인지, 그가 연주한 것이라면 일단 믿고 들어보는 것이 팬들 사이엔 어느새 암묵적 동의 같은 것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13곡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대했고 들어왔던 조 새트리아니, 딱 그만큼이다. 연주는 발군이고 넘치는 아이디어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Surfing With The Alien]부터 [The Extremist]에 이르는 그의 전성기와 무리하게 비교할 생각은 말자. 30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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