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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27. 2020

스타일리시 팝 재즈로 대중의 마음을 훔치다

YEVEN [6 COLORS OF NIGHT]


포플레이와 스틸리 댄, 봄여름가을겨울 또는 빛과 소금이 대표하는 재즈 퓨전(Jazz Fusion)은 도시의 밤을 닮은 장르다. 화려하고 쓸쓸한, 그러면서 어떤 온기를 머금은 이 사람 냄새 나는 음악은 ‘이지리스닝’과 ‘힐링’이라는 느슨한 개념 사이에서 단단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명해왔다. 


첫 정규작을 내놓은 밴드 예밴(YEVEN)이 추구하는 음악이 바로 그 재즈 퓨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앨범 제목으로 ’여섯 가지 밤의 색깔(6 Colors Of Night)’을 내세웠다. 여섯 멤버가 겪어온 웃고 울었던 밤, 그러니까 “몰아세우고, 위로해주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했던” 그 많던 밤의 사연들을 이 앨범은 조용히 담고 있다. 


예밴의 멤버들은 모두(팀에 새로 가세한 성일모(기타)에 관한 정보는 글쓴이에게 아직 없다) 서울재즈아카데미(SJA)에서 정규 재즈 교육을 받았는데, 이중 과반수가 버클리 음대 장학생 출신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음악(연주) 하나만큼은 기가 막힐 것이라는 얘기인데, 앨범을 틀면 예상은 확신이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멤버들이 처음부터 음악을 하려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드러머 강태식은 과거 디자인을 전공했고, 키보디스트 권다솔은 호주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문예창작과를 나온 신선경(보컬)은 웹 소설가로 데뷔까지 했으며, 은정아(키보드) 역시 정치외교학과 철학을 복수 전공했다. 베이시스트 황현무도 처음엔 공대생이었다. 



이런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멤버들이 의기투합한 밴드 예밴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건반주자가 두 명이라는 것, 두 번째는 모든 멤버들이 곡을 쓴다는 것이다. 이는 키보드 두 대로 키보드 한 대 이하를 가진 팀들보다 소리의 표현 범위를 보다 확장,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인 동시에 한 두 사람의 취향과 재능에 기댄 송라이팅이 아닌 모두의 참여에 기반한 창작이란 면에서 곡들의 다양성, 깊이를 담보할 것이라는 예고와 같다. 


가령 첫 곡 ‘Empty’를 쓴 베이시스트 황현무의 그루비 플레이가 돋보이는 펑키 넘버 ‘E-O-E-O’는 키보디스트 은정아가 작사를, 드러머 강태식이 곡을 썼다. 이어지는 ‘Could U’는 기타리스트 성일모와 또 다른 키보디스트 권다솔이 함께 쓴 곡이고, ‘Could U’ 가사를 쓴 은정아는 ‘Channel Y’와 ‘I’m Not Falling’ 두 곡의 작사/곡을 혼자 해냈다. 싱어 신선경도 마이너 멜로디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강태식의 곡 ‘Radio’와 문은비의 플루겔혼이 혼을 불어넣는 권다솔의 곡 ’아우로라(Aurora)’에 말(詩)을 얹거나 자신이 직접 ‘Second Hope’를 써내거나 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래서일까. 여섯 멤버가 간직한 밤의 기억들을 이야기 하기 위해 고른 앨범 타이틀 ’여섯 가지 밤의 색깔’이란 결국 ‘여섯 명의 음악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재즈는 국악, 클래식과 더불어 대중이 가장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리는 장르 중 하나다. 그래서 재즈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에 목마른 음악이다. 예밴이 선택한 재즈 퓨전 또는 팝 재즈 스타일은 그런 대중과 호흡을 위한, 이 바닥에선 제법 보편적인 작법 전략이다. 이 전략은 스타일리시 연주 및 사운드와 점잖은 음률로 무장해 대중의 마음을 스리슬쩍 훔쳐낸다. 근래 트렌디 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드롭 섹션을 심은 ‘E-O-E-O’나 최근 유키카의 음반에서나 만날 법한 ‘Radio’의 90년대 팝 감성 역시 그런 ‘대중성’을 잡아내기 위한 장치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예밴의 전략은 공개됐다. 정주행 할 것인지, 그냥 지나칠 것인지. 이제 대중이 귀 기울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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