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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Oct 11. 2020

알렉스 밴 헤일런

Van Halen


지난 10월 6일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이 사망했다. “그의 사망은 밴 헤일런의 사망”이라고 당시 나는 썼지만 사실 이 말에 섭섭해 할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에디의 형 알렉스 밴 헤일런이다.


그러니까 밴드 밴 헤일런엔 두 명의 밴 헤일런, 에드워드 말고도 알렉스 밴 헤일런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분명 일렉트릭 기타 역사를 다시 쓴 동생의 명성에 가려졌던 인물이지만 실력만큼은 절대 동생에게 뒤지지 않았던 최고의 록 드러머였다. 톤과 스타일 면에서 알렉스는 80년대의 존 본햄(레드 제플린)이었고, 날랜 스틱킹과 파워는 하드록에 절인 버디 리치와 키스 문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천 만장을 넘게 팔아낸 다이아몬드 앨범 [1984]에서 ‘Jump’의 신시사이저 리프를 더 기억하지만 알렉스에 주목한 사람들은 같은 앨범 속 ‘Hot For Teacher’에 더 열광했다. 데뷔작의 ‘I’m The One’에서 예고한, 하지만 [5150]의 직선적인 ‘Get Up’과는 결이 다른 베이스 드러밍을 앞세운 그 27초 간의 통렬한 긴장은 하모닉스와 태핑과 아밍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에디 밴 헤일런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알렉스 나름의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밴 헤일런엔 동생만 있는 게 아니오. 나도 있단 말이오~~



밴드에 몸 담고 있는 드러머들은 보통 다음 세 가지 연주 방식 중 하나에 자신의 스타일을 건다. 곡을 앞서가는 드러밍, 곡에 묻어가는 드러밍, 그리고 곡과 함께 가는 드러밍. 알렉스는 이 중 세 번째를 추구했던 사람이다.


알렉스는 에디의 리프와 솔로, 리 로스 또는 헤이거의 보컬 라임을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의 연주를 펼쳤다. 가령 ‘Bottoms Up’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가 어떻게 곡을 읽고 이해한 뒤 리듬 얼개를 짜는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다. 배려의 팀플레이와 자존심을 건 개인 플레이 능력을 두루 갖춘 그는 어디서 솟아오르고 어디서 잦아들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언제 튀어오를지 모를 리듬 본능을 그는 또한 본능적으로 통제할 줄도 알았다. 자유로운 리듬의 방목과 계산적인 리듬의 정렬 안에서 그는 올라설 수 있는, 또는 올라서야 했던 최적의 고지에 밴 헤일런의 음악을 데리고 갔다.


알렉스의 드러밍엔 군더더기가 없다.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는 그의 상반신은 그런 옹골차고 군살 없는 톤과 연주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울창한 북(Drum) 숲 안에서 하이햇과 라이드 심벌, 카우벨을 수시로 넘나 들며 그루브를 달래는 그는 감질나게 밑장까는 리듬 대신 시작부터 모든 패를 열어 자기만의 비트를 쌓는다. 그렇게 알렉스 밴 헤일런은 'Jump’의 단순 반복 건반 리프 사이에도 똑 부러지는 폴리리듬을 새겼고, ‘Feels So Good’ 같은 곡에선 맑고 섬세한 라이드 심벌로 이전엔 없던 투명한 무드를 그려냈다.



한때는 오하이오 플레이어스와 딥 퍼플, 블랙 사바스와 배드 컴퍼니를 커버했던 알렉스였지만 그의 드러밍은 사실 록과 재즈의 중간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찾아 헤맨 무엇이었다. 앞서도 말한 버디 리치는 ‘Girl Gone Bad’의 인트로에서 스멀스멀 피어 올랐고, 레드 제플린의 리듬 사령관 존 본햄은 ‘Outta Love Again’에서 알렉스의 어깨에 앉았다. 특히 그가 ‘Loss Of Control'에서 재즈와 록을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얽어내는지 보라. 이 모든 정황상 ‘Dirty Movies'는 분명 알렉스가 해석한 제프 포카로이며, ‘Sunday Afternoon In The Park'는 알렉스가 바라본 블랙 사바스의 어둠, 미궁이다.


재즈의 즉흥과 록의 구조를 평행선에 두고 자신의 리듬 세계를 충실히 연출한 알렉스 밴 헤일런. 에디 밴 헤일런의 죽음 이후 세상 그 누구보다 큰 슬픔을 감당하고 있을 그의 드러밍에 작게나마 경의를 보낸다. 빌리 콥햄과 진저 베이커를 맛있게 비벼낸 그가 없었다면 80년대 이후 록 드럼계는 아마도 꽤 많이 지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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